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그린피스-환경연합 고래조사 마지막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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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여섯시, 바다는 온통 황금빛으로 조각조각 일렁인다.
우리도 내일아침 부산항을 향해 밤새 달려갈 것이므로 마지막 항해를 하고있다.

고물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고래를 찾고 있자니, 어디 먼나라에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각각의 국적만큼이나 너무도 다양한 영어 발음속에 섞여서 지내온 탓인지, 마치 유럽의 여러나라를 다녀온 느낌이다.
이 배에 미국인은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함을 느낄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환경 파괴적인 나라,라는 비난이 그린피스 활동가 사이에도 짙게 깔려있다.
언젠가 레인보우 워리어 곁으로 미국 군함이 지나가자, 모두들 갑판에 올라 바지 엉덩이를 내려서 야유했다고 한다.

모처럼 순풍을 맞아 그동안 잘 펴지 않았던 돛을 올리고 석양의 바다를 미끄러진다.
조금 행복하다.
이 행복한 느낌은 열 하룻동안의 노고에 대한 자위보다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임무가 끝난다는데 대한 안도감이 더 크게 차지한다.
데릭 니콜스 선장도 토요일에 집으로 간다고 한다. 무서운 교장선생님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한국사람들은 물론 그린피스 활동가들도
그 앞에서는 매우 조심한다.
오늘 마지막 인터뷰로 그를 선택했다. 가족을 물으니, ‘몹시 아름다운 아내와…딸이’있다고 대답하는 깊고 따뜻한 눈길을 가졌다.
바다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당연한 말이 가슴에 박혀왔다.

해가 서서히 지는 갑판에서 바베큐 파티를 연다고 준비가 한창이다. 난간에 숯불난로를 튼튼히 매달고
숯불을 피우고 있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소주도 나오고, 아껴두었던 김치도 나왔다. 내일이면 멀리 타국으로 각자의 일터로 헤어짐을 아쉬워한 작은 파티다.

3월21일 인천항을 출발하여 서해를 거쳐 제주도를 한바퀴 돌고 다시 남해를 거쳐 부산으로 기장을 지나 울산 앞바다를 지나 울진
영덕까지, 다시 지그재그로 남하해서 울산을 내려가는 중이다. 배를 밤새워 항해하여 아침이면 부산항에 닿을 것이다.

처음 겪는 좁은 선실생활, 밀리는 파도속에서 배멀미를 견디는 일,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등등 힘든일이
많았을 터인데 묵묵히 잘 견뎌준 일행 모두에게 고맙다.
마지막 해가지는 순간까지 쌍안경을 손에서 놓지않은 마님(마용운 부장), 바다의 고래 살피랴, 자신을 감시하는 리비의 눈치보랴,
두배로 바빴다고 투덜대는 울산시민 문선생님. 설겆이 또 설겆이로 이어지는 주방보조 삼순이(강은주), 내릴 즈음에 배멀미를 해서
고생한 막내 혜은이, 꿋꿋한 영상팀의 복감독과 이성수.
무엇보다 탁월한 실력으로 일의 진행에 무리가 없이 도와준 통역의 안치현씨. 데릭 선장도 놀란 집중과 성실의 카리스마, 환경 전문
프로그램의 카메라감독님. 모두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내일이면 흔들리지 않는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다.
내일이면 된장찌개에 갈치구이를 먹을 수 있다.(이 배는 고래 캠페인의 작은 동참으로 생선을 먹지 않기로 해서 생선이라고는 멸치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엄마와 번잡이(우리 강아지)를 만날수 있다.
야후, 신난다. 빨리 닭장에 내려가 짐보따리를 싸야겠다.

특별히, 항해일지를 끝까지 읽어준 누리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사는일이 팍팍하고 힘겨울 때, 가끔 넓은 대양을 유유히 헤엄치는, 한마리 예쁜 고래를 떠올려 보실것을 권유하고 싶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아래 청옥빛 파도속을 가르는 한마리의 자유로운 영혼, 고래 말이다.

<선상 인터뷰-⑤>-레인보우 워리어호 선장 ‘데릭 니콜스(Derek nicholls)’
*배의
선원들은 물론 우리팀들도 모두 선장을 좀 무서워한다.
=내 성격탓이기 보다는 선장이라는 직함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언제부터 타셨나.
=1989년 12월부터다. 당시 뉴질랜드에서 레인보우 워리어 1호가 프랑스 정부요원에 의해 폭파된지 일년정도 지났을
때다. 호주 시드니항에서 처음 이 배를 탔다.

*그린피스와의 첫 인연은 언제 무슨 계기였는가.
=원래 내 고향은 영국의 웨일즈이다. 그전에는 상선의 일등 항해사로 일했는데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레인보우 워리어 1호가 폭파되는 것을 겪었다.
평소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그일로 인해 그린피스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배는 동력 범선인데 생각보다 돛을 잘 펴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의 연안에서 횡행하며 항해하다 보니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자주 펴지 못했다. 대서양을 횡단하거나 할때,
방향과 바람이 맞으면 돛을 사용해서 항해한다.

*일년에 몇달이나 항해를 하며, 항해가 끝나면 무엇을 하시나.
=3개월 항해하면 3개월 쉬니까 일년에 절반을 배에서 보낸다. 집(뉴질랜드)에 가면 매우 아름다운(웃음)아내와
스물여섯된 역시 예쁜 딸이 있다.
집에 있을 때는 주로 꿀벌을 친다. 그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과거 상선을 탈때와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탈 때, 각각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다르지 않나.
=그때도 지금도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다만 다른 현상이 있다면 그때는 고래를 쫓아가지 않아도 늘 항해길에
고래를 만나고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일부러 고래를 쫓아다녀도 보기가 어렵게 변했다는 것이다.

*다음에 다시 한국에 오고 싶은가.
=그렇다. 한국사람들과 처음 선박생활을 해보았는데 내 고향(웨일즈)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이고 상냥한 것이 닮아서 친숙함을 느꼈다.

*한국의 연근해를 항해하고 나서 특별히 느낀점이 있다면?
=지난 수십년 동안 항해하였고, 고래를 찾으러 다녔지만 솔직히 한국의 연안처럼 과도하고 밀집한 어획이 이루어지는
해역을 만난적이 없다. 매우 놀랐다.

*다음에 다시한번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가.
=물론이다. 한국사람들과는 처음으로 만나 선박에서 함께 생활을 했는데 내 고향(웨일즈)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성격에다 상냥해서 매우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그동안 그린피스와 함께한 항해일지를 읽어주신 누리꾼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지구를 지키는 무지개전사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4월2일
부산항에서 오픈보트를 하여 부산시민들과 함께 한 후, 4월4일 울산항에 입항하였다가 멀리 뉴질랜드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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