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오! 캡틴 마이 캡틴, 쿠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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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스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감동적 마지막 장면.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을
위해 모든 학생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 외친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여기서 캡틴은 인생이란 항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목적지를 일러주는 진정한 스승을 말하리라. 나에게 그 이름을 생각하면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자크 이브 쿠스토(Cousteau, Jacques-Yves)이다.

쿠스토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1997년의 어느 여름날. 그 때 나는 감옥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쿠스토를 만나기 전에 내 인생을 규정할 또 하나의 만남이 있었다. ‘생태주의’를 발견한 것도 그 즈음이었기 때문이다. ‘환경운동’,
내 평생의 운동으로 삼기에 얼마나 멋있는 이름인가! 그렇게 새로운 만남에 가슴 설레고 있던 어느 날, ‘Time’지에 실린 한편의
특집 기사는 나를 온통 긴장과 떨림과 환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아쿠아 렁을 발명하여 인간에게 수중 세계의 신비를 만날 수 있게 해 준 발명가, 프랑스 해군
장교, 해저 탐험가, 해양학자, 환경운동가이자 다큐멘타리 영화감독, 자크 이브 쿠스토가 죽었다.‘ 아, 그 기사를 읽어 내려
갈 때의 그 전율이라니! 세상을 들었다 놔도 성에 차지 않을 이십대 청춘의 나이에 한 평 철창과 콘크리트 공간에 갇혀 있던 나에게,
바다 밑 심연의 세계를 탐험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환경운동을 펼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안타깝고 절절한 환상‘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내 꿈은 한 곳에 ‘꽂혔다.’ ’자유의 몸이 되면 환경운동을 해야지, 그것도 해양환경운동이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서 쿠스토를 따라 바다 밑 신비의 세계를 만나보리라!‘

감옥을 나와 정말 환경운동을 시작했고, 조직을 꾸리고 이슈를 쫓아다니느라 좀처럼 바다 속을 여행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나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간절한 갈구였다.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영원한 목마름이면서도 몇 년을 유보될 수 밖에 없었던 나의 꿈은, ‘오늘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한다’는
절박함에 쫒긴 어느 가을날 오후의 사정없는 결단으로 드디어 실현될 수 있었다. 잠수복을 처음 입었던 날 온 몸이 조이고 얼굴은
피가 안 통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바다가 그토록 편안하고 친근할 수 없었다.

▲쿠스토의 탐사선 ‘Calypso’

쿠스토, 그는 진정 바다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아쿠아 렁을 비롯한 각 종 해저탐사 장비를 개발해낸
발명가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첫 실험 대상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주변에 사람을 끌어
모으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지도자였다. 그가 만든 영화 ‘침묵의 세계’는 깐느에서는 황금종려상을, 할리우드에서는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의 바다와 강을 탐험하면서 느낀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담은 영화 ‘피흘리는 바다’를 통해 해양 생물 보호를 호소했고,
국제원자력기구가 핵폐기물을 지중해와 코르시카 섬 사이 심해저에 버리려 하는 것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했다. 웰링턴 협약에 따른
남극 개발을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와 함께 싸워 무산시켰다. 그레이스 켈리와의 결혼으로 유명해진 모나코 왕에 의해 모나코 해양박물관장에
임명되었으며, 나중에는 프랑스 녹색당의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기까지 했다. 최근 프랑스 언론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인물 1위로 뽑히기도 했다.

그런 쿠스토가 해양환경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심해 잠수정을 개발하여
직접 실험해 보기 위해 해저 1,500미터까지 내려간 쿠스토는 길이 약 2미터의 하얀색 괴물을 만나게 된다. 생각해 보라. 해저
1,500미터에서 만난 괴물, 만약 잠수정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정말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괴물이란
다름아닌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였다. 그 일을 통해 바다를 한 낱 ‘돈 안 드는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을
깨닫게 되었다니, 결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인’ 자크 이브 쿠스토가 해양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수중침적
폐기물’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내 일의 절반정도가 이 놈의 ‘바다 속 쓰레기’ 문제이다. 정말 쿠스토가 내 인생의 캡틴이
맞긴 맞나보다.

※ 쿠스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
캡틴 쿠스토(2003, 이브 파칼렛 지음. 우물이 있는 집)
쿠스토협회 http://www.cousteau.org/
니모를 찾아서 speacial feature에는 그의 아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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