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저어새와 도요새의 터전 영종도 갯벌을 가다

파란 하늘, 뭉게뭉게 떠있는 구름, 선선한 바람. 뾰족하게 서있는 남산타워가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는 날. 삼각지역에서 영종도로
주섬주섬 떠날 준비를 하는 여섯 명의 하호 회원들에겐 새를 관찰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마디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영종도는
지난 4월에 장다리물떼새와 알락꼬리마도요, 고니, 검은머리갈매기를 만났던 곳이라 오늘은 어떤 새를 만날까 기대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1시간만에 영종도 남쪽 방조제 도로를 따라가다, 갯벌에서 조용히 쉬고 있는 저어새 무리를 발견했다. 넓적한
주걱처럼 생긴 검은색 부리에 하얀 깃털을 가진 저어새 열아홉 마리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서 저 멀리 갈매기와 도요새와 함께 서있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먹이를 찾는 저어새들은 갯벌 사이에 물이 흐르는 수로인 갯골 아래로
내려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어새 주변에서 먹이를 먹는 백로와 도요새의 다리 길이와 부리 모양을 보고 있자니, 같은 갯벌에서도 서로 생존해온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고 뾰족한 부리, 아래로 약간 휜 뾰족한 부리, 납작하고 넓은 부리 등등 부리 모양도 다양하고
몸과 머리의 크리, 다리 길이, 털 색깔도 참 여러가지다.

우리가 두번째로 멈춘 곳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모처럼 날씨 좋은 일요일을 맞아 갯벌에서 낚시를 하거나, 조개를 캐거나,
뻘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에 밀려 새들은 너무나 멀리 있었다.

대신 나는 방조제 위에 걸터앉아 조금 강렬하지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갯벌을 바라보았다. 새가 보이지 않더라도 갯벌에서 시선을
떼기는 힘들다. 시원하게 넓은 갯벌, 진흙색 바탕위에 뿌려진 칠면초와 여러 염생식물의 진홍빛 풍경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멀리만 바라보던 시야를 돌려 허리를 굽히고 갯벌을 바라보면 꼼지락거리는 작은 생명들이 보인다. 갯벌에 숭숭 뚫려있는 수많은
구멍들은 엄연히 이곳 갯벌에 살고있는 게들의 집이다.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사라졌다가, 조용하면 슬금슬금 나와 작고 납작한
몸집을 드러낸다. 도드라진 눈을 가진 어린 망둥어는 햇빛을 받아 매끈한 자태를 자랑한다. 사실 이곳 갯벌은 수많은 식구들이 북적거리면
사는 곳이다.

밥을 먹고 나른해진 하호 회원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 것은 50-60마리의 백로 무리였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백로는 쉽게 눈에
띄기에 무심코 지나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많은 백로가 한 장소에 모여있는 것은 처음 본 것이었다. 쇠백로와 중대백로들이 다들
각자의 포즈로 먹이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중대백로는 쇠백로에 비해 약간 크고 노란 부리를 가지고 있었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짧은 시간동안 백로들의 다양한 행동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먹이를 노려보다가 부리로 잽싸게 먹이를 낚아올리고,
먹이를 입에서 목으로 넘기고, 자리 싸움을 하고, 날아다니고…. 백로의 유혹에 간신히 벗어난 후에야 근처에 있던 왜가리와 청다리도요
세 마리, 황조롱이가 눈에 들어왔다.

인천국제공항 근처로 가자, 방조제에 의해 내수면이 되어버린 물위에 여러 무리의 논병아리가 놀고 있었다. 번갈아 물 속으로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왔다갔다 헤엄치는 귀여운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았지만, 바로 물가에서 끊임없이 붕어와 망둥어를 낚아올리는
낚시꾼들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종도 북쪽 방조제에 다다랐을 때는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물가의 갈대밭, 붉은 염생식물 군락, 녹색 식물, 말라버린 하얀
진흙땅,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차들과 가로등, 계속해서 이륙하는 비행기들. 이 모든 것을 노을이 너무나 포근하게 안고
있어서 투망이 불법이며, 방조제로 인해 갯벌이 사라지고, 염생식물 대신 녹색식물이 늘어나는 모습이 꿈결처럼 다가왔다.

할미새와 청다리도요 여러 마리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칠면초로 인해 마치 붉은 땅처럼 보이는 갯벌을 뒤로하며, 가을의 영종도
탐사는 항상 그렇듯 아쉬움으로 끝났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때문에 영종도 주변 갯벌의 상당수가 사라지고 훼손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희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는 영종도 갯벌과 습지가 더이상 파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동물복지 회원모임 ‘하호’ 임보영 회원
사진 : 국제연대국 마용운 부장

▲ 갯벌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들. 전세계에 1천여마리만 생존하고 있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 갯벌에서 먹이를 찾거나 쉬고 있는 도요새들. 시베리아 등지에서 여름을 나고 겨울을 보내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가는 길에
영종도에 들러 먹이를 먹고 체력을 보충한다.
▲ 영종도의 국제업무지역 인근 수로에서 먹이를 찾고있는 백로 무리
▲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면적의 갯벌이 간척되어 사라졌다.
▲ 영종도 북쪽 방조제 앞에서 만난 논병아리 무리
▲ 투망을 이용해 불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 갯벌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염생식물 군락. 진행중인 간척사업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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