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다시 날아오르는 저어새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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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강화 선두리 선착장 인근 갯벌에서 저어새 ‘온누리 K-39’ 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행사가 있었다. ⓒ 조한혜진

“자, 상자를 열겠습니다. 하나, 둘, 셋”

그 순간 긴장감이 맴돌더니 사람들의 숨소리가 작아진다. 상자 안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는 저어새 한 마리에게 사람들은 시선을
고정시켰다.
간만에 밟는 갯벌의 푹신함이 어색한지, 어린 저어새는 몇 발자국 걸어오는 동안 멈칫멈칫 주변을 살핀다. 200여m를 곧장
걸어간다. 그리고 몇 번 뒤돌아본다. 사람들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저어새가 행여나 적응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조이며 저어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동안 사람들과 정이 들었나봐, 자꾸 뒤를 보네”
“빨리 친구들 곁으로 돌아가, 잘 살아”

이윽고 ‘퍼덕퍼덕’ 날개짓을 하더니 다시 갯벌 위를 날아올랐다. 다행이었다. 아프기 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잠시 후 갯골에 내려앉아 허기를 채우려고 부리를 이리저리 휘젓기도 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강화 선두리 선착장 인근 갯벌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8일 여수시 낙포동
송원 물류센터 앞 부두에서 발견돼 구조된 어린 저어새를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는 문화재청,
강화군 관계자와 저어새 보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저어새 가족 30여명이 참여했다.
그동안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은 어린 저어새는 인터넷을 통해 공모한 이름 ‘온누리’과 K-39라는 가락지(동아시아 국가간
모니터링과 저어새 생태 연구를 위해 새의 다리에 달아주는 약속의 반지)를 얻고 일반 저어새들의 서식처인 강화 갯벌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1320g의 거의 완벽한 건강 상태에서 저어새 ‘누리’는 원래 살아야 하는 그 곳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행사에 앞서 그동안 누리를 돌봤던 김영대(42. 순천온누리동물병원 한국야생동물구조센터)씨는 처음 누리를 보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850∼900g 정도의 몸무게에 거의 탈진상태였다. 위 속이 비어있었는데 설사를 심하게 했다.
날개가 부러지거나 외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못 먹어서 가슴에 근육이 없고 툭 건들면 픽 쓰러질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김씨는 포도당, 아미노산, 비타민 등을 공급하기 위해 수액을 달고 탈수교정과 원충구제 등 응급치료를 했다. 보통
1kg당 40~50ml를 투여하는 수액도 누리에게는 10~12시간 동안 150ml를 투여했고, 배설상태를 확인하며 세균성
중독여부도 세심히 살폈다.
김씨는 “여수에서 발견될 당시 이 저어새가 인근 섬에서 서식하면서 먹이공급을 제대로 못받았거나 신선하지 못한 먹이를 먹어서
탈진 상태까지 간 것 같다.”고 추측했다.

“누리가 오고나서 3∼5일간은 안심할 수 없었다. 관찰결과 1년생 암컷으로 추정됐는데 보통 1년생이 갖는 1.5kg 정도의
무게가 나가지 않았고 구조센터의 환경도 그리 좋지 않아 좁은 우리 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얼마나 많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반심반의했다. 과연 이 녀석이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누리는 예상과 달리 차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조 8일째 되는 6월 25일에는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잡아먹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일주일이 넘도록 저어새 누리를 치료한 순천 온누리동물병원 측은 국제적인 멸종 위기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저어새에 더
많은 애착을 가졌다.
김영대씨는 “백로나 왜가리 등은 흔히 보는데 저어새는 실제로 처음 봤다. 치료도 처음하게 되어 저어새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다. 구조활동 6여년을 하면서 저어새처럼 귀한 새를 보고 치료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 “왜 저어새인지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보기 전에는 부리가 주걱처럼 되어 있어 매우 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부리로
휘저으며 좋은 먹이감을 잽싸게 낚더라. 보기보다 빨랐다. 저어새는 참 재미있게 생겼다. 우아한 맛도 있다.”라며 매력적인
저어새의 모습을 설명해줬다.

▲ 누리에게 k-39 가락지를 달아 준 한국교원대 저어새 연구팀 김수일 박사.

김씨는 병원의 여건이나 상황 때문에 조난 당한 야생동식물들이 구조되어도 죽어서 나가는 경우가 더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건강을 되찾은 저어새 누리에게 더욱 고마웠다는 애정도 표했다.

이번에 누리에게 K-39라는 가락지를 부착시킨 한국교원대 저어새 연구팀 김수일 박사는 “누리가 병원에서 이송해 학교 연구실로
왔을 때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동물병원팀의 빠른 응급처치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열흘 정도 보살피면서 참 정이
많이 들었다. 눈빛이 까맣고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 이 어린 저어새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지금, 잘 키운 이쁜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느낌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잘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어새 누리가 인간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은 긴 여운을 남겼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동아시아의 하늘을 활주하길
바란다.

‘몇 년 뒤에도 이곳으로 찾아와 그 멋진 주걱부리와 하얀 날개깃, 보여줄꺼지?’

글, 사진/ 강화=조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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