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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습지보전이 홍수 피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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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2일 우리나라의 남부 지역을 휩쓸고 갔던 태풍 ‘매미’의 위력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유사 이래 최대의 강풍과 집중 호우를 동반한 태풍이 이 땅을 할퀴고 갔다.
9월 18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해 전국의 사망·실종자가 128명, 재산 피해는 4조569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일이 단순한 ‘자연 재해’였을까. 아니다. 그대로 있어야할 자연을 인간이 독점하여 무모하게 개발 정책을 펼쳐나간 탓에
나타난, 어쩌면 예고된 인재였을지도 모른다. 이번 태풍 ‘매미’의 피해가 가장 컸던 경남 지역 중 마산만 일대는 그 일면을 가장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태풍이 상륙했던 9월 12일 오후 8시 이후에 바닷물이 해안가로 밀려드는 만조 시간과
겹쳐 해일과 강풍이 합쳐진 ‘폭풍 해일’이 마산만 지역을 강타했다.
성난 바닷물은 해안으로부터 무려 1km 이상 떨어진 지역까지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고 해안가에 쌓아두었던 원목이 바닷물과 함께
떠밀려 경남대학교 앞 월령 광장 앞까지 덮쳤다. 이 때문에 지하 상가와 아파트 주차장은 금세 바닷물과 뻘로 뒤덮여버렸다.

마산 지역 피해, 대규모 해안 매립 개발 때문

그동안 마산만 매립지의 상습적인 침수를 염려하고 시에 해결책을 촉구했던 경남환경운동연합 이인식 공동의장은 “이번 ‘매미’의
피해가 매립지를 중심으로 한 해안 지역에 집중된 이유는 분명하다”며 “대규모의 해안 매립과 개발 공사들이 자연의
흐름을 왜곡하고 완충대를 제거해 해일의 공격을 도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9월 16일 피해 현장에서 확인한 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와 상가 등 시가지가 바로 해안가와 인접해 해일을 완화할
만한 완충 지대가 없었다.

놀랍게도 이번 침수 지역 피해의 선은 마산만 매립지의 해안선과 거의 일치했다. 일제 시대부터 시작된 매립으로 마산만은 수면적
45%를 잃어버렸고 그에 따른 해안선은 차가운 콘크리트로 직선화가 됐다.

마산환경운동연합 이현주 사무국장은 9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태풍과 강우가
겹쳐 불어난 바닷물은 사람의 손에 의해 좁아진 수면적 때문에 담길 곳을 찾지 못하고, 콘크리트로 직강화된 호안에서 힘을 받아
더욱 거세게 매립지를 덮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산만 매립지의 피해가 더욱 가세되었던 이유를 살펴보면 매립지 공사 전반의 부실과 허술한 행정 관리 등 모두 인간들의
실수투성이였다.

침수피해는 비단 매립지뿐만 아니라 강 하구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낙동강 하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방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하는 피해도 나타났다. 환경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개발 공사나 인위적인 공사가 자연의 흐름을 막아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습지 보호책과 함께 수자원 관리를”

이번 해안 매립지의 피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한 ‘환경 재앙’이다. 인간의 영역에서 이기적으로 자연을 확대하고 독점하려
한다면 자연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더욱 큰 피해를 준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미국 습지관리자협회 부회장인 존 커슬러(John Kusler) 박사는 지난 9월 16일 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해 “강이나
해안 일대의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토목 공학적 방식으로 물의 흐름을 단순히 통제하려는 수계 관리를 ‘습지 보전’ 정책과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낙동강 하구의 경우 무분별한 댐과 제방 건설, 농경지의 개발들이 주변 습지를 90%
이상 파괴시켰고 물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는 수계를 토목공학적 기술 위주로 관리하고 있어 홍수와 가뭄에 무방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조건 제방을 쌓고 모래를 붓고 농경지를 만든다고 더 나은 자원을 얻지는 못한다.
커슬러 박사는 “미국의 경우 1970년 이전에는 50% 이상의 습지가 파괴되어 홍수가 빈번하고 제방의 유실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후 미국의 습지 정책이 점차 변화되면서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연방과 주 정부 차원에서 환경 보호법안 내 습지 보호 정책을 도입하고 습지를
보호하는 끊임없는 노력 속에 습지 보전이 수자원 관리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 내 1만여 지역 사회에서 강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보호하도록 강 인근 지역의
개발을 규제하는 조례를 채택했다. 이에 미국 지역 사회는 강 주변에 완충 지대와 그린웨이(greenway)를 만들어 범람원과
저지대를 개발로부터 보전하고 있다.


커슬러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생태 공학적 프로젝트’가 수로 관리에 도입돼 콘크리트 위주의 수로와 제방이 점점 식물과 녹지대로
덮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강물의 흐름도 원래 모습대로 곡선화시켜 하천의 직선화로 더 많은 홍수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강 복원 활동도 진행되었다.

이렇듯 습지를 보호하면 홍수로 인해 콘크리트 제방이 유실되거나 가옥이 침수되는 큰 피해를
줄이고 완충 지대를 확보할 수 있다.

자연과의 조화, 지속 가능한 개발이 필요

미국은 10년 전 미시시피강이 범람한 대홍수를 겪었다. 이후 완충 지 역할을 해내는
습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강 주변의 가옥을 모두 이주시켜 직선화를 막았다. 또 미국 북동부 지역의 차알스 강에는 댐 대신 7천
에이커에 달하는 습지를 관리하여 홍수 예방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더 이상 댐이 대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존 커슬러가 제시한 미국의 사례는 무분별한 제방 공사와 해안 매립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의 강과 해안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과도한 개발 정책으로 자연이 그대로 있길 바란다면, 그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요컨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칙 삼아 이를 제도화시키는 구체적인 노력에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폭우에 무너지고 마는 콘크리트 제방이 아닌 물을 머금고 내뱉는 자연의 둑.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답이다.

글/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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