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항해일지-⑦]”앗, 고래다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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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알 수 없는 음식을 먹기도 지친 누군가 말한다.
“이제 일주일만 버티면 된다”

동해다.
날씨는 맑고 쾌청해 전형적인 봄바람이 바다 내음 속에 향긋하다. 육지에 있었더라면 쑥을 캐서 바지락 넣고 쑥국을 두어 번을 끓여먹었겠지.
울산 감포를 지나 송대말 2마일 해상에서 복카치오(영상팀 복감독)가 소리쳤다.
“리비, 고래야 고래!”드디어 항해 후 8일 만에 감격적인 첫 고래를 만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커다란 진회색
등짝을 슬쩍 보여주고는 사라져버렸다.
카메라맨이 작동을 하기도 전에, 하다못해 휴대폰 카메라를 켜기도 전에 그는 꿈결인 듯 왔다가 잠수하고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밍크고래인지, 심지어 상괭이인지 확인조차 못했다. 중요한 것은 고래는 분명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무슨 커다란 널판지가 떠내려 온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미끈거리는 등짝이 움직이잖아.”
모두가 아쉬움에 입맛을 쩝쩝 다셨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금 새 손님을 기다리는 수밖에.

첫 고래 발견 소식에 기운을 얻은 조사팀과 촬영팀은 새삼 눈에 힘을 주어 바다를 응시한다.
쌍안경과 눈 사이로 매운바람에 눈물이 자꾸 흘러내린다.
누가 본다면 저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님이라도 보낸 줄 알겠다.

정자항, 수념말, 대본말, 정족말, 석마암, 구룡포,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느슨한 항해가 계속된다.
물결이 잔잔하여 흔히 뱃사람들이’접시물’이라 일컫는 지경이다. 이를 본 문선생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우와, 장판을 깔았네, 깔았어. 그것도 깔깔한 비니루 장판을!”

▲ 동해안에서 고래관찰중인 레인보우 워리어호

문선생은 이번 조사단에 울산시민의 자격으로 승선하게 된 유일한 사람이다. 자신도 이전에는 고래 고기를 먹는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이제는 고래를 먹는 것 보다 보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자진 지원해서 승선하게 된 ‘치과의사’이다.
건치(건강한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들의 모임) 활동도 했던 전력으로 보아 돈버는 일보다는 보람을 찾는 일에 더 재미를 느끼는 듯
하다. 이번에도 이 주일간이나 병원 문을 닫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승선함으로써 졸지에 휴가를 얻은 간호사들의 입이 귀에 걸리게
한 장본인이다.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갑판에 서서 자신이 선장 같지 않냐고 물어대는 통에 다들 할말을 잃는다. 그래도 나이
많은(57년 산)맏형답게 짜증내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매사에 임한다.
특히 갑자기 말문이 트였다는 경상도 토박이식 영어발음이 들을 때마다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사투리의 억양은 영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당연히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틈날 때 마다 이에 대해 그와 의논한다. 어제 치통으로 고생한다는 필립에게 그가 내린 조언은 ‘마늘처방’이었다.
덧나지 않으려면 마늘을 구워 얇은 헝겊에 싸서 빠진 사랑니 틈에 물고자라는 것이었다. 필립은 시키는 대로 그리하겠다고 한다.
쌍안경으로 바다를 살피는 일이 퍽이나 고단했던지 선장실 벽에 기대 선채로 드르릉 드르릉 선실이 떠나가게 코를 골아서 모두들 머리를
내흔들게도 한다.

오늘은 모처럼 암스텔담을 통해서 배로 전송된 몇 장의 팩스를 받아서 돌려가며 읽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의 취재내용이다.
‘그린피스, 어민들과 싸움’ 그런 제목들이 눈에 띈다.
싸우다니! 모두들 어이없는 반응을 보인다. 그린피스는 물론, 공동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도 어민들과 싸우지 않는다.
싸워야할 이유도 없다. 포경을 찬성하고 있다는 어민들과 아직 토론회조차 한번도 열어보지 못했고, 그 흔한 말다툼조차 단 한번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마치 서로 치고받고 싸움질이라도 시작된 것처럼 과장되어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어릴 적 심술궂은 동네 형이 무심한 아이 둘을 서로 부추켜 싸움질 시켜놓고는 즐기는 모양과 같다.

