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천수만의 철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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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환경연합 회원모임 ‘하호’ 회원들과
함께 천수만에 다녀왔다. 이곳 천수만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겨울철새 도래지이다. 마침 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서산태안환경연합이 ‘철새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이에 참가했다.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천수만 간척지의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방조제 너머에는 더욱
광활한 간척호수와 농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1979년 9월, 개발독재의 막다른 골목으로 우리나라를 몰아가던 박정희 정권이 천수만의 넓은 갯벌을 간척하여 국토를 확장하고
농지를 조성하여 쌀 자급자족을 이루겠다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제안을 허락했다.

이후, 빠른 물살에 토사가 계속 떠내려가자 폐유조선을 통째로 가라앉혀 물막이 공사를 끝내는 우여곡절 끝에, 충청남도 서산시와
태안군을 연결하는 길이 7,686m의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1984년 2월 26일에 완료되었다.

그 결과 현재 4,295ha의 인공호수와 10,132ha의 경작면적을 포함하여 15,408ha(4만7천여평)의 매립지가
형성되었다. 수많은 어패류와 바다생물의 산란장이자 주요 서식지가 파괴된 대신 쌀을 생산하는 논이 생겼다. 그전에는 이곳에
꽃게 등의 어족자원이 ‘지글지글’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바다 생태계의 태(胎)가 막혀 바다는 예전의 풍요로움을 잃어버렸다.

인간에 의한 대규모 생태계 파괴에도 불구하고, 철새들은 천수만을 잊지 않고 계속 찾아왔다. 황새와 흑두루미, 호사도요,
흰꼬리수리, 가창오리,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한 60여만 마리의 철새가 이곳을 찾는다.

초겨울 저녁에 노을이 지는 천수만의 하늘을 구름처럼 뒤덮던 가창오리떼는 더 따뜻한 남쪽지방으로 날아가버린 후였지만, 우리는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큰고니 등의 철새를 많이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이번에 찾은 천수만은 2년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겨울부터 논을 갈아엎던 모습이 사라지고, 모든 논이 그대로 남아있어
새들이 바닥에 떨어진 낱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곳곳에서 물을 대놓은 무논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은 얼어있었지만,
철새의 대부분이 물새이기 때문에 얼음이 녹아있는 얕은 무논에서 휴식과 목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현대가 매년 적자를 보다가 결국, 2000년부터 농장이 일반에 분양되고 개별영농이 이뤄지면서 새들의 서식지로 사람들이 제한없이
마구 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차량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정해진 철새 탐조 차량만 출입시키고 있었다.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간월호 주변에는 세 개의 탐조용 차폐시설이 있어서,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주면서 관찰할 수 있는 배려도 돋보였다.

게다가, 일부 깨어있는 주민들은 농약을 덜 치는 등 친환경적으로 쌀을 재배하여 ‘기러기 쌀’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었으며,
이번 겨울부터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천수만 철새축제’를 개최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철새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경제적인
이익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이제 천수만에서는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노력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자그만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은 천수만에서의 시도와 노력이 초기 단계라서 이러저러한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수만은 사람과 철새, 개발과 보전의 사이의 조화를 찾아가고 있는 출발점이며, 나는
성공을 꿈꿔본다.



▲ 천수만 간척지 전경.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을 파괴한 기업의
간판이 아직도 당당하게 서있다.


▲ 갈대를 얽어만든 차폐막.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주면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 오리들 사이에서 쉬고있는 큰고니 무리. 200여 마리의 고니류를 볼 수 있었다.


▲ 논에서 먹이를 찾고있는 큰기러기 무리


▲ 철새를 보며 좋아하는 참가자들


▲ 방조제에서 바라본 노을. 안면도 너머 해가 지고 있다.
글 / 사진: 환경운동연합 활동처 야생동식물담당 마용운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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