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빡문댐의 수문을 열어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는 신년 특별기획으로
6부작 ‘아시아 환경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태국 빡문댐(Pak Mun Dam)으로 인한
피해보상과 댐의 해체를 주장하며 4년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민운동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함께
다녀왔다.

2000년 태국의 빡문댐 지역에 가서 치열한 댐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고 온 적이
있기 때문에 지난 2년동안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까,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그러나, 빡문댐의 수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주민들은 여전히 힘겨운 농성을 계속하고 있었다.

메콩강의 여러 지류 가운데 가장 큰 강인 태국의 문강은 어족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문강에서
잡힌 물고기는 문강 유역에 살고있는 1천만 인구에게 값싸고 풍부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주민들이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4년에 문강이 메콩강과 만나는 합류지점 근처에 빡문댐이 건설되었다. 그 결과,
메콩강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물고기의 이동이 막히게 되었고 문강의 어족자원이 급격히 고갈되었다.
강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던 2만여 어민들은 졸지에 생계수단을 잃고 삶의 터전을 박탈당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1993년부터 조직적인 저항을 시작했으며, 1999년 3월부터는
빡문댐 옆에 농성촌을 차리고 지금까지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 지난해
6월 태국정부는 빡문댐의 수문을 1년동안 개방하고 전문가에게 그 영향을 조사하게 했다. 주민들도
다시 찾아온 물고기와 생태계의 복원을 조사하여 보고서를 만들었다.

1년후, 정부가 위임한 조사 결과가 빡문댐의 수문을 계속 개방해야한다고 나왔지만, 태국정부는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1월 5일에 수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1년동안 우기에 네달만
개방하고, 여덟달은 닫아두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12월초에 다시 가본 방콕의 태국 정부청사 주변에는 75명 가량의 주민이 농성을 하고 있었다.
1년동안 수문이 개방되어 다시 물고기를 잡거나 물이 빠져 드러난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지만
지난 11월초에 댐의 수문이 닫히자 이들은 다시 방콕으로 와서 농성을 벌이이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가족과 헤어진채 비닐과 나무토막 등으로 허술하게 지은 천막에서 살면서 종이와 플라스틱
병 등을 모아 근근히 살고있으면서도 이들은 희망을 잃지않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빡문댐 옆의 농성촌인 매문만윤에는 100-200명의 주민이 농성하고 있었다. 마침 추수철이라
젊은 사람들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벼베기 날품팔이를 갔거나, 도시의 공장으로 일하러
가고 나이든 주민들만 매문만윤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의 주민들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어민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나에 10바트(약 300원)씩 팔리는 빗자루를 만드는데, 하루
종일 만들어야 고작 십여개를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물고기를 잡아 하루에 300-400바트씩의 소득을 올리면 온가족이 불편없이 살았지만
이제는 댐 때문에 물고기가 사라져 빗자루를 만들고 있다. 가족은 해체되어 방콕에서 농성하고 있거나
큰 도시로 나가 돈을 벌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10여년 가까이 댐 반대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주민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가
태국 정부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의 어른들은 평생을
가난하고 궁핍하게 살았지만 다음 세대는 이 고통을 그대로 물려받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댐 때문에 어부였던 남편이 도시로 돈 벌러나갔다가 마침내 이혼까지 당하게된 어느 아주머니의
바램은 ‘댐 수문이 개방되면 쌀농사도 다시 짓고, 강변에 야채를 심어 이웃과 친척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밥 먹거나 잠자리에 들 때 아이들과 남편의 따스함을 그리워한다는 그녀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도 빡문댐의 수문은 완전히 개방되어야 한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가끔 태국 소식을 듣고 있는데, 어제 전해들은 소식에 의하면 매문만윤이
지난 15일 40여명의 복면을 한 무리에 의해 파괴되고 불태워졌다고 한다. 아침 일찍 주민들은
방콕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성과 집회에 합류하기 위해 마을을 비웠는데, 오전 늦게 이들이 나타나
250여채에 달하는 집을 부수었고 저녁에는 불을 내어 마을을 완전히 불태웠다는 것이다.

가진 것을 다 빼앗긴 주민들은 마지막 남은 농성촌의 판잣집마저 잃어버려 이제는 맨몸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자신의 정당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보상받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빡문댐의 수문이 개방되거나, 댐이 해체되어야 한다. 태국 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이 내용은 1월중에 교육방송(EBS) '하나뿐인 지구'를 통해 방송될 예정입니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매문만윤 주민의 투쟁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적은 금액일지라도 이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계좌: 조흥은행 375-06-340-350 예금주: 마용운


글/사진 : 생태보전팀 야생동식물 담당 마용운 간사

방콕의 정부청사
부근 길거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

회의를 하고
있는 주민들

정부청사 주위를
행진하고 있는 주민들

방콕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주민

누가 이 아이에게
웃음을 되돌려 줄 것인가

빡문댐 피해주민들의
농성촌 매문만윤

빗자루를 만들고
있는 농성촌 매문만윤의 주민

문강. 댐의
물이 빠지면 강둑은 이렇게 많은 야채를 재배하는 텃밭으로 바뀐다

정체모를 습격을
받아 쓰러진 농성촌 매문만윤의 집들 <사진 제공 : Assembly of the Po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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