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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파우더 석면쇼크와 모르쇠 관료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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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파우더 석면쇼크와 모르쇠 관료행정


 



지난 금요일 아침 강남에 사는 한 엄마가 광화문 환경운동연합 사무실로 찾아왔다. 한 손에는 40개월된 그녀의 아들에게 3년간 사용했다는 컴팩트형 베이비파우더를 들고서. 그녀는 매우 흥분해있었다. 미국 유학중 아이를 낳아 키웠는데 한국의 컴팩트 베이비파우더가 좋다고 하여 친정엄마한테 부탁해서 간난아기때부터 여섯개 이상 이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식약청발표에는 이 제품에 석면이 들어있지 않다고 했는데 3-4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에도 석면이 없는 건지 불안하다고 했다. 제조사에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무조건 괜찮다고 하다가 가지고 있는 제품을 검사해서 나오면 어쩔 거냐고 했더니 원하는 게 뭐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단다. 식약청에 전화했더니 바쁘다며 책임있는 답변 한마디 못 들었단다. 그녀는 식약청과 제조사에 대한 고발인으로 참가하겠으며, 나아가 집단소송에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설령 자신이 사용한 제품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석면제품을 사용한 다른 엄마들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며 함께하겠다고 했다.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사건이 한국 엄마와 아줌마를 충격과 분노케 하고 있다. 애지중지 아이 키우며 비싼 베이비파우더를 사다 발라주었는데 그 안에 석면이 들어있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석면피해신고센터를 개설했는데 하루 만에 인터넷로 200여명, 전화로 20건이 접수됐다. 인터넷카페 등에서는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한다고 한다. 베이비파우터의 원료로 쓰인 탈크와 석면의 관계는 명백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1987년에 석면이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충분하다며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때 이 연구소가 작성한 증거자료 첫 문장에 여러 형태의 석면 및 혼합물에 노출되어 악성중피종암이 발병한다는 보고가 여러나라에서 제기되어 이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석면혼합물을 표현하면서 특별히 괄호 열고 (탈크 속에 들어있는 석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 유엔산하의 국제암연구소 자료는 발암물질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 등 누구나 가장 흔히 참고하는 공인된 내용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의 식품,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청 공무원들은 그저 몰랐다고 한다.


 





탈크라는 물질에 대해서 더 알아보았다. 순수 탈크는 없고 여러가지 혼합물 또는 불순물이 섞여 있는데 그 중 석면이 있다고 분명하게 나와있다. 그런데도 제조사 역시 석면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의 탈크를 공급한 모약품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살펴보았다. 이 자료는 화학물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가 노동자의 보건안전을 위해 비치하도록 노동부에 의해 의무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 문건에 탈크의 발암성이 없음으로 되어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도 안 나와있다는 것이다. 만약 노동부가 이 사업장의 문건을 제대로 지도 감독했다면 석면파우더를 만들지 못하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호주에서는 탈크제품을 수입할 때 석면함유여부를 확인한다고 하는데 한국의 식약청은 그저 몰랐다고만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 곳곳에서 사용된 석면에 대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공포심은 경계해야 하지만 석면의 위험성을 깨닫고 확실한 대책마련을 위해서는 높은 관심이 나쁠 수 없다. 석면은 광물이지만 섬유상을 갖고 있어 불에 강하고 전기절연성이 뛰어나 3,000여 곳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주로 건축자재로 사용되었고 석면포 등 방직제품에 많이 썼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브레이크라이닝, 토스터,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생활용품에도 사용되었다. 과거 학교 과학실험실에서 사용된 알코올램프의 심지, 그리고 집에서 사용한 석유곤로의 하얀 심지가 바로 석면이다. 이런 사실들은 벌써 2년 전 환경부가 학계에 의뢰한 실태보고서에 다 나와있었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관련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최근 충청북도와 강원도 지역의 석면폐광산 지역이 석면에 크게 오염되어 있다는 환경단체와 학계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또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는 삼성본관 건물 주변이 석면이 오염되어 있다는 조사도 있었다. 모두 석면의 환경성오염에 관한 문제들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한번도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정부합동 석면종합대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다. 환경부에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문제를 전담하는 환경보건정책관이라는 국장급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다. 몇 개월째 석면문제가 신문과 방송에서 들끓고 있는데도 관계부처 합동 석면정책협의회를 한번도 열지 않고 있다.


 



<그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주변의 석면오염지도, 시민환경연구소>

삼성본관의 내부와 외부의 석면오염문제에 대해 시민단체와 삼성측이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자 노동부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미국에까지 보내 정밀분석했다는 조사결과를 한 달이 다 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관계자가 연일 노동부를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누가 삼성의 로비와 압력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석면오염이 사실이라면 노동부와 환경부는 석면에 오염된 건물과 주변환경에 노동자와 시민들을 무방비로 석면에 노출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각급 학교의 80-90%가 석면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교실천정에 냉방장치설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천정의 석면텍스를 뜯어내는 작업을 하면서도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석면철거작업을 할 때는 노동부에 신고하게 되어있지만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작업자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비산된 석면에 아이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경북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석면철거작업을 학기 중에 하려다가 학부모의 항의를 받고 조기방학을 하는 일도 있었다. 


 


1월초 충남 보령과 홍성지역 석면광산 주변의 조사주민 절반에게서 석면폐 등 석면질환 집단발병이 확인되면서 석면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예방활동을 담은 석면특별법 제정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여야에서 4개의 법안이 제출되었는데 국회는 차일피일 미루며 법안을 다루지 않다가 326일에야 겨우 안건 상정했다. 석면문제는 채광->제조->사용->폐기의 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노출되는 산업재해문제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노출되는 환경재앙으로 확대되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처럼 무책임,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베이비파우더로 화난 엄마들이 나서는 것처럼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 광우병 촛불이 석면 촛불이 번질 조짐이다. 당국자와 제조사를 고소고발하고 피해소송을 통해서 법정에서 죄를 묻고 심판하는 시민행동도 필요한 시점이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2009년 4월6일자 한겨레신문에 왜냐면 란에 10매로 줄인 원고가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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