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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중]국제포경위원회 제56차 연례회의를 열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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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회의의 첫 안건은 어제 논의하다 중단한 ‘북서태평양 귀신고래에 관한 결의안’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당한 의견차를 보이며 대립하고 있던 찬반 양측은 간밤에 몇몇 주요 회원국 대표가 모여 결의안 문구를 수정한
내용을 새로 제출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큰 반대의견 없어 이번 회의에서 첫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100여마리만 생존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생식이 가능한 암컷은 23마리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북서태평양 귀신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번식지와 먹이 섭취지역, 이동 경로에 대한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해야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주요 내용입니다.

▲포경을 중단하라는 그린피스 캠페인
▲그린피스가 준비한 고래 모양의 ‘Free Whales’라고 쓰여있는 케익을
자르는 뉴질랜드 수산장관(좌)과 이탈리아 대표, 영국 해양장관

특히, 귀신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사할린섬 일대의 귀신고래 개체군과 서식지를 시급하게 보호해야 하며,
현재 진행중인 러시아-미국, 러시아-한국 사이의 공동 조사가 확대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국(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은
고래의 이동과 분포, 번식, 개체군 숫자 파악 등을 위한 국가적인 조사계획을 개발하거나 확대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또한,
지금 진행중인 사할린 유전과 가스 개발이 귀신고래에게 미칠 영향을 조사하도록 협약 사무국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합의가 멸종을 코앞에 앞둔 북서태평양 귀신고래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켜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라지만, 이제는 관련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주변 각국이 귀신고래 보호와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지원을 할 때 동해바다에 귀신고래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후에 진행된 회의 주제는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해오던 고래잡이와 각 지역 고래에 관한 관리계획수정,
관리절차수정, 혼획(다른 수산물을 잡으려 설치한 그물에 고래 등이 걸려 잡히는 것)된 고래의 수 추산 등이었는데, 포경 찬성국가와
반대국가 사이의 지루한 공방이 하루 종일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관리계획수정에 관한 의장의 제안문은 회원국 사이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초래했습니다.
지난 10년 넘게 관리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논의가 무성했지만, 아무런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일본 대표는
내년에 울산에서 개최될 차기회의에서는 반드시 이에 합의해야한다며 포경 반대국가를 압박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는 회원국의 합의에
의해 고래 자원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래 역할이므로 이를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포경 반대국가들은 관리계획수정이 상업포경 금지(모라토리엄)를 철회하고 상업포경이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고래와 같은 생물자원을 잡아먹어서 이용할 수도 있지만,
고래와 해양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면서 고래관광 등을 추진하면 그만큼의 경제적인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회의장 밖에는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 등에서 만든 고래 관련 자료를 통해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고래 잡는 방법과 관련된 동물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꼭 같은 대립이 반복되었습니다. 포경 반대국가들은
고래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인데, 그런 고래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인도주의적으로 잡는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일본 등의 포경 찬성국가들은 그러한 내용은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심지어 호주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캥거루를 총으로 쏘아 잡는데, 그런 나라 대표가 어떻게 동물복지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느냐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지고 있으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과학이라는 것에 대해 새삼 회의가
생깁니다. 과학이 이념과 국가 이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에 무척이나 씁쓸함을 느낍니다.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인류의 이익과
미래를 위한 것일지 차분하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작성일/ 2004년 7월 19일
글, 사진/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국제연대국 마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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