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새만금 갯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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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새만금 간척사업 지역내 주민과 시민단체 등 3,539명은 농림부 등을 상대로 2001년 8월 공유수면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으며, 이어서 2003년 6월 ‘본안선고 전까지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2003년 7월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방조제공사와
관련된 일체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다음은 이 ‘역사적인 판결’의 개요이다(오마이뉴스). 다소 길지만 여기에 인용하도록 하겠다. 그만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사건 집행정지가 이유 있기 위해서는

① 본안소송의 승소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②위 처분의 현상을 그대로 유지시킴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하며, ③ 집행정기결정으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함.

○ 본안소송의 승소 개연성

하자있는 행정행위가 당연무효가 되는 경우에는 행정행위의 내용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실현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바, 농림부장관의 이 사건 각 처분에 근거한 이 사건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의 목적은 농지조성과 수자원개발인데,
당초 농림부장관이 이 사건 각 처분을 하기 위하여 1989. 8. 29. 자로 시행한 환경영향평가 중 수질오염방지대책에 의하거나,
국무총리의 정부조치계획 등에 언급된 수질오염방지대책(환경부 작성의 새만금호 수질보전종합대책, 민관공동조사단의 민관공동조사보고서
중 수질보전대책)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새로 조성될 새만금 담수호에 대한 수질이 심각한 오염으로 인하여 당초 계획한 대로 농업용수(4급수)로
유지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움.

뿐만 아니라, 새만금 하구해역을 방조제로 막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없어질
운명에 있는 새만금 유역의 하구갯벌도 보존할 필요성이 있음.

따라서, 이사건 각 처분은 이 사건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설혹 달성이 가능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다한 비용을 요하게 되어 당연 무효로 볼 여지도 있는만큼, 신청인으로서는 본안소송에서 승소하게 될 개연성도
있음.

○ 보전의 필요성

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 채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이 사건 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방조제가 완성되어 새만금 담수호가 오염된다면, 그 회복에 엄청한 비용이 드는 등 손해를 입게 될 것이고, 또한
방조제공사 중 미완공 부분도 조만간 완공예정에 있으므로 본안소송의 판결선고 전에 미리 정지하여야 할 급박한 사정도 있음.

나.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이 사건 집행정지결정으로 인하여 방조제 공사가 중단된다면, 방조제 토석의 유실에 따른
보강공사에 비용이 소요될 우려도 있으나, 방조제 공사가 완공될 경우 발생하게 될 수질오염, 갯벌파괴 등으로 인한 환경피해가 심각히
우려되므로 그와 같은 부수적인 손실은 이 사건 각 처분에 기한 방조제 공사의 집행정지를 배제할 정도는 아니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

○ 결론

따라서 신청인들의 이 사건 신청은 위에서 열거한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인정하여 집행정지
결정을 하였음.

새만금 간척사업은 태생적으로 잘못된 사업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사업은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권력을 잡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신군부 일당이 호남의 민심을 돌려놓기 위해 추구한 이른바 ‘서해안시대 구상’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그 골자는 6천만평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살아 있는 갯벌을 죽여 없애서 농토를 만든다는 것으로 정해졌다. 농토가 남아돌아서
문전옥답도 갈아엎어 버리는 생생한 눈앞의 현실은 그냥 무시되었다. 6천만평이나 되는 간척지에서 몰아칠 소금바람의 폐해도 깡그리
무시되었다. 그 엄청난 크기의 갯벌을 매립하기 위해 멀쩡한 산과 들을 마구잡이로 깨부수고 파헤쳐야 한다는 사실도 확실히 무시되었다.
이렇게 엄청난 파괴의 과정이 바로 ‘개발’의 과정이고, 따라서 많은 돈이 뿌려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문제를 직시하고 이제까지 쏟아부은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이제는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괴를 위해 뿌려지는 많은 돈 때문에,
농업기반공사와 같은 파괴의 주체들은 이 사업의 추진을 강력히 요구했고, 또한 전북지역의 적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이 사업의 추진을 강력히 요구했으며, 그리고 전북지역에 대한 정치적 고려의 차원에서 역대 정권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개혁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조금도 개혁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여러 성직자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삼보일배’를 하면서 새만금 간척사업의 무모성과 파괴성을 고발했으며, 또한 선진국의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후진국들에서도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무식하고 시대착오적인
토목사업은 벌이지 않는다. 그것은 생명파괴사업이고 문화파괴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제법 큰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대다수 국민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살아 있는 갯벌을 잃어 버려야 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자손만대에 걸치도록 보호해야 마땅한 곳을 극소수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없애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만금 간척사업은 생명파괴사업이고 문화파괴사업이면서 지독히 정의롭지 못한 사업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더욱 극심한 세계 최악의 ‘토건국가’로 꼽힌다. ‘토건국가’란 대규모 토건사업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를 뜻한다. 이것은 고도성장의 산물로서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곳곳에
고속도로를 놓고, 잘 보존된 산에 커다란 댐을 쌓고, 커다란 방조제를 쌓아서 바다를 죽이고, 갯벌을 매립해서 갯벌을 죽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지난 40년 간 이런 일이 그치지 않은 결과 전국의 자연이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었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토건업자와 정치권과 지역유지 사이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토건국가’에서 벗어나서 자연보존에 애쓰고 있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이번의 판결이 ‘역사적인 판결’인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판결은 박정희 식의 자연파괴형 경제에서
선진국의 자연보존형 경제로 나아가는 길을 한껏 열어주었다. 또한 이 판결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맞서서 이 사회가
추구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분명히 제시해 주었다. 이 점에서 이 판결은 ‘역사적인 판결’이다. 새만금 갯벌은 살아 있는 갯벌로
남아야 한다. 지난 10여 년 간 새만금 갯벌은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새만금 갯벌을 복원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옳은 길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정부와 정치권은 그 길을 모르겠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는
길이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나아가 그것은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길이다. 새만금 갯벌을 죽이는 것은 이 나라의 발전을
막는 차원을 넘어서 이 나라를 죽이는 길이다. 그것은 자연보존을 향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때, 우리만이 뒤로 가면서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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