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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래언덕 건드리면 짠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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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박종학 생태사진가/시민환경정보센터 기획위원

신두리 해안에는 바다를 건넌 바람이 모래를 안고 들판으로, 또 다시 언덕으로 몰아쳐 마치 성을 쌓듯 모래언덕을 쌓아 놓는다.
봄이면 해당화가 피고 종다리와 물떼새가 풀밭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며 하늘엔 황조롱이가 날아다닌다. 그리고 모래벌판 사이의
두웅습지에는 멸종위기에 있는 금개구리와 맹꽁이, 도마뱀이 산다. 바다와 모래밭 사이 넓은 백사장엔 여러 가지 조개와 달랑게가
살고 있다. 신두리는 모래벌판과 모래언덕 때문에 사막처럼 삭막해 보이지만, 쉼 없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여러 가지 생명체들이
어우러지는 생명의 땅을 만들고 있다.

별 쓸모 없는 모래언덕?

지난 여름 아내와 함께 4촌 형님이며 원로목사이신 박종명 목사님을 방문하기 위해 서해안고속도로로 충남 홍성으로 가던 중이었다.
서산톨게이트로 빠져 나와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海岸砂丘)가 있는 곳으로 차를 돌린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이 지역을
지나는 순간 뇌리에는 지난 해에 보았던 해안사구의 모습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신두리 해안사구가 자연보호지역(천연기념물 제431호)으로 지정된 것은 2001년 11월 30일이었고 필자는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1년이 지난 2002년 11월, 처음으로 신두리를 찾았었다. 천수만 간월도 지역에서 철새축제가 한창이던 때였다. 그
때 신두리를 찾게 된 것은 “환경부에서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1년간 정밀 조사키로 했다”는 신문지상의 보도
때문이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환경부가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경관이 뛰어난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정밀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내 최대 해안사구로 알려진 신두리 해안사구내 두웅습지는 2002년 안에 서둘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금년 6월 내일신문에서 남준기 기자는 “신두리 바닷가에 상가와 콘도형 숙박시설 건축과 골프장 추진 등으로 해안사구
보전이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하면서, 서해안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원형을 간직한 신두리 해안사구의 위기를 우려하는
안타까운 기사를 게재했다. 그 기사가 있은지 두 달이 지난 이 곳은 이미 일부 업소들이 공사를 마치고 상업중이었다.

▲ 인공의 힘이 최소한으로 개입된 모래 포집기가 설치된 해안(좌)과 인간의 이기가 불러온 콘크리트제방의 축조로 모래가
사라져버린 해안(우)

그 동안 우리는 해안사구를 쓸모 없는 땅으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해안선 모래의 유실을 막는다는 이유로 제방을 쌓았는가 하면
어떤 곳에는 사구를 파괴하여 숙박시설을 포함한 위락시설을 짓는 등, 해안의 오염과 함께 해안사구를 훼손하고 있었다. 안면도의
경우 삼봉해수욕장 중간에 있는 삼봉산 위에 올라가 남족과 북쪽을 내려다보면 북쪽에는 모래의 유실과 파도에 의해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방을 쌓아 놓은 것이 보인다. 그러나 솔밭 앞 바닷가에는 시커먼 자갈과 암반만이 흉물스럽게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을 뿐 모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남쪽 해수욕장이 있는 쪽은 제방은 보이지 않고 일부 모래 위에 모래 포집기로
보이는 나무로 만든 구조물이 그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해 사빈(沙濱)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波浪)으로 밀려 올려지고 그 곳에서 탁월풍(卓越風)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丘陵)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된 퇴적지형으로 모래 공급량과 풍속, 풍향, 식물의 특성, 주변의 지형, 기후 등의
요인에 따라 그들의 형성과 크기가 결정된다.

특히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 양을 조절하여 해안을 보호하고 내륙과 해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완충적 역할을 하며,
폭풍과 해일로부터 해안선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해안가 식수원인 지하수를 공급하여 아름다운 경관 등을 연출하여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 또한 독특한 지형과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고 모래언덕의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과
해당화 군락, 조류의 산란 장소 등으로 경관적 생태학적 가치가 높으며, 특히나 신두리 해안사구는 그 규모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래짱벌 파지 마라. 짠물 나온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오래 전부터 해안가 마을에서는 해안사구를 건드리면 짠물이 나온다는 “모래짱벌 파지마라. 짠물
나온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말은 사구에 건물을 세운다거나 방파제를 세우는 등 사구를 훼손한다면 사구내에
저장된 민물이 그 하부에 깔려있는 바닷물과 교란을 일으켜 소금물로 변한다는 뜻이다.

사구에는 공극(모래 입자간의 사이)이 매우 많이 존재한다. 이 공극의 주성분은 대부분 모래이기 대문에 빗물이 스며들기에 아주
용이하여, 이렇게 스며든 빗물은 사구의 아래에 저장되어 바닷물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는 바닷물의 밀도가 민물보다 높기 때문이다.
민물보다 무거운 바닷물에는 잡다한 이온이 녹아 있기 대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민물이 바닷물 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구에 저장된 지하수는 순수한 민물이며 사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지하수의 저장량은 많다. 그로 인해 사구의 배후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예로부터 이렇게 형성된 습지는 농지로 사용되어오고 있다.

그러나 해안사구 쪽에 방파제 등의 인공 시술물이 들어오면서 해안사구는 점차원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해안마을의 주민들이 물을 사다먹는 처지에까지 놓이게 되었다. 지난 2001년 중국 쪽 환경연합 활동가 몇 사람과 함께 열흘 간
두만강을 따라 하구인 방천지역가지 다녀온 적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 한반도가 만나는 강 하구에는 여러 곳에 사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중국 측에서 이곳을 국민 관광지역과 공원지역으로 지정해 놓았다. 그렇지만 사구에는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해안사구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비록 개인 소유의 땅이라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한 발도
들여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주에서는 해안사구 보호를 위해 땅 주인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들어가면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그들의 해안사구 보호정책이 부럽기까지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보호지역 내의 사구지역을 마음대로 활보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천연기념물 지정에 제외된 남쪽 지역은 개발이 시작되면서 바위로 축대를 쌓고 횟집과 민박시설이 들어서는 공사로 옛
모습은 모래바람에 묻혀 흔적도 묘연하게 날아가 버렸다.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를 철저히 감시하고 홍보하여 해안사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보다 선진화된 사고로 자연을 대하는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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