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시민이 만들어가는 땅, 타이페이 관두자연습지

지난 3월 15일부터 3월 21일까지 6박 7일 동안 환경재단의 지원으로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과 정책실, 시민환경정보센터,
제주환경연합, 제주새를좋아하는사람들, 습지보전연대회의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보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7명의
활동가들이 저어새의 최대월동지인 대만과 홍콩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그린뉴스레터의 지면을 통해
대만·홍콩 방문기를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자리를 빌어 이와 같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환경재단측에 감사드린다.

가장 많은 저어새들이 겨울을 나는 땅,
타이완

3월 15일 오전 11시 30분, 세 시간여의 비행 끝에 비행기가 낮게 활강하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우리나라의 잘 정리된 농경지를 생각나게 하는 물꽝들이 눈에 들어온다. ‘타이페이의 현재 기온은 18도’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을
듣는 순간 갑자기 덥다는 생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지구상에 1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 중 가장 많은 저어새들이 겨울을
나는 나라 타이완. 지난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아시아 저어새 월동지를
중심으로 진행된 국제저어새동시센서스에서도 대만에서 월동하는 저어새는 632마리로 다른 월동지에 비해 단연코 앞서 있었다. 과연
어떤 서식지 조건을 가지고 있길래 저어새들은 매년 대만을 찾아오는 것일까. 대만의 저어새 최대월동지는 수도 타이페이에서도 4시간여
버스를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타이난현의 쩡원강하구이다. 우리 일행은 타이난현으로 이동하는 것을 내일로 미루고 오후를 타이페이야조회의
활동가들과 함께 타이페이시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공원인 관두자연공원(이하 관두자연습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지하철 담슈이(淡水)선을 타고 30분, 관두자연습지
가는 길

타이페이시 중심가에서 지하철 담슈이선을 타고 타이페이시 서쪽으로 약 30여분을 가면 ‘관두’라는
역이 나온다. 관두자연습지에 가려면 이곳에서 내려야 한다. 관두자연습지는 타이페이시 어느 곳에서도 지하철만 탄다면 한 시간 내에
갈 수 있다. 타이페이시민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관두자연습지인것이다. 우리를 안내해주시기
위해 나오신 시아오선생님(Mr.Benjamin Hsiao, 타이페이야조회 총간사)은 27년 동안 컴퓨터엔지니어로 일하시다가 지난해부터
타이페이야조회에서 상근을 시작하셨다. 그러나 상근을 하시기 전에도 무려 12년 동안 타이페이야조회에서 자원봉사자로서 가이드와
조사활동을 하셨다. 시아오선생님외에도 함께 나오신 펑선생님(Ms. Fung Shuang)은 12년 전부터 타이페이야조회와 관계를
맺고 상근활동을 하시다가 지금은 반상근과 자원활동을 하고 계시고 쉐이선생님(Ms. Shei Ming Fang)도 가이드로서 오랫동안
자원활동을 하신 분이다.
관두자연습지로 가는 길,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나에게 타이페이시에서 마지막 남은 가장 큰 습지였던 관두자연습지를 지키기 위해
벌였던 지난했던 시간과 2001년, 타이페이야조회에서 관두자연습지의 운영을 맡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주시는 시아오선생님의 목소리가
20년 시간의 결을 더듬는다. 나의 무딘 촉수가 미처 다 감지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두 개의 강과 바다가 몸을 섞으며 만들어낸
곳, 관두자연습지

우리가 관두자연습지를 방문한 3월 15일은 한 달에 한 번인 관두자연습지의 휴관일이었다(이곳은
매달 세 번째 주 월요일이 휴관일이다. 다음에 관두자연습지에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타이페이야조회분들은 휴관일이어서 우리가
불편을 느낄까봐 적이 걱정하시는 눈치였지만 오롯이 우리에게만 열려진 관두자연습지는 마치 처녀지를 방문하는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관두자연습지는 타이페이시를 휘돌아 대양으로 빠져나가는 두 개의 강, 기룽강과 담슈이강이 만나면서 만들어낸 습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강 하구 생태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성과 풍성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멀리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도심을 배경으로 산과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 논, 강물이 범람하면서 만들어낸 담수습지(freshwater marsh), 바닷물이 영향을 미치는 염습지(salt
marsh), 군데군데 이곳의 이전 살림살이인 양어장이었을 연못들, 그리고 짜고 비릿한 바다냄새를 가장 가까이에 이고 만들어진
맹그로브숲(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갯벌이나 강 하구에서 자라는 나무다)의 푸른 띠가 그대로 갯벌과
바다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농경지를 만들었던 것처럼 타이완에서는 제방을 쌓아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그곳에 양어장을 만들었다. 비행기안에서 볼 수 있었던 잘 정리된 수많은 물꽝들이 바로 그것이다. 관두자연습지 바깥쪽에도
이전에 양어장을 만들기 위해 쌓았던 제방을 볼 수 있었다. 현재는 수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어서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 관두자연습지의 전경 ⓒ
김경원
▲ 관두자연습지의 조류관찰소
ⓒ 김경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관두자연습지에서
만난 저어새

