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우리는 그저 전진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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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했다.

여기는 삼보일배팀이 있는 수원의 어느 성당입니다. 문규현 신부님이 찬송가 부르시는 소리 들리고…
오늘은 제가 또 삼보일배 팀으로 파견을 나온 날입니다.
방금 저녁밥을 먹다가 웃음이 나왔습니다. 진행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거에요

▲ 5월 15일 오전 11시쯤 순례단은 수원시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 경제 생태 연구회 그런 게 있나봐. 근데 거기서 말하기를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그랬나봐. 오늘 문화일보에 나왔데”

“진짜야 푸훗 문화일보 난리났겠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말하는 이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 벌려놓은 거잖아. 이봐 누가 시작했어?’라는 말을 하고 싶어 간질거릴만큼
그 표정이 너무 순진무구. 소동의 진원지는 고요합니다.

태풍의 눈은 평화롭고 순진하고 불씨 안은 뜨겁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선 난리가 나지만 여기는 조용합니다.

2. 청바지를 벗고 신발끈을 조였다

불씨는 드디어 수원까지 왔습니다.
오늘은 조금 위험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성당 밖에는 경찰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올라온 주민들이 우리 팀을
항의방문 한다고 했었거든요 .

▲ 저녁을 먹고 있을 무렵 전북지역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새만금추진협의회’
분들이 관광버스 10대에 나누어타고 순례단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수원 밀리오레앞에 해가 질 때 까지 시위를 한다고 신청해 놓았구요.
그 중 몇 몇 분은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린다는 소문도 들리고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진행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웃겼습니다. (불경스럽다하실지
모르지만, 전 정말 웃겼답니다)
하지만 우리팀은 약합니다.

진행팀은 저보고 글쎄 네 분 성직자분 옆을 지키라고 하더군요.
‘야, 니가 운동 좀 한다메?’
기가 막혀서… 제가 하긴 뭘 해요. 아시겠지만 태권도 2단은 여전히 아마추어 초보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가는 것 밖에 없는데 그런 사람한테 뭘 기대하다니… 역시나 웃겨요.
저한테조차 뭔가를 부탁하는, 우리 팀이 그만큼 약하다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이렇게 약한 사람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다니.
하지만 저도 긴장했습니다.
다칠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연인에게 이 긴장을 말하면서 풀고 싶었지만 두렵다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 네 다섯 시간 후에 어쩌면 내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말해주고 싶지만 괜한 걱정에 손 놓고 있을까봐 그냥, 사랑한다고만 말했습니다.

세상의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또 어쩌면 나는 다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청바지를 벗고 신발끈을 조였습니다. (청바지 입고는 못 움직이거든요)

전화걸고 싶은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었습니다.

3. 세상은 잠시 멈춰주었으면 좋겠다

▲ 무더운 날씨에도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순례단

이번 일은 ‘단순한 게 번잡한 계산을 이긴다’라는 걸 보여주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세 걸음 걸어가 한 번 절해. 쭉.
세상은 잠시 멈춰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들의 돈벌이도 사랑도 공부도 잠시 멈춰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흐름이 바뀌는 게 느껴지고, 제가 그 흐름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있다는 게 즐겁습니다.

흐름 밖의 사람들…

길은 선명합니다. 선명한 직선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한 가운데의 끝은 어디일까.

4. 우리는 그저 전진할 뿐이야.

▲ 점심을 드시고 고단한 몸을 누인채 쉬시는 신부님과 스님.

네 분 성직자 들은 묵언수행을 하십니다.

왜 하시게 되었냐고 여쭤보니까 내방객들하고 인사하는 데 힘빠져서 안 하기로 하셨다더군요.

‘절하기도 바빠. 힘들어 죽겠어’

그래도 사람들은 말을 시키죠.

‘스님 무릎이 아프시다더니 괜찮으세요? ‘

빙그레

‘아, 괜찮으시다고요?’

씨.. 왜 자꾸 말시키냐. 내가 언제 괜찮다고 그랬어. 웃었지. 말은 할만큼 다 했어. 이젠 같이 하든 말든 결정을 해. 결정을
하라고.

하지만 신부님, 쟤들이 아까 떠들다가 못 들었거든요? 못 들은 애들 어떻게 해요? 못 들은 애들이 더 많아요.

몰라 쟤들한테 물어봐.

밥을 먹고 나서 스님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스님은 수첩에 열심히 써주시는 것으로 대꾸를 해주십니다.

스님, 저번에 이바구가 너무 재미나서 또 왔는데 실망이에요.

끄덕, 환경연합은 5.23부터 총동원이지?

네.

참여연대도

네.

서울가면요. 학생들도 같이 하고 싶고 그런데..

끄덕. 일반인들도 같이 하게 할 생각이야.

끝나고 사람들 모여서 뭐 해도 돼요? 공연같은거.

‘절하는 거 자체가 큰 멧세지야’. ‘우리는 그저 전진할 뿐이야’. ‘행사가 되면 안 돼’

아싸… 목침맞았다…

절하는 건 안 말리는데, 딴 건 죽어도 하지마. 죽고싶으면 해도 돼.
사람이나 많이 모아. 절할 사람 말이야. 절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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