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환경용어

매우 중요한 책 신문 서평 모음

[조선일보] 인간이 사라졌다고 칩시다,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인간 없는 세상> 쓴 앨런 와이즈먼 기자, 독자 겁주는 대신, 가정법으로 환경문제 생각하게 만들어”

논픽션은 힘이 세다. 점잖게 서탁에 앉아 사사롭게 상상하고 짐작하고 추론한 바를 일필휘지 적어 내려간 글이 아니라 득달같이 현장에 뛰어가 보고, 묻고, 듣고, 받아 적은 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늘의 이야기, 이곳의 이야기,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다. 논픽션의 꽃은 신문이다. 신문기자(저널리스트)는 호기심에 불타고, 사실에 집착하며, 공정과 간명(簡明)을 자기 문장의 성취를 가늠하는 추로 삼는다. 1억원 고료 논픽션 대상을 공모하는 조선일보가 세계인을 흥분시킨 논픽션 신간 저자들을 가려 뽑아 만났다. 발군의 취재력, 깊이 있는 문제 의식, 색채 화사한 문장으로 일찌감치 해외 독서시장에서 독자의 ‘부르심’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재앙이 일어난다는 얘기 많이 들으셨지요? 겁도 나고 죄책감도 느끼지만, 뾰족한 답도 없지요? 지구온난화니 기상이변이니 하는 끔찍한 얘기는 껑충 건너뛰고 그냥 어느 날 인류가 홀연히 사라졌다고 칩시다. 세상은 대체 어떻게 될까요?”
“호기심과 자연 사랑이 나를 환경 전문기자로 만들었다”고 앨런 와이즈먼은 말했다. 그는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쌍안경을 들고 새를 관찰하며 자랐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땄으며, 평생 단 한번도 특정 언론사에 적을 두지 않고 프리랜서를 고집했다.덤불 속에 꿀벌이 붕붕거리는 가을날 아침 앨런 와이즈먼(Alan Weisman·60)이 불쑥 물었다. 열린 창 밖에서 천장 높은 서재 안으로 쌉쌀하고 비릿한 참나무 숲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여기는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커밍튼. 삼림 우거진 구릉을 따라 담배 밭과 옥수수 밭이 드러누운 곳이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만한 비포장도로를 타고 들어간 숲에 빨간 목조주택이 있었다. 미국에서 첫손 꼽히는 환경 전문 기자, 와이즈먼이 거기 산다.
그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하퍼스·디스커버 같은 유력 언론의 단골 필자다. 책도 여러 권 썼다. 컬럼비아의 생태마을을 다룬 ‘가비오따쓰’(원제 Gaviotas·월간 말)는 우리말로도 번역됐다. ‘사실’(fact)을 촘촘하게 쌓아 올려 한 편의 이야기를 건축하는 것을 논픽션의 본령이라 칠 때 그의 신간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코리아)은 기발하고 엉뚱하다. 책 전체를 떠받치는 힘이 “만약 우리가 사라진다면(What if)”이라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와이즈먼이 두 다리를 쭉 뻗고 빙긋 웃었다. “환경론자들이 ‘당신이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자동차를 자주 몰아서 징벌이 임박했다’는 투로 대중을 몰아붙이면 사람들은 옳은 말인 줄 알면서도 골치가 지끈거려서 그 문제를 피하게 됩니다. 나는 독자를 겁주는 대신 느닷없이 ‘인간 이후’를 보여주는 전략을 썼지요. 우리가 여기 없다고 가정한 순간, 우리 말고도 얼마나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실감할 수 있거든요.”
그는 2003년 가을부터 3년 반 동안 다섯 개 대륙 10여 개 나라를 돌았다. 폴란드에서 웅장한 원시 침엽수림의 향기를 들이마시고, 한국 비무장지대(DMZ)에서 두루미의 우아한 날갯짓에 경탄했다. 들소가 풀 뜯는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사고 현장에서 자연의 복원력에 경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인간 없는 세상’의 미래는 한마디로 현대인의 프라이드를 여지없이 깔아뭉갠다. 고대의 석조 유적은 인간 없이도 수백 년을 더 버티겠지만, 거대한 현대 도시와 기념비적인 마천루는 불과 수십 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시간의 매질을 견딜 수 있는 인공 건축물은 영불 해협 해저 터널(수백만 년 존속 예상)과 미국 러시모어 산에 새긴 대통령 두상(720만년) 정도다.
가령 뉴욕을 보라. 뉴욕 지하철 공사 직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펌프 753대를 동원해 하루 5000만?씩 물을 퍼낸다. 인간이 습지인 맨해튼에 억지로 흙을 퍼날라 땅을 다지고 도시를 세웠기 때문이다. 펌프질이 중단되면 36시간 안에 지하철이 물에 잠길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3년 안에 아스팔트와 배관이 갈라 터질 것이다. 20년이면 고층건물 피뢰침이 삭아서 꺾이고, 번개라도 한번 치면 삽시간에 도시 전체가 활활 탈 것이다. 건물은 도미노처럼 주저앉고, 풀과 나무와 짐승이 도시를 차지할 것이다. 서울은 어떨까. 와이즈먼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하철이 한강 수면보다 높은지 낮은지, 어떤 건축 자재를 썼는지 따져봐야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걸요.”
문제는 쓰레기다. 인간의 위업은 금세 사라져도, 인간의 쓰레기는 장구히 존속할 것이다. 500년 뒤에 인간이 살던 곳에 지진이 나면 오래된 지층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나올 것이다. 플라스틱은 아무리 오래, 아무리 깊이 묻어도 최소 수십만 년, 최장 수백만 년은 썩지 않을 것이다. 그런 플라스틱을 인간은 벌써 10억? 넘게 생산하고 소비했다.
그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분량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와이즈먼은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먼 바다로 독자를 데려간다. 적도 고기압이 서서히 소용돌이치면서 북적도·구로시오·북태평양·캘리포니아 해류가 시계방향으로 도는 이 해역을 학자들은 ‘태평양 대(大)쓰레기장’이라고 부른다. 선원들이 별생각 없이 바다에 던진 플라스틱 쓰레기, 어부가 버린 그물과 밧줄, 강에서 흘러온 산업 쓰레기가 아프리카 대륙(3036만㎢)에 육박하는 넓이(2600만㎢·7조8649억6460만 평)로 둥둥 떠있기 때문이다.
인간 없는 세상에서 자연이 더 번성한다면, 인간은 바퀴벌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와이즈먼은 “인간과 바퀴벌레는 사실 유전적으로 별 차이 없어요”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개미가 보기엔 개미가, 새가 보기엔 새가 가장 중요할 거예요. 인간 없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라곤 생각지 않아요. 그러나 지금 인간은 너무 빨리, 너무 깊이, 엄청난 규모로 지구를 파헤치고 있지요.”
와이즈먼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건, 어떤 종교를 믿건 인간은 누구나 ‘우리 동네에 나무가 무성하던 옛 시절’에 대한 그리운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침엽수림에 갔을 때 그는 “생전 처음 가본 곳인데도 마치 몸이 그 장소를 기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에선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한강은 멋진 강이에요. 크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서울이 한강을 따라 얼마나 광대하게 팽창했는지 보세요. 무서울 정도지요. 산사(山寺)는 아름답지만 도심엔 추한 건물이 많았어요. 인간이 냉·난방을 해결할 줄 알게 되면서 건축은 흉해졌어요. 해가 뜨고 빛이 흐르고 바람이 부는 이치를 따지지 않고 멋대로 지어 올리게 됐으니까요. ”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 회의에서 한 개도국 장관이 선진국을 싸잡아 비꼰 적이 있다. 일찌감치 산업화를 마치고 지금껏 신나게 온실 가스를 뿜은 주제에 이제 막 공업화에 뛰어든 개도국에게 환경보호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자들끼리 풀코스 디너를 먹고 나서, 후식이 나올 때 합석한 가난한 손님에게 ‘N분의 1로 계산하자’고 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와이즈먼은 “일리 있는 얘기긴 한데, 그런 얘길 하고 있는 동안에도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있다”고 딱한 얼굴을 했다. 원제 The World Without Us.



