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녹색의 물결, 평화의 함성… DMZ 생태계를 돌아본다②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
.


-강산에의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中』

저 멀리 북태평양 알래스카와 베링해 연안까지 갔다가 3-4살이 되어 어른으로 성숙하면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으러 힘차게
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에 관한 노래입니다. 1만여 킬로미터가 넘는 먼 바닷길을 여행하다가도 때가 되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찾아오는 연어의 능력이 신비하기만 합니다.

이제 시월이 오면 우리나라의 몇몇 하천에서는 그 연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훨씬 더 많은 강에 연어가 왔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강이 오염되고 댐과 보에 막혀 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해안으로 흐르는 10여개의 맑은 하천과 섬진강에서만 소수의 연어를
볼 수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명파천

그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하천이 명파천입니다. 동해안 최북단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큰까치봉과 작은까치봉, 노인봉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명파천으로 합쳐져 동해로 흘러 들어갑니다. 명파천에는 연어뿐만 아니라, 송어, 은어 등 많은 회유성 물고기들이
찾는 곳입니다.

연어가 돌아온다는 명파천을 직접 본다고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명파천은 온갖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오염원이
거의 없는 민통선 지역을 흐르는 강인데도, 물빛이 약간 흐릿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고기의 이동을 가로막는 보 ⓒ환경을생각하는전국교사모임 박병삼

명파천 하류에는 커다란 보가 있어 과연 물고기들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물고기들이 올라가라고 어도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그렇게 가파르고 폭이 좁아 물살이 센 어도를 제 아무리 힘이 좋은 연어라도 올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보 가운데에 어도가 있지만, 연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게다가, 하류 쪽으로는 제방을 새로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아마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를 복구하는 차원에서
하고 있는 공사 같았는데, 이렇게 돌망태로 둑을 쌓으면 강과 주변 생태계가 단절되고 점차 강이 죽어갈 것입니다. 강에 소와 여울이
존재하고 강변에 풀과 나무가 살아있어야 물을 정화시키고 맑은 강물이 유지됩니다.

자연스런 강과 강변에는 각종 곤충과 양서류·파충류들이 살 수 있으며, 물새들이 찾아오고 수달을 비롯한 포유동물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바닥의 바위와 돌이 긁혀 나가고, 제방이 돌망태로 채워지면 동식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그러면 강은 천천히
죽어갈 것입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명파천에서 투망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투망은 이미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아직도
곳곳의 강과 하천에서는 투망을 던지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잡아놓은 물고기를 보니 검정망둑, 기름종개, 숭어, 은어 등이 배를 드러낸 채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법적으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으면 얼마나 맛있을지?

▲명파천 하류에 돌망태로 제방을 쌓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버들가지를 비롯한 희귀한 물고기가 잡히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이곳 명파천 일대는 우리나라 특산종 물고기인 버들가지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들치와 비슷하게 생긴 버들가지는 백두대간 동쪽 일부 지방에서만 서식하는데,
남한에서는 강원도 고성군 일대 서너개의 하천에서만 관찰되는 매우 희귀한 물고기입니다.

▲명파천에서 투망을 이용해 불법어로 행위를 하는 사람
▲그릇 안에는 검정망둑, 기름종개, 숭어, 은어 등이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연어와 버들가지처럼 희귀한 물고기가 많이 찾는 명파천마저 점점 오염되고, 자연스럽던 환경이 파괴되면 이제는 어디에서 연어를
볼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영국 런던 템즈강에서는 오염된 강을 되살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140여년만에 연어가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울의 한강에서 연어를 보겠다는 욕심은 내지도 않겠지만, 민통선 일대의 명파천에서만이라도 가을이 되면 강물을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글·사진 : 생태보전국 마용운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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