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도요새의 기착지 영종도를 가다

인천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영종도와 작은 섬들, 그리고 갯벌의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수많은 철새들이 장거리 비행에서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찾아오는 이곳의 모습을 새들의 눈 높이에서 바라본다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철새들에게 영종도는 어떤 곳일까?

▲ 구름처럼 몰려 날고있는 도요새 무리

나를 비롯한 하호 회원들에게 영종도는 장다리물떼새, 할미새, 논병아리, 저어새, 청다리도요, 검은머리갈매기
등 다양한 종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탐조에서는 4-5월 무렵 호주와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 시베리아로 장거리
비행을 하다가 이곳에서 쉬고 가는 여러 종류의 도요새와 물떼새를 볼 수 있었다.

▲ 짙은 색의 등과 흰 배를 번갈아 보이며, 도요새 구름이 반짝거리는 장관을 보여준다.

영종도에 도착하자 남쪽 방조제에서 따스한 햇볕 아래 쉬고 있는 도요새 무리가 보였다. 부리가 낫처럼
길게 휘어진 알락꼬리마도요과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민물도요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들의 형태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으니 큰뒷부리도요, 뒷부리도요, 개꿩, 붉은가슴도요, 흰물떼새 등 이전에는 보지않았던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리의
모양, 깃털의 색, 몸의 크기 등으로 조류도감에 있는 이름을 찾아내느라 오랫동안 남쪽 방조제를 떠날 수 없었다.

▲ 갯벌에서 쉬고 있는 도요새 무리

점심때쯤 만조에 다다르자, 새들이 하나둘씩, 때로는 여러 마리가 함께 방조제 건너편으로 날아들어왔다.
이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수많은 민물도요가 갑자기 한꺼번에 비상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군무는 한참동안 이루어졌고 하호
회원들을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은 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망원경으로 본 도요새들. 대부분 민물도요이다.

하지만 이번 탐조를 계기로 화호 회원들에게 영종도는 개발과 보존의 균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곳이 되었다. 북쪽 방조제에서는 제2 활주로 공사로 평탄화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고 작년에 보았던 논병아리, 할미새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금기가 없어질 때까지 매립되어 방치되어있는 땅들은 말라서 갈라져있었고 한 두 마리의 물떼새가 종종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 인천국제공항 부근. 이곳도 한때는 무수한 생명이 넘치던 갯벌이었다.

해마다 이곳을 찾았던 우리는 개발의 빠른 속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다양한 새들을 자연스럽게 관찰하던 활동도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무섭고도 슬픈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제2 활주로 부지 근처에는 벌써 중장비가 투입되어 새로운 공사가 시작되었다.

보전만큼이나 개발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이들 사이의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철새들에게
영종도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곳이 아닌 더 이상은 살수 없는 땅으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 : 임보영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회원 모임 ‘하호’ 회원)
사진 : 마용운 (국제연대국 부장)
하호 홈페이지 http://haho.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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