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탐방] 생명과 자연 다르게 바라보기

Prologue #
호젓한 마을, 돈지마을로 들어가며

햇살이 너무나도 따스한 날로 기억된다. 부안읍내 터미널 앞에서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잡아탔다.

▲ 생태학교 ‘시선’ 학교 앞

부안읍내를 뒤로하고 10여분을 달리니 조용하고 아늑한 시골마을 풍경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이 마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저기 저 집 매운탕 집 말이여, 거 아들이 핸드볼 선순디 그 뭐시기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어야. 소원이 뭐냐고 물었는디…아까
지나온 다리 있지? 거서부터 저 앞꺼정 길좀 놔달라고….그려서 지금 일케 아스팔트 도로가 쫘악 깔린겨여.”
도로가 난 연유를 설명하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마냥 순수해 보인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사이 벌써 초등학교 교문 앞에 다다랐다. 그곳은 바로 새만금과 가까운 생태학교 ‘시선’이다.
‘폐교’라는 말을 듣고 산 깊숙히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던 학교가 마을길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조금 놀라웠다.

오전 9시 15분경 학교 운동장 조회대 옆. 15여명의 학생들이 갯벌 체험하러 나서는 채비에 분주하다. 다함께 계화도 갯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Story #-1
숨쉬고 있는 갯벌을 만나다

바닷물이 밀려나가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게 펼쳐진 계화도 갯벌. 햇살아래로 반짝이는 갯벌이 금빛을 이룬다.

“갯벌을 다른 말로 하면 뭐라고 했지?”“바다의 육지요!”
“갯벌은 땅을 나누는 경계선이 없어요. 싸움도, 경쟁도 없지.”

▲ 갯벌에 들어가기 전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드넓게 펼쳐진 갯벌을 보며 아이들은 그 거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갯벌에 대해 설명하는 선생님의 손가락을 따라 아이들의 시선이 움직인다.

“우리 1분만 한곳을 쳐다보자. 소리내지 않고 있으면 수천개의 게가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거야.”

걸어다닐 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갯벌에 작은 우주가 펼쳐졌다. 갯구멍 위로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게를 비롯해 민챙이, 고등, 조개류들이 갯벌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 갯벌위를 걷고 있는 아이들. 발끝으로 느끼는 갯벌이 색다르다.

아이들은 한줄로 서서 눈을 감고 갯벌 위를 걷기 시작했다. 갯벌에서 나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발끝으로 갯벌을 느끼는 순간이다.

바퀴벌레샘(여기서는 선생님을 샘이라고 부른다)이라고 불리우는 한 선생님은“우리는 눈과 손, 발에 거의 모든 걸 의지하지요. 눈을
감고 갯벌을 걷다보면 자신의 평행감각을 읽을 수 있고 또 갯벌을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라며 눈을 감고 걷는 이유를 설명했다.

갯벌 중간 지점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과 아이들은 OX퀴즈를 하기로 했다. 지난 밤 배웠던 갯벌 상식을 토대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틀린 사람은 뻘로 얼굴에 인디언 모양 만들기.

“게는 대부분 옆으로 기어다닌다. 앞으로 거는 게도 있는 데 이는 칠게이다. 맞으면 O, 틀리면 X. 자, 각자 판단되는 곳에
서봐”
도우미 선생님이 내놓은 문제에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기이다.

“답은 X. 칠게가 아니라 밤게에요.”

O자리에 서있던 아이들이 아쉬움의 함섬을 지른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얼굴에 뻘을 묻힐까봐 도망다니기 바쁘다.

살아 숨쉬고 있는 갯벌을 만난 아이들은 그 생명력에 이끌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워했다.

▲ 숨쉬고 있는 계화도 갯벌을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갯벌에 처음 와보았다는 김현아양(중2. 부안여중)은 “부안에 살고 있어요. 새만금 갯벌이 가까이 있지만 갯벌에 대한 자각이 별로
없었어요. 지난 5월즈음 새만금 때문에 난리가 났었잖아요. 이후 성당에 문규현신부님이 강연도 하시고 주위에서 새만금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해줘서 갯벌의 소중함을 알았죠. 오늘같은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양은 “이학교가 처음 폐교되었을 때 성당에서 놀러온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그냥 뛰어 놀기만 했었어요. 하지만 생태학교가 된
후에 오니깐 ‘생명’이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아 ‘시선’의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나섰다는 박현선(32)씨는 “이 곳에서는 생명체를 보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아이들의 갯벌체험이 끝이 났다. 아이들은 갯벌에서 묻힌 뻘을 씻겨 내리며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Story # -2
특명! 아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여라

선생님과 아이들의 행동에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젖은 옷과 몸을 말리려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에 대자로 눕는 것도 예사로운 일도
아니다. 저 멀리 차가 다가오면 재빨리 일어나 불연듯“핵폐기장 결사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 젖은 옷을 말리려 아이들이 아스팔트 도로에 누웠다.


이날 함께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부안에서 살고 있는 터라 근래 부안내의 정서를 그대로 표출하고 있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아이들은 구호를 외쳐대고 선생님들은 그것을 그대로 지켜본다.

자원봉사 선생님 박현선씨는 “생태학교 ‘시선’에서는 학생들이 우선이에요. 아이들의 의견수렴이 먼저이죠. 열린 기회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한다.

생태학교 ‘시선’은 마음을 닫고 학생들을 억누르는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친구들과, 자연·생명들과 어울리는 법을
깨닫게 한다.

특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열린 토론의 장을 만들어 준다. 이곳 ‘시선’에서는 아이들 나름대로의
판단과 의견에 따라 모든 것이 행해진다.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갯벌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점심식사 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인근 해수욕장으로 이동해 물놀이를 즐겼다.

<다음에 계속...>

다음 글에서는 생태학교 ‘시선’은 어떤 곳이며 이 학교가 바라보는 곳, 담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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