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철조망 너머 비무장지대에서 산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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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 살고 있다”
고맙게도 아직까지 우리 나라의 백두대간 지역과 민통선 지역, 설악산, 오대산, 삼척, 울진 등지에서 살고 있다. 어떤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은 어떤 먹이를 좋아할까?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 한없는 궁금증이 줄을 잇는다.

산양을 만나러 떠나다
DMZ 동부산악 생태조사를 백두대간 줄기인 고성재를 둘러보기로 했다.
날이 흐리기 시작하더니, 비가 온다. 시야가 많이 흐리다. 이래서 어디 산양 서식지라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싶다. 11월인데도
비가 오면 땅이 얼어 군부대에서 출입통제를 한단다. 원통을 지나 군부대를 지나 민통선안으로 한참을 들어간다. 사천리 군 소초
앞에서 산줄기를 타고 있는 남방한계선 옆의 군 초소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비가 와서 옷은 흠뻑 젖고, 바람이 세차다. 초소로
올라가는 계단은 끊임이 없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희뿌연 연기속에서 인북천의 흐르는 물소리가 좋다. 피리소리같은 바람소리에
취한 듯 올라가는데 먼저 올라가던 사람들이 조용히 웅성거린다.
‘뭘까?’ “뭔데….?”
“앗! 산양이다.” 놀랍게도 산양이다.
내 눈앞에 철조망건너로 산양이 있다. 철조망앞으로 약 30m전방에 산양이 있는 것이다.
살고 있었구나! 정말로. 바람에 산양의 꼬리가 흔들린다. 되새김질하는 산양의 안면근육이 움찔댄다.

▲ 강원도 고성재 사천리 일대 민통선 안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이 살고 있다. 철조망앞에서 만난 산양의
모습.ⓒ 최김수진

산양이 좋아하는 지형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상상들을 했었는데…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도망도 안가고 열심히 되새김질이다.
5년쯤 된 이 녀석은 뿔이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있는 걸 보니 암 산양이다. 대개 숫 산양은 꼬리가 희고 길며, 뿔이 바깥을
향해 뻗어나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선 이 정도의 거리에서 관찰하기가 어렵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양도 철조망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고맙다. 한없이….

감사의 마음으로 산양을 뒤로하고 내려온다.
천연기념물이여서 멸종위기종이여서 산양이 소중한 것이 아니다. 그 만큼의 생명력과 그 만큼의 존재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 중의 하나이기에 이처럼 감사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하루에 130여종이 넘는 동·식물들이 멸종한다.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고 파괴되고 있는지 우리는 한번쯤 되새겨봐야 한다.
‘지구상에서 사라진 동물들’중에서 사진으로 산양을 확인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글/생태보전국 최김수진

사람의 손길 닿지 않는
곳, 러시아 산양보호구역
우리나라 산양서식지 특별보호구역 지정해야

조그맣고 예쁜 뿔을 가진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기도 한 산양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겨울 폭설 기간 중 마을 가까이 내려왔다가 수백마리씩 잡혔을 정도로 개체수가 많았고 사람들
눈에도 많이 띄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설악산과 인제, 양양군 태백산 등지에 700여마리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양은 주로 산악지형에서 무리지어 살지만 갈수록 서식지파괴와 무분별한 포획 등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12월 초 환경부가 발표한 비무장지대 생태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에 자생하고 있는 총 2천7백16종의
야생동식물 중 67종이 멸종위기에 처해있거나 희귀성으로 인해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한 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산양도
이에 포함되어 있는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다. 적극적인 보호라 함은 서식지의 파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지난 11월의 끝 강원도 산골짜기 백담사에서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선생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산양박사 부부 볼로시나 수석연구원과 알렉산더 부수석연구원을 만났다. 1975년부터 러시아
라조브스키 자연보호구역에서 산양연구에 열중해온 이들은 산양에 대한 깊은 사랑이 끝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는, 말 그대로
산양전문가였다.
동해를 따라 1000km, 겨울 시베리아의 전형적인 기후를 보이는 러시아의 극동지방 라조브스키 자연보호구역은 사람의
모습이 거의 없다. 이곳은 사시사철 사람들로 가득한 설악산과 비교하면 산양이 서식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곳이다.

자연보호구역에서 야생동식물이 보호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다. 러시아의 국립공원 자연보호구역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연구자인 러시아 산양박사 부부도 출입허가를 받는데 3일이 걸리고 매년 사진찍는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철저하게 규제되고 보존되는 것, 이것들은 너무 기본적이었다. 자연보호구역내에서는 일체 산양 등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1935년부터 라조브스키 자연보호구역과 시호테알린 자연보호구역, 두 보호구역을 나누어 산양특별보호구역을 지정했다.
1978년부터 산양을 비롯해 멸종위기 동식물들을 레드데이타(red data)북 리스트에 올려 엄격한 보호를 하고 있다.
볼로시나 박사는 이에 따라 생물다양성도 가지게 되었고 산양의 개체수도 늘어나면서 보호구역 외부지역까지 영역을 이동해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러시아의 라조지역보다 설악산 지역이 훨씬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조건, 지역문제 등 여러 조건들이 러시아가 뒤떨어지지만 산양 보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본 의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보호방법은 그저 서식지에 드나드는 사람의 발길을 최대한 줄이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의 출입 때문에 산양서식지가 파괴되고 야생동식물들이 멸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볼로시나
박사는 설악산의 산악지대와 같은 곳이 산양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며 러시아에는 그런 곳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산양을 사랑하는 산양박사의 눈에 설악산은 산양이 살기에 알맞은 바위와 숲을 고루 갖춘 그런 곳이다. 시선이 다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절대보전지역이 하나 없다. 흰 눈이 쌓여 있는 아름다운 설악산을 자연경관이
아니라 생명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면 안될까. 인간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산양을 매어놓지 말자. 한겨울,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갈 곳을 잃어 헤매일지도 모르는 산양을.

글/사이버기자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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