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얘들아! 아빠랑 청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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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흘간 집을 비우며 나와 아이들을 걱정했다. 냉장고에 밑반찬과 국, 찌개거리를 넣어두었다, 빨래는…. 하는 말을 다 들으면 아내가 늦을 듯해서 중간에 말을 잘랐다. “당신이 사나흘 집 비운다고 큰일 나겠어.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잘 다녀와요.” 아내가 청소 얘길 하지 않았다는 걸 안 것은 아내가 떠난 다음이었다. 청소야 며칠 안 해도 돌아와서 한꺼번에 해도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우리는 아내 없이도 꽤 잘 지냈다. 밥을 굶지도 않았으며 음식 쓰레기도 제때 버렸고, 아내가 준비해둔 옷이 있으니 빨래 걱정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내가 돌아오는 날 저녁이 되어서야 집안 꼴이 말이 아님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그릇이 산처럼 쌓인 부엌, 먼지투성이 거실, 빗방울 들이친 자국이 있는 뿌연 유리창, 배수구에서 냄새가 피어오르는 욕실!


“얘들아! 아빠랑 청소하자!” 두 아이에게 먼지떨이를 쥐어주고 비질을 시킨 다음 설거지를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자연에 부담을 안 준다는 그 흔한 천연세제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설거지는 아크릴실로 짠 수세미면 충분하다. 세 부자가 한 시간쯤 부지런히 움직였다. 방과 거실, 부엌은 제 모습을 찾은 듯했다. 아차! 욕실을 잊었구나.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지독해서 문을 닫아두었지. 나는 부엌 싱크대 아래며, 잡동사니를 넣어둔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화학세제들의 문제점은 광고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세척력도 있지만 하수에 섞여 흘러나간 뒤 하천을 오염시킬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늘 쓰던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가루는 어딘가에 숨어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아내가 있는 곳은 전화 연결이 힘든 곳이다. 어떻게 할까?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이용한 욕실 청소

동네 약국과 슈퍼에 들러 필요한 재료를 샀다. 욕실을 닦으면서 아내에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잔소리를 듣겠구나 싶었다. 베이킹소다를 따뜻한 물에 풀어 솔에 적신 후 구석구석 문지르고 찬물에 구연산을 넣어 녹인 뒤 뿌려주었다. 냄새 나는 배수구도 베이킹소다를 뿌리고 뜨거운 물에 탄 구연산을 부은 뒤 부글거리며 거품이 끓어오르자 마개를 닫아 소독을 한 뒤 뜨거운 물로 씻어내렸다. 베이킹소다는 약알칼리성이고 구연산은 산성이다. 이 둘은 모두 먹을 수 있는 식품에 속하는 재료들이다. 둘을 사용해서 청소를 하면 하수를 쉽게 중성화할 수 있다. 아내가 빨래는 모아두라 했지만, 아이들이 갈아입으며 내놓은 빨랫감만 해도 세탁기 한 번은 능히 돌릴 양이다. 와이셔츠만 손빨래로 주물거리고 나머지를 거두어 집에서 직접 만든 비누가루(고체비누를 만들어 손칼로 잘게 깎은 것)를 사용해 빨아 널었다.


이윽고 아내가 돌아왔다. 들어서자마자 사감선생처럼 집 안을 둘러보던 아내는 생각보다 정돈된 집 안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잔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욕실 청소처럼 손 가는 일은 아내 손에만 의지했던 터라 청소 재료를 사다 쓴 까닭이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신발장 안에 있었다. 습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 두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계면활성제와 세제, 유연제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이미 오래전에 조 단위를 넘어섰다. 환경부하가 적은 천연세제류 틈새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아직 화학합성 비누류에만 7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쓰는 게 현실이다. 생활하수 비중은 공장폐수를 웃돌아 60%에 달하고 더구나 오염부하량으로 따지면 80%에 달한다. 물 사용량도 전기 사용량과 더불어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도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물을 덜 쓰고 내보내는 하수의 오염도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올여름 휴가 때 하루 정도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자연주의 설거지와 청소의 기쁨을 누려보면 어떨까? 부엌의 기름때 빼는 건 내공이 딸린다. 부엌 청소는 내공이 높은 아내가 계속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 이 글은 뉴스메이커 786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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