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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천 똥물의 추억과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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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천에 물고기가 살고 있다?’, ‘그것도 1급수 지표
어종인 버들치가……’ 처음 접한 정릉천 물고기 이야기는 언뜻 ‘달나라 떡방아 토끼’처럼 느껴졌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80년대 정릉천 주변의 초, 중, 고교를 다녔던 내 기억 속의 정릉천은 말 그대로 똥물이었다.

▲인근 고려대역에서 하루 6,800톤의 맑은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다. 그로인해
주변 100m지점이 온통 바닥이 보이는 물로 덮여 있고 그 속에 버들치가 살고 있다

어릴 적 짓궂은 놈들은 막대 끝에 물 속에서 캔 커다란 덩어리를 붙여 놓고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하였던 곳이다.
당시는 학교 앞 하천이 이름이 정릉천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저 시커먼 물과 그 위를 덮은 하얀 거품, 그리고 한 여름에도 창문을
닫게 만든 냄새만이 정릉천을 기억하게 한다. 그나마 그때는 물이라도 있었다. 냄새나는 하천이지만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후 바란
본 하천은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어 그런 대로 운치가 있었다. 그래서 중학교 친구들 중에는 정릉천을 ‘세느 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정릉천엔 물이 흐르지 않았다. 인근 미도파 백화점 주차장이 하천의 반 넘게 차지하였고, 거대한
기둥이 세워지면서 그 위로 내부순환로라는 이름의 도로가 생기면서 정릉천은 더 이상 하천이 아닌 그저 마른땅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정릉천에 물고기, 그것도 버들치가 살고 있다는 말이 황당한 농담처럼 들렸던 것이다.

▲버들치 : 주로 맑은 산간 계곡에 주로 서식하며 1급수
지표 생물이다.
그러나 서울시내 오염 하천 곳곳에서 발견이 되는데 이는 상류에서 빗물에 밀려온 놈들이 죽지 못해 살고 있는 불행한 상황이다.
정릉천 버들치도 불안하기 마찬가지이다

버들치는 노란 갈색 바탕에 등에 짙은 갈색 반점이 있고 배 쪽은 연한 흰색을 띠는 놈으로 주로 산간 계곡
등의 1급수에 서식한다. 예전 버드나무 아래에서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버들치라고 했다는 말도 있고 스님들이 계시는 조용한 암자
주변에 많이 있다고 해서 ‘중고기’라고도 하며 잡식성이라 무엇을 미끼로써도 잘 잡혀 ‘둥이’라고도 불린다. 만 1년이면 5 ∼
6Cm까지 자라고 2년이면 8 ∼ 10Cm, 3년이 지나면 120 ∼ 14Cm까지 자란다.

지난 4월 9일과 16일 두 차례 버들치가 서식하고 있는 제기 2교를 찾았다. 정릉천의 다른 지점과는 달리 제기 2교 아래는
부근의 수중보로 인해 상류 100m까지 족히 1m가 넘어 보이는 가장 깊은 곳의 녹조 낀 하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았다.
물 속에 손을 넣으니 깊은 산골 계곡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차갑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이 아주 빠르고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정말
버들치일까 눈에 힘을 주었다. 너무나 빠르게 움직여 확인하기 어려웠다. 불필요한 동작을 멈추고 그들이 다시 내 앞으로 올 때까지
기다려 본다. 조그마한 놈들은 모르겠지만 제법 큰 놈 등에서 짙은 반점이 보인다. 정말 버들치였다. 사실 서울시내 하천에서 버들치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생활하수로 범벅이 된 도림천에서도 버들치가 살고 있고 말라 버린 하천의 조그마한 웅덩이에 살고
있는 홍제천의 버들치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서울시내 하천 중 가장 오염이 심한 안양천에서도 버들치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버들치는 도림천, 홍제천, 안양천의 죽지 못해 살고 있는 버들치와는 다르다. 그것은 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맑은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맑은 물의 공급지는 제기 2교에서 200m 떨어진 6호선 고려대역이다.

이 역에서는 2000년 12월부터 하루 6,800톤의 지하수를 관거를 통해 정릉천으로 방류하고 있다. 결국 맑은 지하수로 인해
버들치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잡은 버들치 중에는 8Cm 정도 되는 놈들도 있었다. 2년정도 자란 놈으로
2001 또는 2002년 정릉천 상류 계곡에서 빗물에 떠내려온 놈들이거나 재작년에 부화해서 계속해서 살고 있는 놈일 것이다.
그리고 크기 2, 3Cm 되는 놈들도 역시 작년에 내려왔거나 이 곳에서 부화해서 살고 있는 놈일 것으로 추측된다. 어찌되었든
간에 마른 하천에 지하수가 유입되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98년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중랑하수처리장으로 버려지는 지하수가 하루 63,695톤이라고 한다. 이 중 고려대역처럼 18개 역사의
지하수 38,487톤이 현재 하천으로 직접 방류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릉천에 유입되는 4배 가까이 되는 25,208 톤의
지하수가 여전히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버려지고 있다. 오염된 물이 유입되어 처리되어야 할 공간으로 맑은 지하수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천으로는 오염된 생활하수가 유입된다. 제기 2교 부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 용출수 방류구에서 바로 10m 아래쪽에
5급수의 지표 생물이 실지렁이가 가득하다. 물 속부터 하수구 입구까지 각종 음식물 찌꺼기가 싸여 있다. 그리고 틈새난 하수구
사이로 계속해서 생활하수가 흐르고 있다.

때마침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인근에 살고 있다는 시민이 이야기한다. 하수구
냄새 때문에 생활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물고기며 새들이 살고 있어서 여러 차례 구청으로 신고를 하였지만 계속 처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도시하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똥물에서 마른 땅, 다시 버들치가 사는 곳이 되어 버린 정릉천, 사람으로 치면 인생 역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릉천 발원지인 북한산 계곡을 제외하고 버들치가 비교적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구간은 전체 10km 정릉천 구간 중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이 곳에 살고 있는 버들치가 자유롭게 아래, 위를 왕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늘 내 기억 속
정릉천에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졌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이 서울의 모든 하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이 되길 바래 본다.

▲지하수 용출수
방출구 바로 아래쪽은 생활하수가 유입되어 오염된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 틈새난
하수구 사이로 연실 악취를 풍기는 하수가 하천으로 흘러들고 그 속에서 음씩물
찌꺼기와 실지렁이가 보인다

글,사진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정책팀 이철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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