모든 사안에는 한 가지 이상의 다른 의견들이 상존하는 법이다. 다양한 의견이 상존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이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꼭 싸운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포경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다함께 지혜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국내외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의 지향점을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성숙한 언론의 모습이 아쉽다.

그린피스는 물론 환경연합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오는 유월 울산에서 열리는 IWC(국제포경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상업포경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들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무저항 비폭력의 평화로운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고래라는 하나의 생물종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러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우리나라까지 온 것뿐이다.

<선상 인터뷰-③>-푸근한
‘옆집 이모 같은 사람’ 마틸다 (Matilda bradshaw)
-오늘은
예로부터 유명한 고래의 바다, 동해안을 돌고 있다. 처음일 텐데 어떤 느낌인가?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와
함께 세계 여기저기를 많이 다니지만 물빛이 맑고 아름답다.

예로부터 고래가 많았다는 바다이다. 오늘 항해하면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어업용 그물이 촘촘히
깔린 것에 좀 놀라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고래보호
논리가 어민들의 입장을 너무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뿐만 아니라, 어자원의 감소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고래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래들의
먹이 즉 수산자원도 나날이 줄고 있는 추세다.
현재 상태의 어업강도가 언제까지고 계속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고래문제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되었으면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갈등을 풀어나간 사례가 있는가.
많이 있다. 캘리포니아나 아이슬란드의 경우도 어업에 의존해왔지 않은가. 어족자원이 부족해지자,
얼마 전부터는 고래를 잡아서 파는 것 보다, 살려두고 경제를 살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즉 고래관광이 그것이다.
고래관광으로 전환한 결과, 오히려 수입이 더 늘었다는 통계가 이미 나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민들이 모두 어업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고래생태관광에 집중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업강도와
밀도를 점차 줄여나가고 대신 고래생태 즉 해양생태관광을 통한 수입을 확보함으로써 해양의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몇몇 언론들은 그린피스가 한국 어민들과 싸우러 온 것처럼 보도를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아니오’이다. 우리는 어민들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매우 심각한 위협에 처한 고래의 실상을 알리고, 아직은 포경보다는 보호에 주력해야 할 때임을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해양의 생태계가 건강해져서 고래가 많아지고, 고래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입장은 어민들과 같다.

이번 계기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하고 꼭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한국의 고래는 예로부터 유명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고래들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나 조사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은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것도 신비하게도
바다로 간 포유류이다. 그 몸집의 크기도 경이롭지만, 머리가 아주 영민한 똑똑하고 매력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이제 고래를 단순히 ‘먹는 것’, 수산자원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할 동시대의 생명체로
인식했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고래는 우리 인간을 위해서라도 살려서 공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동물이다. 알다시피 고래는 해양에서
가장 상위권에 있는 포식자이다.
고래 고기를 샘플링해서 분석해 본 결과, 상당수의 고래 고기에서 수은 등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이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오염물질들은 고래의 두꺼운 지방층에 장기간 축적되어지는데 이러한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 고래는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 정도를 과학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지표동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 런던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그린피스에서 일한지는 얼마나 되었나.
지금 서른일곱이니까 올해로 7년째다. 처음에는 영국 그린피스에서 일하다가 암스텔담 본부로 옮겨왔다. 그린피스에서
맡은 분야는 국제미디어 담당이다.
그전에도 주로 NGO 단체에서 일했다. 수마트라의 오랑우탄 보전활동에도 참여했었고, 에이즈예방 캠페인, 장애인들을
위한 NGO단체에서도 일했다.
돈이 목적이 아닌, 그러한 일들을 하는 것이 나는 늘 기쁘고 보람 있다.

배에 승선한 한국인 조사자들 사이에서 마틸다는 인정 많고 사람 좋은 ‘큰 이모’로 불린다,
알고 있었나.

(특유의 시원한 웃음) 아니… 매우 고마운 일이다.

통역/ 안치현
글/ 고래보호특별위원회 윤미숙 위원(거제환경연합)
사진/ 고래보호특별위원회 이성수 위원(월간 함께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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