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고래에겐 그물보다 자유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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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품그물을 만들어 먹이사냥을 하고 있는 북동태평양의 혹등고래떼 모습.ⓒ Fred Shape


“뿌~~~~~~~~~~~~~~~~우”
“부글부글”

세계적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하다는 북동태평양어장. 그 바다 한가운데 혹등고래가 무리지어 각각 지름 25m의 공기방울을 뿜어내더니
갑자기 한 고래가 트럼펫과 같은 소리를 길게 내뱉는다. 약 5분간 고래들이 뿜어낸 거품에 정신이 빠질대로 빠진 청어떼들은 한꺼번에
입을 벌리고 몰려오는 고래떼의 확실한 먹이그물에 걸려들고 만다.
북동태평양 혹등고래의 독특한 ‘먹이사냥법’이다. 협력해 거품그물(bubble net)을 만들고 그 그물 속으로 들어온 먹이를
꿀꺽 삼키는 것. 매우 사회적이면서 역동적이다.
자연속에 자유롭게 살고 있는 북동태평양 혹등고래의 이런 모습들은 혼획과 불법 포경으로 시름하고 있는 우리 동해의 고래들의 모습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DNA 분석으로 진짜 고래 따라잡기, 개체의 분류 및 특성 파악

일반적으로 고래의 연구과정 중 고래를 식별하는 방법은 사진판독과 유전자 분석법으로 나뉜다.
근래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스콧 베이커 교수는 “같은 종의 고래라도 개체마다 꼬리지느러미의 아랫부분의 무늬가
다르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자료화하고 축적된 사진들로 개체를 분류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판독으로 고래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 외 고래의 유전자를 분석해 특정한 유전 형질의 출현 빈도를 조사, 개체를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유전자 분석과정을 살펴보면 특수한 장치가 달린 화살촉을 고래에 해가 가지 않게 쏘아 약간의 피부조직을 떼어내고 생체표본을 얻어낸다.
이후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유전자를 추출하고 증폭해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종과 개체를 식별해낼 수 있다.

▲ 고래 유전자 분석과정[생체표본→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mtDNA) 추출→PCR과정으로
유전자 증폭→염기서열 분석→종과 개체 식별]ⓒ C. Scott Baker


스콧 베이커 교수는 이러한 방법으로 남태평양 혹등고래(humpback whale) 1000여마리의 샘플 유전자를 분석해 6개의
개체군으로 나누고 혹등고래 시조가 300만년전에 존재했던 것을 추정했다. 또 혹등고래의 특성상 익숙한 해역을 잘 벗어나지 않아
다른 개체군의 개체수 회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특성도 파악했다.
이에따라 학자들은 고래보호구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사모아, 바루와투 등을 중심으로 고래보호구역이
설정되어 있고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더 많은 보호구역을 제안하고 있다.

동해 연근해역 고래 ‘그물 걸리는 것도 억울한데 불법 포경까지…’

▲ 밍크고래가 생존위협을 받고 있는 동해 및 북서태평양. ⓒ C. Scott Baker

지금까지 그나마 보호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남반구는 고래의 개체수가 점차 늘고 있다.
이와달리 북반구, 특히 북서태평양은 혼획과 불법포획으로 고래의 수가 감소되는 추세이다.
특히 일본은 밍크고래를 ‘과학적 연구’목적으로 포경하고 있다. 더욱이 관련법규가 개정되어 시장에서 더욱 쉽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해 국제적으로 고래보호단체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북방밍크고래고기가 유통되고 있는데 부산, 포항, 울산 등지에서 팔리는 고래 대부분이 혼획으로 포획된 밍크고래이다.
연구자들은 어망에 걸려 신고된 혼획 또는 좌초고래 말고도 불법적인 포경으로 잡힌 고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밍크고래는‘멸종위기에처한야생동식물의국제거래에관한협약(CITES)’과 ‘국제포경규제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종이다. 그래서
더욱 고래 보호의 중요성은 크다. 하지만 해마다 백여마리에 가까운 밍크고래가 동해 인근해역에서 그물에 걸려 죽고 있다. 게다가
고래가 고가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어 우리나라 고래의 생존위기는 심각하다.

▲ 밍크고래 ⓒ C. Scott Baker

늘어나는 혼획과 포획은 밍크고래의 수를 감소시킨다. 이에 연구자들은 고래보호를 위해
고래고기 유통 현황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내기로 했다.
환경연합과 스콧 베이커교수는 함께 1994년부터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고래고기의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고래에 대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혼획된 고래고기와 비교해 불법 포획된 고래를 확인한다는 취지이다.