관두자연습지를 안내하는 목도를 따라 주위 경관을 관찰하며 걷고 있던 우리 일행의 시선이 우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하얀 점점들에 멈춘다. 웅크리고 있는 점점의 모습이 왜가리무리인 듯 했다. 좀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쌍안경을 들이대는 순간 누군가 “저어새다-.”라고 중얼거린다. 우리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집중되었고 거기에는
이미 번식을 위해 눈부신 오렌지색으로 변한 댕기깃과 가슴띠를 드러내며 고개를 외로 돌리고 서 있는 저어새 한 마리가 왜가리 무리에
섞여 있었다. 우리는 좀더 안정적으로 저어새를 관찰하기 위해 2층 높이의 조류관찰소 그늘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로부터 안정적인
거리가 확보되어있고 우리가 워낙 조심스럽게 행동한 덕분인지 저어새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연신 넓적한 주걱부리로 깃을 쓰다듬고
있었다. 저어새를 만나기 위해, 특히 이맘때쯤이면 번식깃이 난 저어새를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곳까지 왔지만 설마 첫날부터
저어새를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우리 일행은 이번 여행의 좋은 징조라며 서로 기쁨을 나눴다. 눈이 시릴때까지 저어새를
들여다본 후에야 우리는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 저어새가 앉아있는 풍경
ⓒ 김재환

관두자연센터와 관두자연습지- 시민이 만들어가는

관두자연습지를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모습은 바로 관두자연센터이다. 타이페이야조회가 시민들과
함께 관두자연습지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 것이 1984년. 타이페이시정부가 지금의 부지를 사들여서 관두자연공원을 계획하고
관두자연센터를 개관한 것이 지난 2001년 12월이다. 타이페이시정부는 관두자연센터를 건설하고 그 운영을 타이페이야조회에 맡겼다.
타이페이야조회가 이제까지 관두습지를 지키기 위해 벌인 활동을 인정한 셈인 것이다. 정부의 변화는 1996년, 타이페이시장이 바뀌면서
한 순간에 찾아왔지만 이를 위한 타이페이야조회와 시민들의 노력은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현재 관두자연습지는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밀려드는 오염물질(유기물)의 과다로 인해 점점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은 관두자연습지를
관리하고 있는 타이페이야조회의 고민이기도 했다. 육지쪽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은 점점 더 많아지는 데 비해 이를 희석시킬 수 있는
민물은 수량이 적거나 적시에 공급이 안 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습지에 육상화가 진행되면서 갈대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처럼
관두자연습지도 맹그로브숲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맹그로브숲의 전체규모가 현재 규모의 10%에 불과해서 약 1만여
마리의 도요들이 맹그로브숲 바깥쪽의 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안쪽 갯벌에서는 휴식을 취했지만 맹그로브숲이 점차 확장되면서 도요들이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맹그로브숲의 증가는 육지쪽의 오염물질이 갯벌을 거쳐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다시 습지의
육상화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타이페이야조회에서는 관두자연습지의 육상화를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인접한 사유지는
이와 같은 육상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관두자연습지를 나서는 길에 우리는 휴관일인데도 불구하고 관두자연습지에서 저어새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관두자연센터 사무국장을 만났다. 우리 주변의 생태계와 자연에 대한 애정이 더 깊은 이해로 발전하고 그 이해가
보전노력으로 이어진 곳, 그리고 이제 그 보전노력에 마침표를 찍기 보다는 다시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곳이 바로 관두습지였다.

▲ 관두자연센터 전경 ⓒ 김경원
▲ 센터내에서 바라본 관두자연습지
ⓒ 김경원

글/ 생태보전국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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