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하호’ 회원들이 다시 가본 슬픈 동물원

지난 2001년 한해동안 매달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모니터링하고 2002년초에 ‘슬픈 동물원’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던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환경연합 회원 모임 ‘하호’는 2004년에도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새로운 동물원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전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없지만,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호는 3월, 5월, 7월 세
번의 방문을 통해 그동안 동물원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동물원 보고서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려고 한다.

▲우울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흰코뿔소
▲무기력한 표정의 아시아코끼리. 한 마리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구석에 쓰러져
있다.

그 첫 번째 방문이 3월초에 있었는데, 겨울 내내 실내에서 생활하는 열대와 아열대 동물을 위주로
추위에 약한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조사하였다. 호주관, 아프리카관(대형초식동물관,육식동물관, 하마관)을 조사하고 문제가 많았던
해양동물관을 둘러보았다.

서울대공원은 2년전 토종생태동물원 만들기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2월27일에는 드디어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개장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은 여전히 20년전에 만들어진 낙후된 시설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듯 보였다.

3년전 조사에서 발견된 문제들은 아무 것도 개선되지 않은채 생태동물원이라는 원대한 계획만이 인간
세상에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짧은 뜀박질조차 불가능한 좁은 공간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축 처져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동정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심코 지나가는 관람객들은 동물들의 모습을
신기해하지만, 그들의 아픔은 보지 못하기에 가슴은 더욱 답답했다.

▲갑갑한 실내 우리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나갈 날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기린들
▲무기력하게만 보이는 캥거루들

개선되지 않은 사육장을 바라보며,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3년 전과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우울함을
숨기지 못하는 동물들의 행동이었다. 흰코뿔소는 그 자리에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는데, 3년간 변함없이 슬프게 그렇게 계속 있었던
것 같은 우울함이 느껴졌다.

또한 제철을 만난 북극곰은 조금 활발한 듯 했으나, 고개를 계속 흔드는 정신병적인 행동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안내방송에서 북극곰이 머리를 흔드는 것은 넓은 지역에 사는 북극곰이 좁은 공간에서 부족한
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어이없는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오른쪽 눈이 기형적으로 부풀어오른 회색캥거루. 흐린 눈빛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안구가 돌출된 회색캥거루, 털이 빠져 피부색이 드러난 아프리카물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계속 오가는 하이에나, 역시 고개를 계속 흔드는 수달,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수많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그런 설명을 과연
붙일 수 있을 것인가……

토종생태동물원 기공식을 계기로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생태동물원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일부 동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국지적인 정책보다 동물원이 동물원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더욱 장기적인 계획, 즉 생태동물원
개념의 동물원 전체 확대라는 궁극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더 큰 계획을 세워야 하며, 동물원의 외적·양적 치장보다 내실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3년만이라 새로운 기대감을 많이 가지고 방문했던 서울대공원 동물원. 활동을 마치고 정문을 나설
때, 올해의 조사에서 그 동안 개선된 점을 전혀 찾지 못 할까하는 두려움에 마음이 무거웠다.

글/사진 : 이병우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회원 모임 ‘하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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