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저어새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대만 타이난 해피패밀리(Tainan HAPPY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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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오전 9시, 우리 일행은 타이베이 버스터미널에서
타이난행 버스를 탄다. 타이베이시에서 타이완 섬의 왼쪽 해안을 따라 내려오면 타이난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타이난을 떠난 직후
천슈이빈 총통이 총탄을 맞아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쩡원강하구와 치쿠습지를 비롯한 타이난은 세계 최대의 저어새 월동지이다.

해피패밀리와의 기분좋은 만남
우리 일행이 타이난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타이베이시에서 고속도로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데다 버스가 타이중을
경유하는 바람에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배나 더 걸렸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1시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해피패밀리 HAPPY
Family’분들이 반갑게 창문을 두드린다. ‘해피패밀리’는 타이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어새보전단체로 지난 11월, 제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저어새보전워크샾에도 네 분이나 참여하시기도 했다. ‘해피패밀리’의 본래 단체명은 ‘저어새가족야조학회’인데 저어새의
중국어 발음인 ‘헤이미엔피루’의 대표글자인 ‘해피’와 영어의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를 합쳐서 영문단체이름을 ‘해피패밀리’라고
하고 있다. 한 번 들으면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이름이다. 해피패밀리의 대표를 맡고 계시고 이 단체의 모든 대외적인 역할을
담당하시는 린번추선생님, 항상 멋진 꽁지머리와 입가가 올라가는 웃음을 띠고 계시는 왕징치선생님. 왕징치선생님의 멋진 저어새 사진은
한국에서 제작한 포스터와 여러 홍보물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부부 모두 저어새보전운동에 헌신하고 계시는 황선생님, 오선생님.
해피패밀리의 가장 막내인 황준치씨의 수줍은 미소까지도 모두 여전했다.

저어새가 겨울을 나는 곳, 쩡원강 하구와 치쿠습지
타이난의 저어새 월동지는 크게 쩡원강하구와 치쿠습지로 나누어진다. 타이난현과 타이난시를 나누며 흐르는 쩡원강의 하구에는 해류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수문이 세워져있다. 그러나 현재는 연중 수문이 열려 있어 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라군(Lagoon,
潟湖)’이라는 지형이름으로 불리우는 치쿠습지는 바다로부터 밀려온 모래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등으로 인해 수개의 작은 호수들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라군’의 지형을 이용한 굴양식장, 새우양식장 등이 많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 치쿠습지내에 있는 쓰차오습지(쓰차오보호구)는
대만에서 처음으로 저어새가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저어새를 비롯한 많은 물새들을 보전하기 위해 보호구로 지정되어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보호구로 지정된 이후에 저어새가 이곳을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보호구로 지정되고 난후
조사활동 등 사람들의 인위적인 간섭이 더 빈번해진 것이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린번추선생님의 설명이다. 쩡원강하구와 치쿠습지를 비롯한
타이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저어새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우리가 타이난을 방문한 3월 16-17일에는 이미 저어새들이 번식지를
향해 떠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쩡원강 하구에서는 122마리의 저어새가 그리고 쓰차오보호구 바깥에서는 150마리의 저어새가 관찰되었다.

▲ 치쿠습지 경관 ⓒ 김경원

서해안 비도에서 타이난 쩡원강하구까지. 치쿠습지에서 만난 K36
쓰차오보호구를 둘러본 우리 일행은 보호구 바깥에 저어새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동했다. 린번추선생님의 설명대로
쓰차오보호구내에서는 저어새를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약 150마리의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K36이
있었다. 지난 2002년 6월 2일, 서해안 DMZ일대의 무인도인 비도에서 유색가락지를 단 K36이 이곳의 저어새들 사이에서
깃을 다듬고 있었다. 왼쪽다리에는 빨강색-흰색-녹색조합의 유색가락지와 오른쪽 다리에는 ‘K36’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빨강색 가락지를 달고 있었다. 지난 2003년 10월, 쩡원강하구에서 K36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다. 비도에서 직접 K36에 가락지를 달아주었던 김경원국장님, 박종학선생님, 복진오감독님의 눈길이 오래오래
K36위를 맴돈다. K36은 저어새의 삶의 터전이라는 공통의 명제 아래 한국과 대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타이완에 서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타이완에서 K36을 보고 있는 타이완 사람들에게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2003년 보툴리즘이후 타이난의 변화
지난 2003년 겨울, 타이완에서 보툴리즘으로 인해 저어새 73마리가 집단폐사한 사건은 타이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저어새와
저어새 서식지의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현재 전 세계에 저어새가 약 1,200마리 남아있는
것을 생각해볼 때 73마리는 매우 큰 숫자이다. 당시 환경연합에서도 한국교원대학교의 김수일박사님을 비롯한 DMZ특별위원회가 직접
타이완을 방문하여 1주일동안 조사활동을 벌였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쩡원강하구의 한 조류관찰소에서는 쩡원강 하구의 저어새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쩡원강 하구에 저어새를 보기 위해 오는 많은 사람들이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통해 저어새를 관찰할 수도
있지만 편안하게 앉아서 화면을 통해 저어새의 모습을 아주 가깝게 관찰할 수도 있었다. 이 시스템은 해피패밀리의 린번추선생님이
타이난시정부에 제안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 방송을 통해 저어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립 청쿵대학교와 협력하여 쩡원강 하구에 자동으로 수질과 온도를 측정하는 기계를 설치하여
서식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었다. 자동측정기는 쩡원강 하구에만 설치되어있었지만 다른 곳의 저어새서식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더욱 강화하는 등 보툴리즘 이후 타이난이 저어새와 그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 쩡원강하구의 조류관찰소에 걸려있는 저어새사진 ⓒ 김경원

저어새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 우리는 모두 해피패밀리다.
저어새보전을 위해 가장 현장에서 뛰고 있는 해피패밀리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우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타이난 언론인들, 하루 종일
쩡원강 하구의 조류관찰소에서 저어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타이난시 직원, 자신도 해피패밀리의 회원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선착장에서 만난 선장님 등 타이난의 많은 사람들이 저어새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타이난에 찾아온다는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저어새가 계속 타이난을 찾아올 수 있도록 타이난을 저어새를 위한 가장 훌륭한 서식지로 보전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곳 타이난에 저어새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또한 이들과 함께 저어새를 보전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참을 느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저어새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 해피패밀리였다.

글/ 선영 생태보전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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