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습지가 사라지면 사람도 사라진다’

2월 2일, 오늘은 세계 습지의 날로서 1971년 이란 람사에서 습지보전협약(람사협약)을
체결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협약에는 현재 144개국이 가입하여 습지와 관련된 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도록 국내 및 국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1억2천4백만 헥타에 달하는 1420곳의 습지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람사습지로 등록되어 보전되고
있습니다.

물이 주변 환경과 그 속에서 살고있는 생명체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는 지역을 습지라고
정의하는데, 얕은 물에 잠겨있거나 물높이가 지표면과 같거나 비슷한 땅이 모두 습지에 포함됩니다. 강과 호수, 해안습지, 갯벌,
산호초뿐만 아니라 양어장과 염전, 저수지, 논, 운하, 하수처리시설까지도 다 습지에 포함됩니다.

습지는 생산성이 높아 무수한 동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먹여 살리고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원을 제공합니다. 또한, 습지는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우리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는 완충지역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습지를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말 아시아 남부지역을 강타한 지진과 해일인데요. 이로 인해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초래되었지만,
습지가 잘 보전된 곳에서는 피해가 적었으며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피해가 더 컸다는 보고가 많이 있습니다.

ⓒ 마용운

해일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홍수림; 바닷물이나 민물에 잠기는 갯벌이나 강
하구 등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 등의 해안습지가 파괴되고 도로와 새우 양식장, 관광 휴양시설, 주거지 건설 등으로 해안지역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이번 재앙의 피해가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맹그로브 숲이 잘
보전되어 있던 곳은 해일 피해가 적었습니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는 어민들이 2만5천 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었었는데, 숲이
무성한 지역의 어촌마을에는 해일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해일이 닥쳤을 때는 어민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해일을 피해 맹그로브 숲 안으로 들어갔으며, 거센 물결 속에서 나무를 붙잡은 채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태국 서해안의 수린 군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동남아시아에서 산호초가 가장 잘 보전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산호초 몇 군데가 손상을 입었지만, 해일로 인명과 재산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해안으로 밀려오던
집채만한 파도가 산호초에 부딪혀 부서지는 동안 사람들은 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서도
산호초 덕분에 다른 지역보다 해일 피해가 훨씬 적었으며, 해일이 휩쓸고 간 이후 며칠만에 대다수의 휴양시설이 다시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의 맹그로브 숲이 잘 보전된 지역과 스리랑카 해안의 그린벨트가 잘 보전된 곳에서만
피해가 적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근처의 시메우레우 섬은 진원지에서 40km밖에 떨어져있지 않았지만, 넓은 맹그로브 숲이
섬을 보호하여 4명의 사망자만 발생했습니다. 반다아체에서 100km 떨어진 주록에서도 맹그로부 숲이 5개의 마을을 살렸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1999년 10월에 인도 오리사 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사이클론이
1만여 명의 사망자와 75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는데, 당시에도 일부 지역의 맹그로브 숲이 해일 피해를 줄였습니다. 1960년
초 방글라데시에서도 거대한 해일이 해안지역을 덮쳤지만, 맹그로브 숲 덕분에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행하지 않았다.

▲ 산호초로 둘러싸인 몰디브의 섬 ⓒ http://www.visitmaldives.com

이렇게 맹그로브 숲은 뿌리와 가지가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어 토양의 유실을 막고, 해일의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전세계 맹그로브 숲의 절반이 사라졌습니다. 자연재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던 맹그로브
숲을 대신하여 호텔이나 새우 양식장 등이 들어섰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인도 오리사 지역에는 적어도 1천 평방 킬로미터 넓이의
맹그로브 숲이 존재했었지만, 해안과 강 하루를 따라 새우 양식장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숲의 면적은 현재 215 평방 킬로미터로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난 1월 10일, 말레이시아 압둘라 바다위 총리는 해안에 너무 가까이 집과 건물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에 해일 피해가 컸으므로 어민들을 보다 내륙 쪽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해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맹그로브 숲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며 해안 개발계획은 맹그로브 숲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획되어야 하고,
이번 해일에 의해 파괴된 숲에는 맹그로브 나무들을 다시 심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우리도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태풍 ‘매미’에 해일이
발생하여 마산에서만 18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 역시 바다를 매립하고, 그 자리에 각종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자초한 비극입니다.

그러나,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제안한 새만금 조정권고를 정부가 거부한 것을 보며 또 한번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아시아 남부 열대지역에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갯벌이라는 소중한 해안 생태계가 있는데 말입니다.

해일 등의 자연재해 발생을 애초에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고, 또 반드시
줄여야 합니다. 갯벌과 사구를 비롯한 해안습지를 보전하고, 해안과 인근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것은 단순한 자연 보전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남아시아 지진 해일 피해복구를 위한 모금에 참여해주세요>

우리은행 109-602817-13-002
예금주: 환경운동연합
기업은행 402-011341-01-016 예금주: 환경운동연합

문의 : 환경연합 마용운 (T. 02-735-7000,
ma@kfem.or.kr)

글 / 국제연대국 마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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