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생존자체만으로도 희귀한 어느 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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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운동연합은
국제적으로 희귀한 저어새의 서식지인 강화 남단 일대 갯벌에서
정화활동을 벌이는 행사를 마련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는 관심있는
회원들을 포함,
인터넷으로 신청한 일반인까지 20명
정도가 참가했고,
지역적으로는 강화시민연대, 인천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와 강화지역의 주민들, 해병대 군인들이 함께
참여해 강화도 남단 동막유원지 인근과
분오돈대, 분오리저수지 주변을 청소했다.

참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나왔다.
유리병, 고무장갑 심지어는 주인 잃은 운동화 한짝까지.
더욱이 숨쉬고 있는 갯벌을 위협하는 것은
사람들이 유원지에 놀러와 하늘높이 쏘아올린
화약불꽃의 잔여물들이었다.

계속적인 정화활동이 있음에도
저어새 서식지로 최적인 강화도 남단의 갯벌이
쓰레기로 더럽혀지는 것은 주민들의 뚜렷한 보호의식과
보전지역 지정 여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저어새
서식지의 보존문제에
대해 깊이 되새기며 강화도 갯벌에 머물고 있는
해안조류들을 탐사하는 데 열중했다.


◆ 저어새는 희귀적, 국지적, 보존적인 새


저어새 ⓒ 이도한

밀물로 해안가 저 멀리까지 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하얀 깃털로 몸치장한 저어새 몇
마리가 물길을 따라 분주하게 거닐고 있었다.
길게 쭉 뻗은 부리를 물속에 담그고, 저어 저어 물가를 헤매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귀엽다. 이름도 딱 들어맞는다. 얕은 물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서 불리우는
이름 ‘저어새’.

이날 저어새 서식지를 깨끗이 청소하겠다고 동막유원지를 찾은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저어새의 실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백로보다는
짧고 굵은 다리, 숟가락처럼 생긴 길죽한 부리, 번식기에 나타난다던
노란색 댕기머리와 가슴털, 넓은 날개를 접고 부리로 물가를 젓는
모습들이 마냥 신기한가보다.

강화시민연대 임정숙씨는 “강화도에서 오랫동안 살고 저어새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저어새를 내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같이 온 동료들에게 쌍원경을 건네준다.
모두들 신비한 저어새의
모습을 묘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실 저어새를 연구하고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조사활동가들외 일반인에게는 저어새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스코프를 통해서 보는 것은 렌즈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現象)에 그치겠지만, 처음 저어새의
존재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큰 세상, 자연(自然)이었으리라.

저어새는 동아시아 부근 지역에 집중적으로 900여마리만 살고 있는 매우 심각한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저어새과는 10여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중 반수가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모두 희귀종으로 취급된다.
본래 혼탁하고(그렇다고 수질이 나쁜 곳이 아니다)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아 먹고사는 저어새는 그 서식의 특성 때문에 서식지역도
매우 한정되어 있다.

◆ 먹이부족과 번식지 파괴가 저어새를 죽인다

저어새는 20cm 안팎의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고, 인적이 드문 무인도에서 번식·서식한다. 번식시기에는 해안가와 가까운 무인도에
둥지를 틀고 해안인근 저수지의 민물고기를 잡아 새끼들에게 물어준다. (왜냐하면 저어새의 새끼들은 염분농도에 적응하는 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매년
한반도의 석도, 유도 등의 서해안 무인도와 한강하구에서 번식한 후 강화도를 비롯한 서해안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저어새에게는
넓은 우리나라 갯벌이 최적의 서식지이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DMZ특별위원회 김수일 박사(한국교원대)는 “70년대 무분별한 간척사업으로 인해 해안가와 가까운 섬과 섬이
이어짐으로써 저어새의 번식지는 점점 그 자리를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조류의 집단번식지는 사수도의 슴새 번식지와 홍도의 괭이 갈매기 번식지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어새의 경우
워낙 개체수가 적어 일정한 번식지를 지정·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김수일 박사는 “특히 남북한 사이 무인도의 저어새의 번식지는 우리나라 남북간의 교류가
잦아지게 되거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점점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만에서 저어새가 집단 폐사한 원인을 살펴보면, 먹이포획이 부족했던 저어새들이 인근 양어장으로 먹이를 찾아가 보툴리늄이라는
세균에 감염된 물고기를 먹게 되면서 71마리라는 엄청난 숫자의 저어새가 떼죽음을 당했다.
이후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저어새의 월동지와 번식지 등 서식지를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저어새가 먹이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수많은 연구와 보존활동을 벌일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한편 저어새는 우리나라에도 작은 수로 월동지를 가지고 있다. 오리들과 경쟁하며 먹이 사냥이 수월하진 않지만 제주도 성산포 하도리
해안가에서 월동을 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저어새의 서식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의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식지역을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 이상 저어새가 먹이를 찾아 엉뚱한 곳을 헤매일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 천적이 없다구? 인간이 더 무서워

원래 깃털이 흰 새에게는 천적이 없다고 한다. 백옥같이 흰 깃털을 가진 저어새에게도 학술적으로
알려진 천적은 없다. 하지만 갓 태어난 저어새 새끼나 2주일 정도 자란 어린 저어새에게는 재갈매기나 괭이갈매기가 천적 아닌 천적이다.

