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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공해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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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11월1일 법원은 한 건설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5개월 일한 일용직근로자 석면관련 산재인정 취하요구”소송에서 “석면노출과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일용직이라도 산재보험법에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돼 공단의 요양승인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의 당사자인 박모씨는 1995년 이 건설사의 건축현장에서 5개월여 동안 석면함유 천장마감재를 붙이는 공사를 보조하고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일용직 노동자로서 일했다. 천장에서 하얀가루가 많이 날려서 바닥에 쌓일 정도였지만 마스크 같은 보호장비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용된 천장마감재는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정한 백석면이 3~5%함유된 석고 시멘트판이었다.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에 걸린 박씨는 이번 판결을 보지 못한 채 이미 사망했다.

이번 판결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하청과 재하청의 고질적인 구조 속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석면취급현장에서 죽어가는 건설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문제의 건설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한 산재판단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하며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를 내팽개치려 했다. 이미 오래 전에 발암성이 알려진 석면제품을 사용하면서도 작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을 감추려는 업계의 무책임한 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둘째, 향후 크게 발생할 석면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작년 부산에서 발생한 석면방직공장의 전직 노동자들과 인근 주민들에게서 중피종과 같은 석면질환이 다수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석면제품을 다루는 건설현장에서의 피해가 확인된 것이다. 석면원료를 직접 다루는 과정에서 석면이 함유된 제품을 다루는 과정으로 그리고 이제 석면함유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로 나아가 석면제품을 폐기하는 과정으로 문제가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불안한 예측은 벌써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의 일이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참석한 악성중피종환자 최형식씨(67세)는 “평생 석면관련직업을 가진 바 없는데 석면암에 걸렸다. 전문가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진 두 차례의 대규모 재개발 건물철거로 인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환경피해조사를 요구했다. 최근 최형식씨의 CT사진을 정밀 판독한 석면질환 전문가인 나토리 유지 일본중피종센터 대표는 “복막에서 발생한 중피종이 흉막으로 전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철거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된 일반주민이 악성중피종에 걸렸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한국에서의 대규모 재개발과정의 석면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지난 7월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국제석면심포지엄에 참석한 세계보건기구 유럽지부 환경보건센터의 김록호 박사는 “석면은 세계적으로 매년 9만명의 노동자와 수천명의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최악의 발암물질이다. 유럽전체가 2005년부터 모든 석면사용을 금지했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석면피해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2009년 1월1일부터 석면사용이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이는 석면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그동안 사용된 엄청난 량의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석면이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석면문제에 둔감한 것은 석면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지 못하고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석면에 노출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석면노출로 인한 자각 증상도 없어 더욱 그러하다.  석면에 노출된 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50여 년이 흐른 뒤에야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진폐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언제 노출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질병에 걸렸다고 한들 수 십 년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여기에 석면질환은 대학병원에서조차 제대로 진단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부재하다. 보건당국이 외치는 암 정복은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전부다. 보다 근본적인 발암물질 노출예방은 보건행정의 영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석면건축물 철거문제는 노동부 소관이다. 그런데 석면문제 수사권을 갖고 있는 근로감독관의 관심영역은 작업장과 작업자의 건강으로 국한된다. 석면작업장 인근에서 주민들이 학생들이 석면에 노출되는지 여부는 관심 밖이다. 해서 재개발 건물철거현장에서 작업자는 방진복에 방독면을 쓰고 있는데 그 옆에 서 있는 주민들은 아무런 조치도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장면이 쉽게 발견된다.


한편 환경오염의 차원에서 발암물질을 다루는 환경부는 2005년을 환경보건원년으로 선포했었다. 환경부에는 생활환경과, 화학물질과, 환경보건정책과, 폐기물정책과 등 직접적인 석면관련부처만 여러 개다. 산하 환경과학원에는 환경보건센터, 석면센터가 있고 올해 환경부가 직접 중피종센터를 부산의 대학병원에 지정했다. 이 정도면 체계면 선진국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지난 수년 동안 쫓아다닌 석면문제현장에서 나는 이들 환경부 공무원들을 만나보지 못했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정부합동 석면정책협의회도 일년에 두어번 열리는 등 한가하기 짝이 없다.      


2007년 12월 법원은 석면방직공장에서 일했던 중피종 노동자에 대해 회사가 피해보상토록 판결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사례에 대해서도 법원은 석면관련성 산재를 인정했다. 연이은 법원의 석면피해자 산재인정 및 피해보상 판결의 의미를 산업, 행정 등 석면문제에 책임이 큰 부문이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종합적인 석면피해대책을 조속히 내고 이를 실천에 옮겨 노동자와 시민들을 석면위험에서 구해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진단한다. 석면공해는 위험천만한 사회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감시운동과 각성한 시민들의 정책요구가 이어진다면 위험의 정도를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 석면공해추방에 각계의 관심을 촉구한다. 


 


* 이글은 15매분량이며 이중 9매 분량의 글이 2008년 11월4일자 석간내일신문 NGO칼럼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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