(X) 습지 해양 소식

[참가기]”와~ 보인다, 정말 부리가 숟가락 모양이네”

비가 온다고 했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 하늘은 비가 오지 않을 것을 예고해주었기에 새벽을 깨워 일어나야 했다(사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리 설레며 준비할 상황은 아니었다.)
아침 7시 준호의 친구들과 어머니들과 만나기로 한 중동 역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해서 강화도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나를 설레게 하는 일들은 없었다. 환경연합에서 하는 행사에는 처음 참여하기도 하거니와 저어새에 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저 아이들과 하루를 자연에서 지낼 수 있다는 기대 아니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환경을 접해주었다는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심리 정도였으리라.

강화도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저어새에 관한 설명을 해주시는 선생님(차인환선생님)이
계셨지만 몰려오는 피곤 때문에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간간히 들려오는 설명을 아스라이 듣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나의 소극적인
행동은 “와아 저어새다~’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함성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화도 논 사이사이에는 말 그대로의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노니던 여러 마리의 백로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아주 외롭게 혼자서 논두렁을 ‘젓고’있는 저어새를 발견한 것이다. 저어새는 말 그대로 큰 부리를 저어가며 논두렁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버스안의 우리들은 모두 저어새가 보이는 창가로 몰려들었다.
준비한 망원경으로 저어새를 관찰하려는 사람,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등…….갑자기 출현한 저어새라는
희귀종 새에 갖는 관심이 대단했다.
동행한 선생님들은 친절하게도 고배율렌즈를 저어새에 맞추어 주시며 아이들 한명, 한명이 그 새를 관찰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와 ~보인다. 보여 정말 부리가
숟가락 모양이다”

안내책자속의 저어새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나가서 보면 안 되나요?”라고 물은 건 무지한 탓이었다.
저어새가 놀라면 안 되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 이게 바로 저어새 사랑인가 보다’

어렴풋이 나를 깨우는 환경연합 선생님들의 마음씀씀이에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어새를
만나게 된 후로의 나는 지나는 풀잎하나 해 주시는 안내 방송 한 마디 한마디를 눈여겨보고, 귀담아 듣기 시작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환경연합교사모임의 박은경선생님의 잔잔하고 은은한 설명이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버스가 움직이는 와중에서도 지나는 아카시, 엉겅퀴, 개망초들을 이야기 하셨고 낯선 새가 날아 갈 때 마다 그 새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번 여행에 적극성을 보이게 된 건 나만이 아니라 함께 간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중간 중간 저어새가 살 만한 곳을 둘러보느라
논 사이 길을 걸었다. 버스 두 대의 인원인지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다지 바쁘게 서두르지 않고 가급적 한 마리의 새라고
더 관찰 시켜주시려는 선생님들의 배려가 고마웠다. 게다가 나는 평소 너무 궁금하던 아주 작은 들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꽃마리’ 라는 작고 신비한 꽃과 제비꽃이 반으로 나뉜 것 같은 작은 ‘주름잎’,과 ‘매화마름’이라는, 저어새가
자주 찾는 논에 사는 작고 노오란 꽃이었다.
들에 피어남의 눈에 띄지 않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작은 들꽃들과 남보다 화려하지 않아서, 다른 새보다 새끼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기
때문에, 그 수가 희박한 저어새와는 어딘지 모르게 닮은 점이 있는 듯 했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지만 아름다운 들꽃들.
그리고 저어새…….

분오리 돈대로 올라가는 언덕에 전시된 사진들은 대만의 사진작가 선생님과 우리나라의 사진작가 선생님들이
강화도와 비도, 유도를 다니시면서 찍어 놓으신 저어새의 여러 모습들이었다. 사진속의 저어새들은 세 개의 알을 낳아서 자신의 새끼들에게
알맞은 먹이를 일일이 저어서 찾아다가 입속에서 먹이를 소화시켜 주기도 했고 무리지어 바다 위를 날기도 했고 바위틈에서 새끼들을
감싸고 있기도 했다.
그들은 열심히 먹이를 찾지만 정작 그들이 가져가는 먹이는 아주 적은 양이고 그들을 따라다니는 백로들의 약삭빠름에 그 수고가 다
사그라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그 새를 우리민족의 정서와 닮았다고도
한다는데…….

늘 열심히 무언가를 찾지만 우리에게 남는 건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남을 살찌우는 데에 더 공헌을
하게 되는 삶. 그런 삶이 우리 민초들의 삶이고 그 모습은 마치 저어새와도 같다고 느낀 누군가의 비유였으리라…….
분오리 돈대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아주 열심인 분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고유악기인 퉁소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하모니카의 신비함, 북청 사자놀음의 작은 재미 그리고 오페라 단원들의 환경 오페라…….모두가 성의 있고 정성이 가득한 무대였다.
56년 동안 하모니카를 부셨다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은 무대에서 퇴장하시고 난후 돈대구석에서 하모니카를 정리하시는 내내 내 시야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의껏 하모니카를 연주하시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저 나이에 어떤 모습일까…….옛
돈대 안에서 잡초위에 털퍼덕 주저앉아 듣는 하모니카 소리의 애절함이 하늘로 울려 퍼지고 내 눈 속에는 어느 새 몰려든 갈매기들의
춤의 향연이 들어왔다. 갈매기들이 어느 새 둔대 주위의 하늘위로 몰려 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5월의 막바지로 치닫던 아카시아 향과 하모니카 소리 그리고 하늘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를
아스라이 분오리 돈대 속으로 데려가 준다.
음악회를 끝으로 준비된 오늘의 일정은 끝났다.
은은한 하늘과 동막 해수욕장의 말없던 평화, 바닷가에 우뚝 서서 어촌사람들의 삶을 보살펴 주는 듯한 솟대들, 저어새가 그려져
있는 티를 입고 좋아하는 아이들…….
왠지 모르게 고달파 보였던 저어새를 만나고 돌아온 오늘은 한 동안 아니 오래도록 내 기억속의 한 장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글/ 2005 저어새 페스티벌 참가자 이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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