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옥구염전에서 다시 시작하는 지구인의 삶

지난 4월 5일, 매달 첫 번째 토, 일요일이면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새만금을 찾았던 나는 2박 3일 조사일정의
마지막 모임장소인 옥구염전 제방에 힘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만경강 하구와 서해 바다가 만나는 열린 하늘 아래 까만
염전 바닥을 햇빛에 반짝이며 오롯이 펼쳐져있었던 옥구염전. 염전 너머로는 파란 보리싹이 봄볕에 열심히 키를 더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새만금 지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야트막한 야산이 무게를 더하고 있었던 곳. 매년 봄, 가을이면 북극권에서
남극권까지 세상에서 제일 먼 여행을 한다는 도요·물떼새 수만 마리가 부지런히 올라오며 내려가며 이용하던 이곳에 포크레인 다섯
대가 쉴 새 없이 오가며 땅을 뒤엎고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반복적인 포크레인의 움직임 아래 염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큰뒷부리도요 ⓒ Brent Stephenson 2003

지난 12월 마지막으로 옥구염전을 찾았을 때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바닷물의 염도가 점점 떨어져
옥구염전이 더 이상 염전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사실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옥구염전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파헤쳐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염전 입구 쪽에 아직 포크레인의 손을 타지 않은 채 움츠리고 있는 약간의 염전이 아니라면
처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옥구염전의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서해바다로부터 밀고 들어오는 바닷물에 만경강 하구에
넓게 드러나 있는 갯벌이 잠기면 일제히 옥구염전 안으로 날아들어올 도요·물떼새들을 기대하며 이곳을 찾아온 나의 동료들의 시선은
포크레인의 움직임을 따라 멍하니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어쩔줄 몰라하며 제방위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시던 서천환경연합의 여길욱
국장님은 드디어 우렁우렁 큰 소리를 내지르고 만다. 미처 다 내놓지 못한 그의 말이 눈가에 붉게 맺힌다.

▲파헤쳐지고 있는 옥구염전 ⓒ황호섭

새우양식장을 만든단다. 염전 바닥을 긁어내고 가로 4m, 세로 2m가 넘는 둑을 돋우어 만평짜리
새우양식장 25개를 이곳 옥구염전내에 만든다 한다. 세 사리에 걸쳐 바닷물을 담아놓으면 5월말부터 치하를 집어넣을 수 있고……8월말이면
벌써 다 큰 새우를 출하할 수 있기에……단 시간에 승부를 볼 수 있기에……돈만 있다면 새우양식은 해볼만한 일이란다.
그러나 그렇게 짜릿한 승부를 맛보기 위해서는 이 곳은 열린 하늘 아래 있다 하더라도 진공상태가 되어야 한다. 한 번 바이러스가
돌면 그 해 새우양식은 고사하고 땅마저도 못쓸 땅이 되어버려 결국은 버리고 떠나는 일 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새우양식을 하는
사람들은 양식장 주위에 사람조차 출입할 수 없도록 줄을 쳐놓는 등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게다가 1m가 넘게 물이 담겨있는
양식장은 오리처럼 헤엄을 치거나 잠수할 수 없는 도요·물떼새들에게는 전혀 이용할 수 없는 땅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 도요·물떼새가
한데 나누어 쓰던 훌륭했던 집이 이제는 사람의 욕심 외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땅이 되어버렸다.

우리에게 새만금으로 더 많이 알려진 옥구염전을 비롯한 만경강·동진강 하구는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황조롱이, 새홀리기, 매,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등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수많은
물새들이 도래하는 곳이다. 특히 봄·가을이면 멀리 번식지인 러시아 시베리아로부터 겨울을 나는 호주, 뉴질랜드까지 이동하는 도요·물떼새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어간다. 특히 만경강·동진강 하구는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 중 가장 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도래하는 곳이다. 지구상에 약 1,000개체밖에 남아있지 않은 넓적부리도요도 100~150개체가
매년 가을 이곳 옥구염전을 통과한다. 따라서 번식지와 월동지를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로서 새만금의 건강성, 옥구염전이 도요·물떼새의
서식지로 오롯이 남아있는 것이 곧 전체 동아시아 호주의 도요·물떼새 이동경로의 건강성을 좌우하는 요인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또 새만금 갯벌보전운동에 함께 하는 것도 이와 같이
새만금 갯벌이 호주의 남동해안갯벌과 러시아의 아무르강유역, 시베리아의 척키반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난 4월 10일, 군산시청은 “개발행위 제한구역내에서의 개발행위”를 이유로 옥구염전내의 새우양식장
조성공사를 중단시켰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과 지역단체들 그리고 환경연합 습지보전위원회에서 옥구염전이 처한 위기를 안팎에 알리고
공사의 즉각적인 중지를 위해 며칠 동안 동분서주한 끝에 얻어낸 작은 결실이다.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이미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운
옥구염전을 도요·물떼새를 비롯한 수많은 물새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우리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벌써부터 만경강·동진강 하구에
속속 도착하고 있는 도요·물떼새들을 위해 옥구염전의 생태계를 시급히 복원하는 일, 그리고 생태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아무런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옥구염전이 사회적 합의와 보호 아래 놓이게 하는 일 등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서식지를 보전하는 일은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이 땅, 이 지구에 대한 합의이다. 2004년 지구의
날, 다시 한 번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지구라는 복잡다단한 그물망에 깃들여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삶에
대해서 말이다.

글/ 생태보전국 선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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