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도로를 건너려는 야생동물에게 희망의 빛은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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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5월의 밤에
버스가 달리고 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불안정하게 주춤거린다…
이내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 소리…
그리고 차도 위에 즐비한 개구리의 시체…
……

흡사 어느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배경.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마용운 부장님이 들려주시는 경험담에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 도로 아래에 나있는 배수관과 배수터널 등을 잘 활용하면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가 될 수
있다. (사진 : 환경연합 마용운)

인간 사회의 산업화·현대화로 전세계, 전국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들어서게 된 도로들. 이동통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물들의 서식지는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나뉘어 지게 되었지만, 비가 오면 산으로 알을 낳으러
가는 개구리의 본능과 같이 동물들의 이동 본능은 동물들을 도로 위로 내몰게 되었고 결국 그 중의 많은 수가 사고를 당해 왔다.

▲ 배수터널의 상태와 생태통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 하호 회원들 (사진 : 환경연합 마용운)

물론 야생동물이 많았던 예전에 비해서 사고도 그만큼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동물들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위해서는 생태 통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취지로 시민환경연구소는 많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강원도 일대의
국도를 대상으로 생태이동통로로서의 활용가능성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고, 하호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 활동에 자원했다.

▲ 이런 배수로와 배수관은 작은 야생동물의 이동을 치명적으로 방해한다.

2004년 3월 20일~21일에 네 명의 하호 회원은 강원도 정선, 강릉, 삼척 일대 등 총 네
군데의 국도에서 26건의 배수관과 배수터널을 조사하였다. 이들의 상태와 주변 환경 및 하천의 상태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이러한
배수관과 배수터널이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적합한지 평가했다.

▲ 배수관의 턱이 낮아지면 야생동물들이 이를 이용해 도로를 건널 수 있을텐데…

배수관과 배수터널 상당수는 각각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개구리나 뱀 같은 작은 동물들이 오르내리기에는
터무니없이 높고 가파른 턱도 있었고, 통로가 폐기물이나 공사의 잔해물들로 막혀 있기도 했다. 심지어는 아예 출입이 불가능해 보이는
철망으로 덮여 있기도 했으며, 한 쪽 통로가 깎아지른 벼랑으로 이어져 있기도 했다. 물론 수로암거와 파이프의 본래 목적으로 이용되는
데에는 손색이 없는 구조였을 지는 모르지만, 작은 동물들이 통과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장벽이었다. 턱을 없애거나 수로를 넓히는 등
조금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동물들의 이동이 훨씬 수월해질 듯한 곳이 대다수였다.

▲ 삽당령 생태이동통로. 이곳을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싶을까? (사진 : 환경연합 마용운)

삽당령에서 ‘생태 이동통로(eco-bridge)라는 거대한 푯말이 붙여져 있는 커다란 다리를 발견했다.
그 다리는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황량하여 생태이동통로라는 팻말이 무색해 보일 정도였다. 야생동물의 이동을 보장해주려는 노력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거창한, 보여주기 위한 시도보다는 보이지 않는 조그만 부분, 동물들의 차원에서
신경을 더욱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 이런 배수터널을 이용하면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다. 배수터널의 끝에 밝은 빛이 보이듯 야생동물에게도
생존의 희망이 보일까?

이번 생태 활동은 동물 보호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조그마한 관심과 노력의
필요성도 깨달을 수 있었다. 울창한 숲 위를 유유히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며 사라져가는 야생 동물들과 생태계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우리들의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자연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을 그리며 후기를 마친다.

글 :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회원모임 ‘하호’ 회원 원신재
사진 :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회원모임 ‘하호’ 회장 이병우
하호 홈페이지 : http://haho.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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