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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에 얽힌 네 편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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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 소속 회원들이 지난 3월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 수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남호진 기자>
올 여름 관심을 모으는 드라마 네 편이 있다. 모두 옥수수와 관련된 드라마다. 첫 번째 드라마의 제목은 ‘미국 소의 식생활’.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의 배후인 미국산 쇠고기를 다룬 드라마다. 두 번째 드라마는 ‘옥수수와 자존심’이다. 대북 옥수수 지원을 파기할 듯하다가 통미봉남(通美封南)이 현실화되자 서둘러 보내려던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거부에 진퇴양난이 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품종 개량과 사탕옥수수’라는 제목의 세 번째 드라마의 주연으로는 옥수수 박사로 이름 높은 김순권 박사가 출연했다. 김 박사는 외국산에 비해 수확량이 높은 옥수수 종자를 얻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마지막 드라마의 제목은 ‘옥수수 헐크’다. 이 드라마에는 국제 옥수수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값싼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를 수입한다는 한국전분당협회가 등장한다.

남북 갈등 틈바구니에 낀 옥수수

광우병이 산업계의 카니발리즘에 의해 동물성 사료를 먹는 소에게 생긴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산 소가 육식성 사료만 먹는 건 아니다. 가장 많이 먹는 사료는 옥수수다. 소의 반추위는 풀을 먹고 소화하도록 진화했다. 소에게 곡물 옥수수를 억지로 먹이면 위에 가스가 차서 엄청난 고통을 유발한다. 더구나 옥수수 사료는 소들의 위 내부를 산성으로 바꾼다.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는 이유는 성장이 빠르고 육질을 연하게 하기 때문이다. 옥수수 역시 소에게는 동물성 사료처럼 행복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위액이 넘어오고 트림을 연방 해대는 소들은 속쓰림에 시달리다가 도축된다.

대북상호주의를 아이들의 놀이언어로 설명하면, “네가 하나 주면 나도 하나 주마!”가 된다. 굶어 죽어가는 인민들을 둔 북한 정부에 사실상의 굴복을 요구하는 상호주의는, 옥수수를 불화의 상징이자 천덕꾸러기로 만들었다. 영변핵시설 냉각탑 폭파로 북한의 ‘통미’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동맹인 미국조차 한국을 왕따시키고 북한과 통하는 데서 드러났듯이 ‘봉남’의 효과도 덩달아 커졌다는 사실이다. 체면 때문에 옥수수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북한이나 “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체면 차림이냐”고 자존심을 긁는 남한이나 피장파장이다. 굶는 건 북한 주민이고, 옥수수는 어정쩡하게 남북 갈등의 틈바구니 속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경북대 김순권 박사는 북한의 기아 탈출을 돕기 위해 지식과 땀을 쏟아부은 통일운동가이자 농학자다. 김 박사는 최근 전남 곡성군과 함께 외국산 옥수수보다 당도가 2배, 당도 지속기간이 3배에 달하는 사탕옥수수를 개발했다. 그가 지역 특산물을 하나 새로 탄생시킨 셈이다. 사탕옥수수의 출현은 유전자 조작이 아닌 품종 개량의 결과란 점에서 네 번째 드라마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전분당협회는 국제 옥수수 가격 상승을 이유로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수입해 국내 의약식품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국제시장에서 자연산 옥수수가 품귀였던 것이 아니라 기왕의 계약에 따라 정부의 0% 할당관세를 노린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세차익도 얻고 관세 혜택도 얻을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한국전분당협회 회원사들의 이익을 불리는 대가로 유전자 조작 옥수수 가루와 당분으로 만든 쿠키와 옥수수 시럽을 먹게 됐다.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47개 주요 식의약품회사 가운데 광동제약을 비롯한 12개 회사가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GMO 프리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35개 회사는 수입 승인을 해준 정부 핑계를 대면서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들의 안전성은 세대를 건너 유전될 수 있는 위험성까지 충분히 검증된 적이 없다. 흥분 정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헐크로 변신하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처럼 유전자 조작 옥수수도 언젠가는 우리 몸 속의 괴물로 나타나지 않을까? 마지막 드라마 ‘옥수수 헐크’가 던지는 질문이다.


* 이 글은 뉴스메이커 783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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