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도요물떼새, 너를 통해 자연을 만난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 생생한 도요물떼새 사진과 현장소식 보기

지난 4월 27일, 황토밭 구릉의 곡선과 색이 아름다운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과 해제면 일대를 찾았다. 차 창 밖으로 펼쳐진
황토밭 구릉과 초록융단을 펼쳐놓은 듯한 마늘밭, 바닷바람에 물결처럼 출렁이는 파밭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포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날씨에 노곤함까지 밀려온다.
마늘밭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맞닿는 현경면 용정리 월두마을. ‘달머리’라는 우리말 지명을 가진 이 갯마을 앞에는 300년은
훨씬 넘어봄직한 아름드리 곰솔나무 한 그루가 멋진 모습으로 우릴 반긴다. 인간의 본성 중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살아난
것일까. 한참동안 그곳에 머물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소리, 바람소리,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에 몸을 맡겼다.

▲ 초록융단을 펼쳐 놓은
듯한 무안 월두마을의 파밭. ⓒ 조한혜진


황토빛 무안, 쪽빛 바다 앞 함평갯벌에서 자연과 하나된 그 날

13일째 전국 지역의 도요물떼새 조사를 위해 서남해안을 누비고 있는 조사팀을 따라 나섰다. 이날
조사팀이 선택한 곳은 우리나라의 갯벌 습지보전지역으로 자연스러운 해안선을 유지하고 있는 함평갯벌 일대.

제일 먼저 찾은 월두마을의 황토밭 뒤로 물 빠진 갯벌에는 낙지나 갯지렁이 등을 열심히 잡고 있는 지역 어촌 주민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 사이로 주민들의 손놀림 못지 않게 빠른 부리놀림으로 갯땅을 ‘콕!콕’ 찍어대는 큰뒷부리도요가 눈에 띈다. 또 하늘
위로는 ‘프휴,프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유유히 날아다니는 중부리도요 몇 마리가 아련히 스쳐 지나간다.

▲ 월두 해수욕장 앞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 아주머니들.
그 뒤로 황토밭과 초록빛 마늘밭, 파밭이 보인다. 무안군 현경면의 여느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조한혜진

조사팀은 월두 해수욕장 앞 갯벌을 한바퀴 돌아 거닐며 그곳을 찾은 도요물떼새의 종류와 개체수를 확인했다.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함평갯벌 다른 쪽 해안을 살폈다. 시간이 지날수록 쌍안경 렌즈 안으로 들어오는 도요물떼새들의 종류와 수가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만조가 되니 바닷물과 갯벌이 만나는 해안가 물겨드랑이 근처에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날아든다. 대부분의 도요물떼새들은 한쪽 다리를
접고 고개를 푹 접어 숙인 채 잠을 청한다. 한편, 앞에서 조금씩 밀려오는 바닷물을 피해 한발로 콩콩거리며 들어오는 몇몇 도요물떼새들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차가 지나다니는 해안도로 바로 옆이지만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은 인간이 내뱉는 위협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이제 막 여름깃으로 배 부분에 크고 검은 반점을 보이는 민물도요와 개꿩을 구분하는 그 순간부터
도요물떼새를 알며 구별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몸 크기는 비슷한데 부리모양이 다르고, 다리색깔도
다르다. 민물도요와 노랑발도요를 구분할 때는 부리모양을 본다. 길이는 비슷하지만 민물도요의 부리는 아래로 살짝 구부러져 있고,
노랑발도요의 그것은 똑바르다.
도요새의 종을 구분하는데 처음부터 전문적일 수 없다. 조사팀은 조사에 서투른 나에게 도요물떼새들의 몸짓 하나 형태 하나를 주시하라고
주문한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것이 조사의 첫걸음이자 자연에게 다가가는 첫 단계란다.

먼 곳 가는 길 주유소에 머물 듯, 매년
봄 서남해안서 에너지 충전

망운면 목서리 외덕마을 앞 해안가에서 수천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을 만났다. 20여종이 넘는 다양한
도요물떼새들이 무리 지어 앉아 있다. 해가 지는 황금빛 갯벌에 알록달록 여름깃을 가진 도요물떼새들이 수를 놓은 듯 빼곡이 차
있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 무리 안에서 아까 보았던 민물도요, 꼬까도요, 중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등을 찾았다.

▲ 물이 들어온 해안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도요물떼새들. ⓒ
조한혜진

잠시 만난 목석4리 외덕마을 강일석 이장님은 도요새가 찾아오는 마을을 자랑스러워하셨다. 석화양식장으로 유명하다는 외덕마을 앞
바다에는 매년 이맘때 도요새들이 많이 찾아온단다. 강일석 이장님은 “갯땅을 콕콕 찍는다고 해서 우리 마을 사람들은 도요새를 ‘때깽이’라고
부른다. 봄이 되면 작은 때깽이, 큰 때깽이 할 것 없이 저 해안가에 떼지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도요새에 대한
기억을 늘어놓았다.

이장님 말에서 짐작했듯, 도요물떼새들은 매년 봄이 되면 우리나라 서남해안가로 내려앉아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한다. 믿기 힘들지만 작은 몸을 가진 도요물떼새들은 매년 봄, 가을 월동지인 남태평양의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번식지인
북극권의 툰드라 지대 사이 수천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그 길 중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우리나라 서남해안을 선택한다.
번식지로 날아가는 도요물떼새들에게 우리나라의 갯벌은 먹이공급도 하고 잠시 쉴 수 있는 주유소인 셈이다.

▲ 책 ‘그곳에 가면 새가 있다'(글/김해창)에서
발췌

도요물떼새들이 왜 일년에 두 번씩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동하는 것일까? 그 경로와 방법
등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지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조사팀을 진행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습지해양보전팀 김경원 팀장은 “새들의
이동은 자연의 섭리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원 팀장은 “지구 생태계에서 온도의 변화가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모든 생태계는 이에 균형을 맞춘다. 새는 날개를 가지고 있어
이동이란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나무가 씨앗 형태로 겨울을 나듯, 도요물떼새류도 지구에서 조화롭게 살기 위해 이동하면서 에너지의
균형을 맞춰간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과학적 근거는 아니겠지만 자연의 현상과 생물체 사이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그런데
머리 속으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변화에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살 수 있을까.’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 인간의
본성

과거부터 인간은 지구 생태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연을 만났다.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탐구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느꼈다. 김경원 팀장은 “이번 시민과 함께하는 전국 지역
도요물떼새 조사는 무엇보다 자연 관찰의 심리가 본능적으로 남아 있는 도시민들에게 자연과 교감시키면서 그 감성을 깨우도록 했다.”며,
“바람소리나 새소리를 만나면서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기술과 정보가 독점되는 문명의 현실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경험으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김 팀장은 “한 두사람의 학자나 전문가들이 연구·조사하여 내놓는 정보는 아직 불특정 다수에게 이해되기 힘든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민과 함께 전국 28개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도요물떼새 조사는 오는 5월 4일까지 계속 진행된다. 신비로운 날개짓으로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사는 도요물떼새를 만날 수 있는 남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 생생한 도요물떼새 사진과 현장소식 보기

글/ 사이버기자 조한혜진

admin

(X) 습지 해양 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