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참가기]”이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은 생명들은 없습니다”

설 연휴, 참 많은 눈이 내가 사는 이 곳 군산에 내렸습니다.
우리 가족은 자주 가던 부안, 격포를 지나 모항까지 그 눈보라 치던 길을 따라 달렸답니다.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내리는 눈을 보며 세상이 멈춰져 버린 것 같은 몽환적인 풍경에 젖어서 한동안 현실을 잊어버렸었지요.
그래요.

▲갯일을 더이상 할 수없어 인근 공장에 폐쓰레기 분리수거일을 하러 나가신다는
강홍 할머니, 그분에게서 근심을 읽었습니다.ⓒ조한혜진

해창갯벌, 백합에게 풀꽃상을 바쳤던. 새만금이 시작되는 그곳을 지나면서 그때서야 꿈을 깨듯 서서히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배와, 망둥어, 바지락, 도요새, 갯지렁이, 꽃게, 농게, 민챙이, 백합… 그 장승들 앞에서 그네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입니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의 이름들을 부를 때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어느새 작은 갯골에 스미어 도요새와 물떼새, 오리들의 쉼터를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더 이상의 포크레인의 둔탁한 소음도, 삼보일배 그 뼈아픔도, 생존권마저 빼앗긴 어민들의 격양된 목소리도, 도요새의
눈물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소리도 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내게 해창갯벌의 도요새와 물떼새가 가슴으로 느껴지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달 전, 지난해 2003년 12월 6일 저녁, 새만금
시민 생태 조사단이라는 이름을 만나고부터입니다.
그 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벅참으로 느껴집니다.
새만금을 알고 싶어서, 그 자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 걸고 싶어서, 자연에게서 받은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함께 나눈
감동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
빠른 걸음이 아니어서 누구라도 뒤쫒아올수 있고, 문 열어놓고 누구든지 기다리는 자리.
그 간절한 눈빛들이, 가난한 마음들이, 작은 목소리들이, 소박한 꿈들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 가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시민생태 조사단은 개인적으로 지역에서 환경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땅에 살면서 이 시대가 주는 큰 과제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던 새만금 문제에 대해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바라만 보고 뒷짐지고 있었던 빚진 자에 대한 작은 기회로 생각되었습니다.

물새팀에서 함께 조사를 하면서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했던 아름다운 만경강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 동진강, 부서지는 햇살이 온통 은빛물결을 만들 때면 갈대들의 수런거림이 들리던 화포의 드넓은 갯벌, 흑두루미를 만났던 회현
등 곳곳에서 만났던 자연은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식물을 공부하면서 그 조그마한 생명들과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누군가 이름 불러주기 전 까지는 그저 한포기의 풀이었던
그들이 꽃다지, 별꽃, 쇠비름, 봄맞이, 참꽃마리….라고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특별함과 놀라움으로 빛나던 순간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은 생명들은 없습니다.
새만금 방조제에 희생되어질 헤아릴 수 없는 뭇생명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 생명들의 부르짖음을 나는 외면하지 못 하겠습니다.
맑은 눈빛을 가진 사람들의 바른 목소리와, 하늘빛과, 그 하늘 아래 바다와, 그 바다언저리 갯벌에서 노니는 새와 조개들의
눈 뜨는 소리에 오늘도 귀 기울입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새만금공사 재개환영이라는 플랭카드들이 펄럭이는 군산에서
송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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