한편 지난 2월 23일 고래 포경지역으로 유명한 울산시 남구 장생포동에서는 2천400여㎡ 규모의 고래전시관 기공식이 열렸다.
모두 50억원이 투입돼 오는 11월에 완공될 계획이라는 이 고래전시관은 고래 및 고래뼈 등을 전시하고 고래잡이 유물이나 고래해체장
등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일반인에게 전시, 공개한다고 한다.
고래관련 학습관으로서 역할을 해낼 이 전시관이 가지는 실상은 과연 무엇인지 쓴 웃음을 자아낸다. 경이로운 바다의 포유류, 고래를
위한 길이 과연 고래잡이 유물이나 고래해체장 따위를 보여주는 것인가. 지금은 아름다운 동해바다에 각양각색의 고래들이 그물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돌아오길 바라는 일, 고래들이 살 수 있는 해양환경을 지키는 일에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

글/사이버기자 조한혜진

한국 고래 유전자 분석하는 스콧 베이커(C. Scott
Baker)교수

▲ 지난 19일 환경운동연합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통해 고래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스콧 베이커 교수.ⓒ 조한혜진

지난 2월 19일 늦은 저녁 환경운동연합 환경센터 회의실에서 ‘멸종위기의
고래와 고래 보호’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10여년 전부터 환경연합과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고래고기의 유전자를 분석해오고 있는 스콧 베이커 교수(C. Scott Baker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생물학부)가
강연을 맡았다. 스콧 베이커 교수는 “혼획되는 고래의 수를 줄이고 보호구역을 정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되는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해 결국 고래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간담회 이후 스콧 베이커 교수가 들려준 고래이야기이다.

▷고래가 불법 또는 상업적으로 포경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로서
한마디해준다면.
– 과학자로서 나는 충분한 생물학적 정보와 효과적인 관리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업 포경이 일시 중단된 것은 고래 개체군이 회복되고 관리계획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고래 개체군은 회복되기 위해 수십년이 걸리는데, 우리는 이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개정된 관리계획(RMP)은 상당히 좋아 보이지만, 일본과 노르웨이의 반대로 조사계획이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동해에서는 한해에 한국과 일본을 합쳐 200마리가 넘는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동해에 걸쳐 살고있는 밍크고래의 숫자를 크게 감소시킨다. 이처럼 동해는 세계에서 대형 고래가 가장 많이 혼획되는 지역인데,
이 가운데 일부는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밍크고래 한 마리의 시장가격이 3천만원에 달할 정도이니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이다.

▷한국 고래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 J-Stock(북태평양의 고래 개체군 중 동해를 회유하는 고래 개체군을
일컬어 J-Stock이라고 한다.) 밍크고래는 다른 대형고래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아주 매혹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죽은 것 보다 살아있는 고래에 대해 알고 싶다.(웃음) 혹등고래, 귀신고래, 참고래, 긴수염고래 등등…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한국은 과거에 초대형 고래가 다양하게 출현했다. 동해는 아주 흥미롭고 생산적인 바다다. 마지막
빙하기 때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여서 독특한 아종이 생긴 것 같다. 독립되거나 고립되어 독자적으로 분화되었는지도 모른다.

▷외국은 그렇지 않은데 한국 근해의 고래는 사람만 보면 도망간다.(웃음)
그 이유는?
– 멕시코에서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귀신고래를 만져볼 수도 있다.
아마 한국도 100년 후 고래의 수가 많아진다면 가능할 것이다.

▷밍크고래가 유독 그물에 많이 걸리는데, 그물에 민감하지 못하나? 혹은 몇
미터 앞에서 그물을 감지할 수 있나?
– 돌고래는 물 속에서 초음파를 이용하여 사물을 식별하지만 밍크고래와 같은
대형고래들은 초음파를 이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력도 매우 좋지 않아 그물에 걸리기 전까지는 그물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이 때문에 그물에 소리 발생장치를 달아 고래와 돌고래에게 경고음을 발생시켜 이들이 그물에 걸리는 사고를 방지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이것도 각각의 종에 따라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다른 야생동물은 인공적으로 증식하거나 방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를 늘리기도
한다. 고래는 그렇게 하기 어려운가?
– 멸종에 직면하지 않았다면 사람이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인공증식은
가능성이 낮아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에서 과거에 그렇게 시도한 적은 있다. 밍크고래를 그물에서 키운 적이 있지만 넓은
면적이 아니라 유지하기 힘들었다.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 고래는 거의 모든 종이 지표종(생태계의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생물종)이다. 특히 해양 환경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고래의 감소 또는 대량
혼획은 인간이 어족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안에서 혼획되는 고래의 수를 줄이고 포경의 위협을
막아야 한다. 국제포경위원회(IWC)가 규제하고 있으나 연구와 조사 목적의 포경에는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IWC의 회의가 열리기 전에 열리는 과학위원회의에 한국은 3명, 뉴질랜드는 2명, 일본은 32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연구와 조사를 목적으로 고래를 잡는다는 일본이 학문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느냐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살아있는 고래와 교감을 나눈 적이 있는지? 고래 또는 돌고래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지 경험담을 듣고 싶다.
– 하와이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혹등고래 곁에서 잠수하며 헤엄치던 매우 강렬한
경험이 있었다. 고래 소리가 하도 커서 온몸이 울리고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1981년에는 알래스카에서 14마리의 혹등고래가 무리 지어 먹이를 함께 잡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대형 고래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만, 북동태평양의 혹등고래는 무리 지어 협력하며 먹이를 잡는 독특한 사회생활을 보여준다. 4분여동안
고래들 잠수하여 지름 25미터 가량의 공기방울 그물을 만들어 먹이를 포위하다가, 리더격인 고래가 트럼펫 같은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면 고래들이 한꺼번에 입을 벌리고 가운데로 몰려 먹이를 삼킨다.
지난해에 알래스카에 다시 갔었는데, 20여년전에 보았던 그 고래를 다시 볼 수 있어 매우 기뻤다.

글/국제연대국 마용운 부장, 조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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