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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러시아 넓적부리도요연구자 이반 탈덴코프씨를 만나다

지난 9월 5일, 인천공항으로 손님을 맞으러 갔습니다. 모스크바주립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스물 세 살의 이반
탈덴코프 (Ivan Taldenkov, idaldenkov@yandex.ru)입니다. 극동시베리아의 툰드라에서 번식을 마치고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중 새만금에서 쉬어 가는 넓적부리도요는 세계적으로 약 600~1,000 마리 정도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으로서
이반은 이 넓적부리도요의 중간기착지인 새만금 갯벌과 한국의 서남해안갯벌의 생태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으며, 새만금시민생태조사팀과 합류할 예정입니다.
저는 인천공항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이반을 데려간 다음 군산행 버스를 태워 보내는 일을 했는데, 버스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새만금으로 향하는 군산행 버스를 탄 러시아의 조류연구자 이반 탈덴코프.

Q_ 어떻게 해서 넓적부리도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A_
모스크바에서 나고 자랐고,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10대 때는 친구들과 여행 동아리를 만들어 같이 여러 곳을 탐방했는데,
러시아의 광활한 대자연에 매료되어 생물학 공부를 선택하게 되었다. 학사와 석사 과정에서는 고래 조사에 참여했고, 아무르 강에
사는 바다독수리(sea eagle)을 조사했는데, 3년전부터 넓적부리도요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이 새를 박사학위 주제로
삼았다.

Q_ 러시아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이들이 가장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 정부, 시민단체, 학계, 러시아에도 시민단체가 있는가? (그 전에 환경운동연합이
어떤 단체냐고 이반이 묻길래, 저는 저처럼 한 달 만원씩 기부하는 수만명의 평범한 시민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며, 한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 50여개의 지부가 있어, 여러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_
러시아에도 시민단체가 있지만 대부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이나 그린피스(Green Peace)같은 외국단체들이다. 이들이
러시아 정부나 나 같은 연구원들과 함께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며, 일본의 도요타재단이나 다카키재단도 많이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
환경운동연합처럼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grass-root NGO)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스크바 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환경보호단체가 있는데,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등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내가 지금 넓적부리도요를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국제북극권탐사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인데, 이것도 일종의 민간단체라고 볼 수 있다.

Q_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국제북극권탐사프로그램이란 어떤 것인가?

A_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Russian Academy of Science) 의 국제북극권탐사 (International Arctic Expedition) 프로그램은
15년 전 한 열성적인 학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지금도 이 프로그램 및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러시아의 서쪽 끝 바다에서 동쪽 끝 바다까지 전부 탐사하고 생물상을 조사했다. 여기에는 많은 학자들이 참여해서 조사했고, 학생들도 자원활동가로 참여했다.

Q_ 한국인도 그 조사에
참여할 수 있나?

A_
물론 환영이다. 일본습지행동네트워크의 사무국장이신 카시와기 미노루 씨도 이 조사에 잠시 참여했었는데, 그 때 그 분을 만났다. 단, 날씨가 엄청
춥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Q_ 도요는 바다와 접하고
있는 습지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넓적부리도요의 번식지는 어디인가?

A_
맞다. 도요는 바다와 접하고 있는 산의 사면에 둥지를 틀고 번식하고 바다와 가까운 습지에서만 서식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진 도요의 번식지는
바다와 6km 떨어져 있었다. 러시아 내에 넓적부리도요는 시베리아의 동쪽 끝인 오호츠크해 연안, 캄차카 반도보다 더 북쪽에 있는
추코카 지역의 연안이다. 이곳은 툰드라 지역으로 땅이 풀릴 때 도요들이 찾아와 번식하고 땅이 다시 얼 때쯤 한국으로 남하한다.

Q_ 현장조사를 많이 다녔나?
A_
학교가 모스크바에 있지만, 도요새 연구를 위해 추코카 지역을 세 번 방문했다. 넓적부리도요의 번식철이 되면 조사팀원들과 함께
식량을 준비한 다음 두 달 동안, 즉 번식기간 내내 번식지 근처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조사한다. 그런 조사가 인상 깊어서 넓적부리도요를
연구하기로 맘 먹게 된 것 같다.

Q_ 새만금 갯벌을 매립해서
농지로 만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_
새만금간척공사 얘기는 대략 알고 있다. 한국의 사회적 상황이나, 한국 정부가 그 공사를 추진하는 경제적인 목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새만금 간척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단지 내가 아는 것은, 새만금 갯벌이 사라질 경우
전세계에 600~1,000마리밖에 안 남은 넓적부리도요의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넓적부리도요
이외에 다른 철새들에게도 새만금 갯벌은 너무나 중요하다.

▲넓적부리도요 그림을 들고 있는 필자

<인터뷰 뒷이야기>
이반은 눈이 너무 착하게 생긴 젊은이였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밴딩(Banding, 연구를 위해 새의 다리에 표식을 다는 일) 작업을
하면서 찍었던 넓적부리도요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 중 한 장을 제가 사진기로 찍으려고 하자 선물로 준답니다. 모스크바에서 아홉
시간을 날아와 많이 피곤할 텐데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군산까지 세 시간이나 걸리니 점심을 먹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새만금 갯벌을 빨리 보고 싶었는지 바로 가겠답니다. 군산행 버스에 태워 놓고서야 저도 사진 찍을 시간을 얻었습니다.

공항에 사람을 마중 나갈 때 흔히 종이에 이름을 크게 적어서
들고 서 있습니다.
저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글씨는 하나도 안 적고, 조류도감을 보면서 넓적부리도요 그림을 한 장 그려 전날 준비한 다음 그걸 들고
공항에 서 있었습니다. 이반이 그림을 봤는지 제쪽으로 다가왔는데, 이반은 넓적부리도요 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진 옷을 입고 있어서
제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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