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호주 코알라 보전센터와 펭귄 퍼레이드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2004년의 첫날부터 2주동안 나는 호주 빅토리아주 남부의 이색적이고 광활한 자연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한국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서 바라보고 바라봐도 신기했다. 우선 계절부터 정반대로 강렬한 태양의 여름이었고, 끝없이
펼쳐진 노란 들판과 꼬불꼬불한 가지의 유칼리 나무들. 그리고 이색적인 환경만큼이나 이색적인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캥거루, 왈라비,
코알라, 리틀펭귄.

코알라 보전센터 (Koala Conservation
Centre)

이곳은 빅토리아주 남쪽에 있는 필립섬(Philip Island)의 울창한 유칼리 숲 속에 위치해있다.
코알라는 1880대부터 이 섬에 살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유칼리 나무도 풍부하고 위험한 포식자도 없어서 쉽게 생존할 수 있었으나
섬이 개발되고 사람들과 함께 여우나 개와 같은 포식자들이 섬에 들어오면서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 코알라 보전센터 유칼리 나무에 매달려 자고 있는 코알라

보전센터는 이러한 코알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세워졌다. 코알라들이 있는 나무숲으로 나가기 전에
센터 안에는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전시물이 설치되어있었다. 화려하고 최첨단 시설물이 아닌 아주 오래된 듯한 전시 자료였지만,
코알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 수 있었다. 밖에 나오면 수목원처럼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좁은 길이 나있다.

매시간마다 센터 직원은 코알라를 발견한 나무 아래 커다란 안내판을 세워두어서 방문객들이 쉽게 코알라는
찾아볼 수 있게 해두었다. 코알라는 비활동적이어서 대부분 그 자리에 있었다. 높은 나무 끝에 매달려 있는 코알라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야생의 모습을 본다는 생각에 흥분되었다.

▲ 코알라 보전센터에서 필자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높은 가지에 매달려 있는 코알라들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지상 높게
나무로 길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여기서는 코알라를 30센티미터에서도 볼 수 있다. 손만 뻗치면 회갈색 털을 쓰다듬을 수도
있다는 유혹이 컸지만, 보호센터 구역에 있다 뿐이지 야생에서와 동일하게 서식하고 있는 이들은 엄연히 야생 코알라였다.

대부분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눈을 꼭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몇 마리는 엉금엉금 내려와서 바로
내 눈앞에서 유칼리 잎을 뜯어먹었다. 사람이 있던 말던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고 눈은 세상을 초월한 듯한 졸린 눈빛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귀여웠고 훨씬 더 통통했다. 소문처럼 성격이 정말 나쁘냐고 센터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더니
특별히 그렇지는 않고 대신 오랫동안 자신들과 익숙해져도 아는 척을 하거나 반갑게 안기는 일은 전혀 없다고 했다.

펭귄 퍼레이드 (The Penguin Parade)

펭귄 퍼레이드는 필립섬에서 매일 밤 펼쳐지며 이 곳의 가장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이
퍼레이드의 주인공은 지구상에 살고있는 17종의 펭귄 중에서 가장 작은, 몸길이 30센티, 몸무게 1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은
리틀펭귄(Little Penguin)이다.

매일밤 이 작은 펭귄들이 거친 바다에서 돌아와 써머랜드 비치(Summerland Beach)에
있는 자신들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모인다. 내가 갔던 밤에도 방문객 센터(The Visitor Centre)는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리틀펭귄 정보실, 기념품 가게, 영화관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붐볐다.

▲ 펭귄 퍼레이드 방문객 센터에서 필자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해변가는 센터에서 한 십 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고, 방문객은 마치 바다가
영화관 스크린인양 바다를 바라보게 만든 좌석에 차례로 앉았다. 어둑어둑해지자, 거친 파도 속에서 조그만 펭귄들이 거짓말처럼 한
두 마리씩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감탄의 탄식을 했다.

리틀펭귄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들을 사람들은 돈을 내고 보며 감탄한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도 들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연을 그리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가에 무사히 도착한 펭귄들은 다른 펭귄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가 여럿이서 언덕으로 이어지는 모래사장을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언덕아래에 도착하면 이제 언덕 위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향해 짧은 다리로 가파른 길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 퍼레이드는 바다에서 언덕 위 집을 찾아가는 것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백 마리 가량의 펭귄들을 따라 사람들은 해변가에서 센터로 이어지는 나무널판지 길 위로 다니면서
가까이는 30센티미터나 가까이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섬의 서남부에 넓게 펼쳐진 언덕 전부가 이 펭귄들의 서식지이고
나무널판지 길은 그 위에 조심스럽게 설치된 것이다.

펭귄들과 나란히 걸으면서 그들의 서식지를 누비자니 펭귄이 된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펭귄들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물론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대신 카메라촬영 금지 등 최대한 펭귄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행동해야만
했다. 해변가에서 땅굴 속의 집을 찾아가는 여정 또한 만만치 않게 길었다.

나는 센터에서 나온 마지막 사람들 중 한 명이었고, 다들 떠난 센터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자니,
언덕 전체를 가득 메우는 리틀펭귄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이 섬에 오기 전부터 이 언덕은 자신들의 집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듯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펭귄 한 마리가 센터 앞 콘크리트 길 위에 나타났다. 자신의 집을 가려면 센터 앞을
지나가야 했나보다. 쓰레기통 주변을 맴도는 그 펭귄을 바라보고 있자니 거친 바다여정에서 돌아온 야생 펭귄의 모습과 일치시키기가
어려웠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두 장소는 나의 호기심을 기대이상으로 충족시켜주었고 이 두 동물이 가까운 친구처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항상 논쟁적인 동물원이나 야생동물 보전센터의 장단점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나의 친구가 사는 작은 마을 대일스포드(Daylesford)에서는 산책을 하다 길가에서 왈라비나
캥거루를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한 캥거루 무리가 내 친구 정원을 한 마리씩 차례로 횡단하기도 했다. 물론 야생이라
자세히 관찰할 수도,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더라도,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자연서식지에도 보호센터가 많이 생기는 것이 현재의 바람이며, 내가 숲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왈라비를 만나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이런 자연스러운 환경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 다음은 필립섬 자연공원 책자 ‘ Penguins on Parade’를 발췌한
내용이다.

글/사진 : 임보영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환경연합 회원 모임 ‘하호’ 회원)

admin

(X) 습지 해양 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