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고래야,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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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하고 있는 혹등고래
Doc White/Innerspace Visions
www.comebackwhales.com

밤새 꿈에서 헤매다가 간신히 잠에서 깼다.

영롱한 듯 깊고 신비로운 듯 검푸른 바다세계가 펼쳐지면서 한동안 꿈만 같은 바다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물거품들이 눈앞을 가렸고, 어느새 거품 사이로 10미터는 거뜬히 넘을 것 같은 혹등고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이 깔린 바다 속에서는 혹등고래의 구슬픈 노래가 울려 퍼지고…나팔소리 같은 혹등고래의
노래 속에 애달픔이 담겨 있다. 수컷 혹등고래의 짝을 찾는 노래가 아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나?’ 걱정 반 호기심 반에 고래 곁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거구의 혹등고래는 꼬리지느러미를 위아래로 흔들며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마지막으로 귓가에는 ‘이제 우리 헤어질 시간이야’라는 고래의 메시지만 아른히 들릴 뿐이다.

나는 떠나려는 고래를 향해 힘겹게 손을 뻗으며 외쳤다.
‘고래야, 돌아와’

혼획·거래·유통으로 사라지는 고래들

지구상에 존재하는 고래의 종류는 84종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할 만큼 그 숫자가 점차 줄어들어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고래종이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마리만 남아
있는 한국귀신고래를 비롯해 브라이드고래, 밍크고래 등 68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레드데이타 목록에 올라와
있다.

상업적인 고래잡이와 환경오염 때문에 한때 번성했던 고래들의 숫자는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그물 등에 의한 해양오염 등이 고래의 생존 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미 야생동식물국제무역에관한국제협약(CITES)에서는
모든 종류의 고래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고,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지난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금지시켰으나 아직도
고래에 대한 불법포경은 계속되고 있고, 혼획과 좌초 등으로 실제 고래의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 서해안 해안가에서 발견된 상괭이 고래 사체. ⓒ 환경연합 고래보호위원회

지금 이 순간에도 혼획의 상처와 고래잡이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 때문에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는 고래들이 얼마나 많을까? 한국의 경우, 밍크고래와 혹등고래, 브라이드고래, 범고래 등 12~15종의
고래류가 매년 혼획되어 결국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유통된다.

10여년간 환경연합과 한국 고래고기 시장에서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유전자를 분석해오고
있는 스콧 베이커 교수(C.Scott Baker,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생물학부)는 “고래의 DNA 분석조사를 통해 한국에서
매년 여러 종의 고래가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혹등고래와 브라이드고래, 범고래, 흑범고래
등이 정부의 기록과는 다른 시기에 시장에서 거래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이커 교수 최근 공동조사기간 중에 “한국의 고래를 보호하려면 우선 혼획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콧 교수는 “지금과는 다른 어업방식이나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기존에 있는 해양보호구역을 활용해 고래보호구역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고래를
혼획한 어민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여 혼획에 대한 유혹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에 혼획된 고래는 포경이 허용될 당시 마지막 3년 동안 잡은 고래보다
더 많다고 한다. 고래고기의 법적·불법적 거래와 소비 때문에 고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3년 한해
동안 138마리, 한국에서는 88마리가 각각 혼획으로 희생되었다. 이 고래들은 신고과정을 거쳐 1마리에 1억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포경재개 목소리는 높아지고

한편, 고래잡이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협약을 체결하면서 1946년에 설립된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지난 1986년 상업포경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래, 최근 들어 일본과 노르웨이 등 포경 찬성국가들을 중심으로 고래잡이를
다시 하자는 주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 2004년 제56차 이탈리아 소렌토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 참가해 포경금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환경연합 고래보호위원회 최예용 위원. ⓒ 환경연합 고래보호위원회

지난해 56차 이태리 소렌토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 참석했던 환경운동연합 고래보호특별위원회
최예용(시민환경연구소 정책기획실장) 위원은 “포경재개를 찬반으로 결정하는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포경찬성국가인 일본이 주도하여
비밀투표와 표매수를 전략으로 포경재개를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국제포경위원회(IWC)도 고래를 지켜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이번 제57차 울산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는 고래잡이 금지 조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법적인 혼획과 포경의 재개가 고래종을 비롯해
해양생태계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고래보호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그린피스 캠페인 보트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1달여간 한국 바다를 항해하며 환경연합과 공동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환경연합은 고래가 조사명목으로 포경되는 것과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것, 혼획되는 것 등을 반대하며 고래모니터링 및
공동캠페인, 시민홍보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물고기가 아닌 지구상 가장 큰 포유동물, 고래

최근 울산지역이나 인근 지역에서 해안가로 밀려오거나 오징어잡이 그물에 걸려 혼획된
밍크고래가 해경에 신고되어 1여억원에 팔렸다는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보통 고래는 사는 곳이 바다라는 점을 제외하곤, 2심방
2심실의 심장을 가지고 태아를 품으며 새끼에게 젖을 물릴 수 있는 필히 인간을 빼닮은 포유동물이다. 물고기도 아닌데 자꾸
그물에 걸려 아까운 생명을 잃어버리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고래는 가축이나 인간이 양식하는 수산자원이 아니라 야생동물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울산에서 열린 고래보호 기념 심포지움에서 울산대학교 신만균 교수(생명과학부)는 “야생동물은 한번 멸종되면 복원되기 어렵다.
여타의 야생동물들이 야생조수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고래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고래는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수명이 길고 2~3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 등 번식률이 낮기 때문에 멸종에 취약하다.”며 고래를 보호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고래는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정점에 위치할 만큼 먹이망 전체에서 중요한 개체이기 때문에 고래의 개체수 감소는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고래 개체수 회복 위한 과학적 제반 조사 우선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을 방문했던 그린피스 고래보호 운동가 존 프리젤씨는 “지금 국제포경위원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지속가능한 포경을 허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관리계획을 만드는 것인데, 그린피스와 국제 동물복지기금(IFAW),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은 이러한 논의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면서 관련 자료와 제안을 분석하고 고래 보호국가들이 계속
강력한 보호 정책을 유지할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포경을 허용할 수 있는 과학적 관리계획이 세워진다고 해도 포경 반대국가들은 최대한 신중한 입장에서 이 계획이
합의되길 바라고 있다. 오히려 포경 금지를 유지하면서 고래 개체수 회복과 멸종위기의 고래종 복원을 위해 좀더 과학적인 모니터링을
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고래는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살아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이면서, 인간 다음으로 영리하다. 생김새부터 탁월한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누구에게나 매혹적이고 관심을 끄는 생물이지만, 이 고래가 인간의 머리와 손에 의해 소멸되고 있다.
다시 우리의 머리와 손으로 고래가 바다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 수 없을까?

[동영상]Time
to say goodbye..

글/사이버기자 조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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