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땀흘리는 소리와 땀 닦는 소리, 오열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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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2시>

농업기반공사 앞 새만금 사업 중단 촉구 시위


54일째 강행하고 있는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순례단이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다다랐다는 소식과 함께 새만금추진협의회 주민들이 “새만금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확성기를 통해
소리치며 순례단 행렬 반대편 도로에서 따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순간을 잠시 뒤로 한 채 먼저 찾아간 곳은 과천
정부종합청사와 가까운 경기도 의왕시 소재 농업기반공사 본사 빌딩.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는 것은 노란 조끼를 입은
새만금추진협의회 주민들과 하나둘씩 모여드는 경찰들이었다. 농업기반공사 빌딩 맞은 편 도로에는 대략 5대 정도의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었다. 오후
2시부터 열리는 경기환경운동연합과 시화호연대회의의 ‘새만금간척사업중단을 촉구하고 시화호 사업에 항의하는 집회’에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다.

‘제2의 시화호, 새만금 갯벌을 막지 마라’

시화호연대회의 임병준 사무국장의 힘찬 구호로
집회가 시작됐다.

“새만금을 국민에게 돌려줘라”
“농업기반공사는 새만금 간척을 중단하라”
“시화호 파괴의 주범
농업기반공사는 해체하라”
















시위현장에 시화호연대회의가 농업기반공사에게 준 선물은 시화호에서 주워 온 죽은 조개.

임병준 사무국장은
“농업기반공사에게 선물할 것이 있다”며 준비해 온 조개더미를 공사 정문 앞 도로에 뿌렸다. 시화호에 죽어있는 조개를 주워온
것이었다.

농업기반공사 담장 사이로 집회장면을 보고 있던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도 그 순간만큼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 장면을 포착하려
했다.

이날 집회에서 시화호 어촌계장이었던 윤영배씨는 “바닷물을 막아 농토를 만드는 것은 아주 옛날이야기”라며, “이미 죽어버린
시화호의 조개와 죽어가고 있는 새만금 갯벌의 조개 등 생명의 넋 앞에서는 할말이 없다.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화호연대회의 김현삼 집행위원장은 “현재 신구상기획단 구성은 오히려 찬반세력의 갈래로 더욱 소모적일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고서는
시화호나 새만금 사업 중단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새만금추진협의회 농업기반공사 앞 버스 5대
대기

















집회가 열리는 맞은 편 도로에는 전북에서 올라온 새만금추진협의회의 버스 5대가 나란히 서있었다.

한편, 시위시작 30분전 노란
조끼를 입은 새만금추진협의회 사람들이 농업기반공사 앞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는 것이 목격됐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박소연
간사는 “술을 몇 잔 걸친 사람들이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던 우리 일원들에게 와서 ‘대화를 하자’ ‘토론을 하자’며 시비를 걸었다”면서 “새만금
갯벌 지역에서 온 새만금추진협의회 주민들이 농업기반공사 앞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는 것에 뭔가 이상하다”라고 미심쩍어했다.

사실
삼보일배 순례단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부근에 다다를 때까지 뒤를 쫓아오던 새만금추진협의회가 청사 부근 가까운 식당을 제쳐두고 농업기반공사 앞
식당까지 갔다는 데 석연치 않은 의문점을 남기고 농업기반공사가 지역주민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소연 간사는
“새만금추진협의회에서 나왔다는 주민들이 새만금간척사업을 찬성한다면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 앞에서 언성이라도 높여야 할 것이지만 함께 따라온 젊은
아가씨들은 관심도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2시40분>

순례단 정부청사 앞 도착, 문규현
신부의 오열과 격분

















삼보일배가 진행되고 있는 과천 조금 못미치는 수자원공사 건물 앞에서 새만금추진협의회 주민들이 “새만금사업을 추진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제 막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을 지나 운동장 밖을 따라 길게 줄지어 있는 행렬이 눈에 띄었다. 고지를 향해 쉼 없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한 마리의 용과 같았다. 삼보일배
순례단은 전북 부안 해창갯벌을 떠나 54일만에 정부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정말 쓰라리고 힘든 고행이었다.

청사 앞을 지나는 도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순간, 갑자기 문규현 신부가 그 자리에 쓰러져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아직도 결정되지 않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중단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 것이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문정현 신부도 통곡했다.

이날 함께 순례단 행렬에
참여했던 600여명의 참가자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며 고통과 아픔의 눈물을 흘렸다.

순례단이 지나가는 곳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니 소리낼 수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숙연하다. 단지 땀 흘리는 소리, 땀 닦는 소리, 격분한 마음을 삭히며 눈물 흘리는 소리만
속삭이듯 들릴 뿐이다.

20일 오후 4시30분. 농림부, 환경부 장관 순례단 방문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도로를 지나고 있는 삼보일배 순례단.

정부청사 앞을 길게 두 바퀴 돌아 힘겨운 삼보일배 수행의 일정을 마친
순례단은 정부종합청사 앞 아스팔트 도로에 마련된 천막 숙소에 짐을 풀었다.

휴식도 잠깐. 순례단 숙소에 김영진 농림부 장관과 한명숙
환경부 장관이 찾아왔다.

바로 지난 밤 “새만금 간척 사업은 중단할 수 없다”라고 발언했던 김영진 농림부 장관은 “이렇게 힘겨운
고행을 하고 계시는 네 분의 성직자들과 삼보일배 순례단을 차마 눈앞에서 그냥 보낼 수 없어 왔다”며 현장방문의 목적을
밝혔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73% 부분 완성되었다는 말이 사실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영진 장관은 “그 점에 대해 논쟁하기
위해 이곳을 온 게 아니다. 이 경건한 고행길에서 새만금 사업의 당위성을 이야기 할 수 없지 않느냐”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에
문정현 신부는 “어제 뉴스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지난 번 장관님이 다녀가신 후 잘될 줄 알았는데 솔직히 실망했다. 지금 새만금 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김영진 장관은 “삼보일배의 순례를 중단해주길 바란다.
신체적 한계를 느끼고 앞으로 어찌될 지 모르는 네 성직자분들을 문정현 신부님이 어른으로서 한마디 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사 앞을 지나는 도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삼보일배 행렬과 방어벽처럼 서있는 경찰들.

문정현 신부는 “내가 그들에게
그만두라고 한들 그들이 말을 들을 사람들도 아니고 서울까지 기필코 가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신부는 또 “지금 당장 새만금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 멈추고 다시 생각해보자. 개발의 논리는 제쳐두고 큰 것을 보며 같이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그저 문정현 신부의 손만 붙잡고 “말씀 잘 들었습니다”라고 연발할 뿐이었다.

계속되는 추궁에 김영진 장관은 “국무총리 주관으로
새만금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6월초 신구상기획단이 구성될 것이다. 이후 각계 의견을 듣고 환경단체들의 요구 또한 적극 받아들이면서
더욱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만금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명숙 환경부 장관도 네 분의
건강을 걱정하며 “같이 동참할 수 없지만 환경부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청사로 되돌아갔다.

글 /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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