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참가기]생명의 물줄기 머금은 DMZ를 찾아서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요즘같은 날씨면 ‘덥다’는 말도 무색하다. 차라리 ‘숨막히다’가 더 알맞은 표현이다. 매일같이 35~6도를 맴도는 뜨거운
도심의 열기. 폭염은 계속되고, 오존주의보는 지난해에 비해 배로 늘어나 어느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숨막히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시원하게 보내고 싶건만 시시때때로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는 도시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뜨거운 도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조금은 다른 방법이지만 녹색의 물결을 이루는 백두대간을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가보지 않았으나 확트인 자연이 눈에 선했다.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래서 선택했다. D/M/Z.

피서철의 절정인 8월 첫째주 5일 새벽, 첫차에 몸을 실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차안은 내설악의 산과 계곡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짐을 꾸려 나선 사람들로 붐볐다.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원통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먼저 기행팀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환경을생각하는교사들의 모임(환생교) 선생님 20여명을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 곳에서
조금 벗어나 인적이 드문 DMZ 민통선 부근으로 향했다.

비무장지대, DMZ은 50여년동안 사람의 출입이 없어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철책선 사이로 남과 북의 바람만
드나들 뿐 사람은 자유롭게 오고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DMZ를 가로지르는 하천들은 모두 임진강과 한강 하구 지점에서 모두 만난다. DMZ 생태계는 더욱 넓게 펼쳐져
원형을 그린다. 백두대간에서 서해안까지 생태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환경연합 DMZ특별위원회를 담당하고 있는 생태보전국 황호섭 국장은 “한반도의 거대한 생태축을 이루는 백두대간이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로 물줄기나 생태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DMZ의 생태, 문화, 역사, 평화, 남북환경협력,
개발현황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DMZ 조사기행의 의의를 밝혔다.

북녘땅이 보이는 그곳에 산양이 살고 있다

“덜커덩, 덜커덩~~”
좌우상하로 심하게 흔들리는 차를 타고 구비구비 산비탈을 올랐다. 오는 길은 민간의 출입을 제한하는 민통선 안이라 군인의 검문을
몇 차례 걸쳐야 했다. 아직까지 긴장감이 맴돌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특별한 감정이 더했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와 20~30분 지난 곳에서 까치 살모사 사체를 발견했다. 또 한쪽 공터에서는 앞발이 미끄러지면서 앞 발자국이
벌어진 모양의 노루발자국을 보았다. 생명이 죽고 사는 이곳의 자연은 민통선 밖의 자연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건봉산에서부터 산줄기를 타고 넘어오면서 향로봉 능선이 훤히 내다보이는 을지로에 다다른 순간 펼쳐진 자연의 그림은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이번 DMZ 기행에 강사로 참여하신 박그림(설악녹색연합) 선생님이 지도를 펼쳐놓고 산줄기 하나, 산봉우리
하나를 집어가며 DMZ의 생태축을 설명했다.

▲ 백두대간 ⓒ 조한혜진

기행팀원들은 박그림 선생님의 “사천리 남방한계선이 보이는 산줄기에 산양이 살고 있다.”는 말에 다음 코스에 기대를 잔뜩 걸었다.

드디어 민간통제선의 끝이자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비무장지대의 남방한계선을 바라보게 되었다. 남방한계선을 왼손으로
움켜잡으며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2000여 계단을 오르며 눈앞에 펼쳐진 산들에 감탄사가 연발했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짙은 녹음이 안개를 머금어 향기로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있다가 저 아래로
조용히 귀기울이니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귀 안 가득히 들렸다. 신선이 된 기분이다. 산 능선 아래부터 몰아 오는 구름은
어느 새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녹색의 물결 속으로 산양이 뛰어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쉽게도 그날은
안개가 자욱해 산양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생명의 물줄기는 하나로 이어진다
진귀한 야생동식물의 보고, DMZ

내려오는 길에 인북천을 따라 버드나무 군락 등이 즐비해있는 배후습지를 만났다. 인북천. 옛 지도를 보면 농경지로 사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지금은 철책이 생긴 이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습지 그대로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수생식물과 버드나무 군락 등이 인북천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제방이 쌓여 있고 인위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그런 하천이
아니었다. 깊은 산 속에서 이런 자연 습지의 경관을 보기는 쉽지 않다. 기행팀원들은 개발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강에 의의를
두고 그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인북천 배후습지ⓒ 조한혜진

다음날 아침,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에 위치하고 있는 대암산을 찾았다. 이곳은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으로
펀치볼 분지와 큰 용늪, 작은 용늪으로 이루어져 있는 928여만평의 생태계보전지역이다. 대암산을 오르는 길 초입에는 뱀 두
마리가 입을 쫘~악 벌리고 있는 모양의 ‘참배암차즈기’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외도 대암산에는 독특한 야생화 군락을 관찰할
수 있다.

▲ 대암산 용늪 람사 사이트 인근에서 발견되는 야생화ⓒ 조한혜진


대암산 용늪
정작 대암산을 생태계의
숨겨진 보고로 만드는 것은 바위가 아니라 산 정상부의 해발 1280미터에 위치한, 동서로 275미터, 남북으로 210미터나
되는 대형습지다. 민통선 내의 이 습지는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희귀한 고층습원이다. 약 4천∼5천년전에 형성된 7490평방미터의
이 습지는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 하여 용늪이라 불린다.

군 초소를 거쳐야만 도착 할 수 있는 용늪은 아래에서 올려다 본 바위산의 위엄과는 또 다르게 짙은 안개 속에 펼쳐진
초록의 물결로 신비감을 더했다. 푸른 구름 위를 걷는 듯 현기증을 느끼며 용늪의 신비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대암산
용늪은 지난 1989년 환경부에서 자연생태계보전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해 왔다. 한편 1997년 3월에는 세계적으로 주요한
습지의 침식과 손실을 막고, 서식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람사협약」에 가입된 우리나라 람사 습지
1호이기도 하다. – 발췌 『함께사는길』 2003.10월호

안개 자욱한 길을 올라 용늪 인근에 도착했다. 바람따라 촉촉한 안개가 밀려와 내 몸을 스쳐지나갔다.

▲ 금강초롱ⓒ 조한혜진

저만치에서 바라보는 용늪 우측 산 밑에서 밀려온 안개구름이 산 등선을 넘어 용늪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초록의 산으로 둘러쌓인
용늪이 산사의 안개를 모두 들이 마시는 듯 했다.

용늪 전경의 신비로운 매력에 푹 빠진 기행팀은 하산하는 길에 멋진 친구를 만났다. 대암산 용늪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 금강초롱. 세계적으로
진귀한 이 꽃을 발견한 기행팀원들은 연한 보랏빛 금강초롱의 아름다운 자태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환생교에서 참여한 윤화영(전북 간충초) 선생님은 “사실 DMZ이라고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철망이 쳐 있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것 하나 다를 뿐 그 곳에 살고 있는 생태계는 우리 주변의 생태계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그대로 보존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DMZ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2004 ‘DMZ를 찾아서…’에 참여한 기행팀.
이들은 오는 15일까지 서해안 비무장지대에 이르는 곳을 돌아볼 예정이다. 사진 배경은 을지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펀치볼
ⓒ 조한혜진

글/ 조한혜진 기자

admin

(X) 습지 해양 소식의 최신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