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습지 해양 소식

겨울철새와 공생(共生)의 가능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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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24일 양일간 일본 미야기현 타지리에서 ‘겨울철 무논의 조성과 생물다양성, 그리고 지역
농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일본 기러기를 보호하는 모임(the Japanese
Association for Wild Geese Protection, 회장 마사유키 쿠레치)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주)에코텍 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 박사와 습지와 새들의 친구 국제연대담당 닐 무어스(Nial
C. Moores), 김수경 운영위원과 함께 겨울철새와 지역주민간 갈등의 해결과 공생의 방법을 찾아 22일
오전 일본으로 향했다.

22일 저녁, 카부쿠리 습지에서 약 1㎞ 정도 떨어진 곳에 조용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숙박시설인 로만관에
여정을 풀었고, 심포지엄 일정을 확인하였다.

심포지엄이 열리는 첫째날인 23일, 카부쿠리 습지를 비롯한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답게 약 90여
명이 사람들이 이웃하는 센다이와 멀리는 토쿄로부터 이곳 시골인 타지리까지 찾아와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일본에서도 카부쿠리 습지의 보전과 관리사례가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습지와 새들의 친구인 닐 무어씨가 ‘한국에 있어서 겨울철 무논의 조성과 생물다양성’이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였고, 오후에는 주최측의 리셉션이 이어졌다.

심포지엄 둘째 날 인 24일, (주)에코텍 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 박사의 천수만에서 겨울철 무논의 조성
사례에 대한 발표와 비디오를 상영한 것에 이어, ‘일본기러기를보호하는모임’의 쿠레치 회장을 비롯한 일본
환경성, 농림성, 국토교통성 관계자의 카부쿠리 습지 보전 및 관리 사례 발표가 진행되었다.
이날 무엇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발표자들이 모두 관계 공무원이나 학계 전문가가 아닌 지역 농민과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발표하고 그것을 같이 나누었다는 것에 있었다.

모든 발표가 끝이 나고, 참가한 사람들과 함께 카부쿠리 습지를 방문하였다.
현장에서 들은 주민의 말과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요약하면,
카부쿠리 늪과 이웃하는 곳에 농경지를 가지고 있는 농민들은 오랜 시간 세 개의 강으로부터 유입된 토사가
쌓이면서 늪의 담수능력이 줄어들어 잦은 범람의 위협과 겨울철이 지나고 다시 번식지로 이동을 해야하는 쇠기러기가
늦게 까지 남아있어 각종 농작물의 생육에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늪과 인접한 주민들은 미야기현에 늪을 준설해 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 소식을 들은 시민단체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늪이 주는 중요성을 설명하고 그 가치를 인식시킬 방법을 모색하였으나,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이는 카부쿠리 늪의 보전과 관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에게 늪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키게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겨울철새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어려운 숙제에 부닥치게 된 시민단체는 지역민 중에서 겨울철에 논에 물을 대고,
각종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민을 찾아내게 되었고, 그분과 함께 다른 지역주민들에게 겨울철새들이
영농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겨울철에 카부쿠리 습지를 찾아오는 새들을 이용해서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지역
농민들에게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경작지 환경을 지키는 것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시민단체와
같이 카부쿠리 습지 준설계획 철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미야기현과 일본 국토교통성에서도 준설계획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고 밝히게 되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카부쿠리 늪은 시민단체의 노력과 지역 농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보전이 이루어진 좋은 사례가
되었고, 이곳에서 그러한 결과를 가지고 심포지엄도 열리게 되었다.

심포지엄의 공식적인 행사가 모두 끝이 난 뒤, 카부쿠리 늪 근처에 있는 람사 사이트인 이즈누마와 우치누마를
둘러보고 지난 26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카부쿠리 습지 방문이 남겨준 교훈이라면, 더 이상 자연환경은 시민단체와 중앙정부, 학계의 노력만으론
부족하고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지역 주민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나라에도 우포늪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자연환경의 보전에 대해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에 대한 적절한 공존 또는 공생의 길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서로간의 대립과 갈등은 기차길처럼
영원한 평형선을 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글 : 박준영 (창녕환경운동연합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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