또 서식지 인근에 낚시꾼들과 배를 통해 들어온 쥐, 고양이 따위는 땅에 둥지를 틀고 번식·서식하고 있는 저어새에게 매우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산란시 3개의 알을 낳는 저어새는 번식시기를 놓치거나 괭이갈매기, 사람들의 손에 의해 알을 빼앗기게 되면 재산란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재산란도 쉽진 않다.
김수일 박사는 “위험요인을 고려하여 저어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정보수집하여 바로 투여할 수 있는 관리마인드와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갯벌에 망을 치고 새우류와 망둥이, 조개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부 강화 주민들에게
망에 걸려 나오는 조그만 새우는 귀찮은 존재이다.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할 그 새우는 망에서 오랜 시간 걸려 있다 바로 바다로
내버려진다.
살아있었다면 저어새에게 알찬 먹이감이 되었을 텐데, 흐물해진 상태로 버림받은 작은 새우는 바다에 떠다니다 썩어버리고 말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주변 저수지의 낚시터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저어새 서식지 석도에서 찍은 사진에서 낚시줄에 걸려 부리가
부러졌거나 날개가 찢어진 저어새가 다수 발견되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낚시줄은 저어새를 위험에 빠지도록 했다. 모두 인간이 한
행위였다.

◆ 저어새의 입장에서, 저어새를 바라보며

이번 저어새 서식지 정화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저어새의 매력에 푹 빠졌다. 회원 중 한 사람은 “앞으로 저어새에 대한 보호활동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 저어새의 가치를 알려 적극 동참시키겠다”고 밝혔다.
강화도 주민들에게도 저어새와 그의 보호에 대한 가치를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한 강화군 주민은 “개발과 보존이 대립하는 이곳에서 보존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지역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라고 강조했다.
김수일 박사는 “당장의 경제향상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스스로 ‘저어새’그 자체가 좋아서 참여하고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얼마나 강화의 갯벌이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종합적인 홍보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생명의 지구를 지키자


▲ 김수일 박사(한국교원대)

“하나뿐인 지구”를 살려내야 다, 그래서 지구의 날이다. 4월 22일은 33회
“지구의 날”, 벌써 33 년이 흘렀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몸살을 앓고 있는 하나뿐인 지구의 신음 소리를 듣고
있다. 하나뿐인 우리의 생활환경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때문이다.

우주 안에 수많은 별들 가운데, 지구는 단 하나 우리들의 고향이며 삶의 터전이다.
우리의 삶은 또,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별처럼 온갖 생명체들이 자연스레 태어나고 대를 이으며 살아가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들의 먹거리, 입을거리, 날마다 쓰고 살아갈 거리들이 모두 지구에서 나오며, 이런 자원들은 수많은 생명체들의 연결고리에서
생산되고 비롯된다. 우리는 생기 없는 지구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오늘 지구의 날, 우리는 갯벌에 나왔다. 지구 한 모퉁이에 위치한 강화 남부
갯벌에, 수많은 생명의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삶을 지켜가려는 고민을 안고 나왔다. 우리가 모르던 사이, 이 땅에서도
벌써 수많은 생명체가 연결고리에서 떨어져 나가고 사라져 가고 있단다. 우리와 함께 살았던 따오기, 황새, 크낙새들마저
지난 30여년 사이 이 땅에서 멸종해 사라졌다고 한다. 그들이 대를 잇고 살아갈 만한 안식처가 사라지고, 좋았던 먹거리들이
사라져 가는 때문이라 한다. 이곳 강화남부 갯벌에서는 주걱부리 “저어새”가 이 땅에서 사라져 갈
위기를 맞고 있다 한다.

우리의 땅과 바다를 지키는 해병 부대 장병들, 흙과 갯벌, 바다와 더불어 살아오신 강화 주민들 그리고 우리환경을 생각하는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세계에서 단 한 곳,봄부터 여름까지 저어새가 대를 잇고 살아간다는 이곳에 모였다. 오늘
함께한 많은 이들 가운데는, 저 멀리 갯벌 끝 물골에서 부리를 휘휘 저으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 그 새들을 오늘에야
처음 본다고도 했다. 마지막 삶의 불꽃을 지펴가는 그들의 몸동작은 차라리 탈춤으로 표현하는 애절한 기도와 같아 보였다.
뒷머리 장식깃을 휘날리며 잠시 멈칫거리기도 하는 신기루 같은 새…

새들은 사람과 아주 비슷한 감각과 생리적 조건을 지니고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해가며
살아온 생물이다. 환경적응의 역사로 말하면, 1억년 정도 사람보다 훨씬 더 그 기원이 앞선다. 때문에 우리는 새들의
생존 여부를 중요한 환경지표로 삼아오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저어새가 중요한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이유에서다.

오늘 우리가 강화남부 갯벌에 나온 것은,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상의 생명현상을
지켜가자는 작은 출발을 다짐하려는 것이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멸종위기 저어새의 중요한 삶을 지키려는 노력의 출발이다.
얕은 물에서 팔짝거리듯 뛰기도 걷기도 하는 단 한 마리의 저어새라도 안전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의 작은 노력 – 해안선
청소를 하려는 모임이었다. 지구의 날에, 많은 고장사람들, 군 장병들이 지구 위 생명현상의 존귀함을 느끼고 실천하는
노력을 다짐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글/ 조혜진 기자
사진/ 시민환경정보센터 기획위원 박종학
사진자료제공/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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