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자신의 뼈와 살을 다 파내 주었지만…”

절반이 송두리째 날라 간 벌거숭이 석산, 구릉같이 움푹패인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짓게 한다.
한켠에는 복원의 이름으로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방조제용 토석채취 때문에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파괴된 해창석산의 현재 모습이다. 산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그 동안 깎기고
잘린 나무와 풀잎, 그들의 생명은 누가 위로하는가.
지난 밤 내리던 비가 그친 후 맑게 개여 석산 정상에서는 아득히 비응도, 신시도, 고군산도, 가력도의 광경이 펼쳐졌고, 배수관문공사
때문에 아직 메워지지 않은 미완성의 방조제도 눈에 들어왔다.

“해/창/산/유/주/무/주/고/혼/영/위”

▲ 새만금간척사업을반대하는부안사람들 신형록씨

28일 오후 3시 부안 해창석산에서는 새만금사업을반대하는부안사람들과 원불교 종교인 다수, 새만금 갯벌 일대 어민들, 일반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해창석산 위령제가 열렸다.
원불교 의식에 따라 구성된 위령제는 각 대표의 발언과 함께 독경, 축원문 낭독, 분향 헌배 등이 대체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새만금사업을반대하는부안사람들 신형록씨는 발언을 통해 “우리 앞에 있는 해창석산은 12년동안 자신의 뼈와 살을 다 내주면서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새만금 사업의 싸움은 생각하지 말고 해창산의 영혼들을
달래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연세대, 수원대, 동덕여대, 가톨릭대, 숭실대 등 2003새만금환경현장활동대 약 7~80명의 학생들이 함께 했다.

▲ 해창석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분향하고 있는 해창석산 지킴이

2003 새만금환경현장활동 공동기획단 이창호(연세대 경제학과)씨는 “지난 27일 전주에서 발대식을 가진 새만금환경현장활동대는
활동 프로그램 중의 하나롤 위령제에 동참했다.”며, “환경현장활동은 2000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4공구 방조제가
막힌 것을 보고 몇 해 동안 모니터링 해온 대학생들이 격분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환경현장활동대들은 부안, 김제, 군산 등 전북지역 일대에서 노동과 공동체 프로그램 및 분반활동은 물론 갯벌탐사와 세미나 등을 마련해
공동체적이고 생태주의적인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 약 8일동안 지역에 머물면서 2003 새만금환경현장활동을
펼쳐나갈 대학생들
▲ 원불교의 주최로 진행된 이 위령제에서는 여러 의식이
마련됐다

석산 아래로 따가운 햇살이 내려와 위령제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특히 극단‘함께 사는 세상’은 마당극을 통해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이 인간의 이기적인 파괴행위로 절규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 건설현장 사무실 내부의 모습. 우두커니 서있는 컨테이너 박스안에는 건설현황판이
걸려져 있다.

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는 중 석산 건너편 부안댐으로 가는 길에 관광버스 4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는 새만금을 찬성하는 새만금추진협의회와
함께 월남참전전우회 소속 60여명이 타고 온 버스.
월남참전전우들은 군복을 입고 위령제를 진행하고 있는 군중들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참전했던 긍지를 가지고 국책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찬성한다. 이를 위해 반대하는 이들과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여명의 경찰병력 너머로 들리는 확성기 소리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위해, 해창석산의 고귀한 영혼들을 위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귓가에 얕게 맴돌았다.

▲ 문정현 신부님

새추협과 월남참전전우회 소속 회원들은 30여분간 구호를 외쳤을 뿐 별다른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날 위령제를 무사히 마친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는 “오는 7월 5일 전북도청 앞에서 ‘희망의 갯벌, 새만금’이란 주제로 새만금갯벌과
전북도민을 위한 문화제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원공사 미흡,
심어놓은 나무 누렇게 변해

한편, 2001년 5월 새만금사업 재추진이 결정된 이후, 방조제용 토석채취를 위해 진행되었던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국립공원 해창석산
공사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다.
환경단체와 새만금사업을반대하는부안사람들 등은 지난해 해창석산의 토석채취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특히 녹색연합
회원인 조태경씨는 석산 절벽에서 밧줄에 매달린 채 고공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이후 농업기반공사는 채취가 끝난 석산에 복원공사를 진행, 조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나무를 심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찾았던 그날의 모습에 비추어 보면, 수 억원의 돈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복원공사는 뜻대로 잘 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일주일 전에 심었던 나무는 배수가 잘 안되었는지 초록색이 아닌 누런 색을 띠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생태복원은 지정구역에 약 5천㎡정도의 물량으로 복토를 진행시키고, 그 위에 동종의 나무를 심는 것. 그것일까.

해창석산에서
만난 사람

“해창갯벌 위로 지는
해는 너무나 눈부셨습니다”

새만금까지 자전거 순례한 경북대 김동주씨.

▲ 대구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해창갯벌까지 온 경북대 김동주씨

새만금 갯벌의 생명 파괴를 반대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전북 부안 해창갯벌까지
가겠다며 지난 6월 24일 대구를 출발한 대학생 7명이 있다. 그 중 나이가 가장 어린 김동주씨(경북대 불문과).

김동주씨는 “삼보일배에 대한 젊은이들의 화답을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며 순례취지를 밝혔다. 인터넷 동호회 녹색평론독자모임에서부터
널리 퍼져 전국의 대학생들이 스스로 마음을 모았고, 생명 파괴의 현장인 새만금 갯벌까지 자전거로 순례하기로 했다.
이들은 순례 내내 특별한 경험을 가졌다. 특히 함양을 지나 전북 남원을 들어서는 즈음 새만금추진협의회 사람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10km가 되는 팔령이란 고개를 넘어가던 중 새추협 회원들을 만난 것이다.
김동주씨는 “새만금사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설득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중에는 ‘경상도인들은 전북땅에
들어올 수 없다’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추협 회원들이 길을 막아 남원으로 넘어가지 못한 대학생들은 다시 함양으로 내려갔고, 다음 날 다시 출발해 27일
부안 해창갯벌에 도착했다.
위령제가 있던 해창석산에서 만난 김씨는 “처음부터 새만금 갯벌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로 그 소중함을
알았습니다”라며, 환희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글 / 조혜진 기자

사진/ 생태보전국 마용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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