[중앙일보] 인간과 자연, 공생 해법 DMZ에 있다

환경문제를 다룬 책들은 대체로 공포스럽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시골 마을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점차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버린다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그랬고, 생태계 파괴와 기상 이변 등 지구 온난화의 위험한 결과를 보여주는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 그렇다.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만지니, 독자 입장에서 유쾌한 종류의 책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이 쓴 이 논픽션은 ‘우울하다’는 기존 환경관련서의 한계를 벗은 신선한 책이다. 점점 망해가는 지구를 묘사하는 대신, ‘어느날 지구상에서 인류가 몽땅 사라진다면’을 가정하고 그 이후 자연의 신비스러운 복원과정을 보여준다. 과학적인 지식과 상상력을 결합해 완벽한 지구 부활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와이즈먼은 25일 매사추세츠주(州) 커밍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2003년 11월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던 경험이 이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50여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곳. 그래서 이젠 반달가슴곰·스라소니·사향노루·고라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피난처가 된 곳이다. 그는 “DMZ에서 희귀동물인 빨간 머리 두루미 무리를 발견했을 때 무척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와이즈먼은 DMZ 외에도 폴란드-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과 체르노빌·미크로네시아·아프리카·아마존·북극 등 지구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며 자연의 생명력을 직접 확인했다. 또 수백명의 과학자들의 만나 인터뷰하고, 또 수백 권의 책과 논문을 읽으며 자료를 모았다. 꼬박 3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는 자연이 어떻게 인간이 남기고 간 것들을 다룰지 유추해 냈다.
그는 “인간이 사라지면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들도 사라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집은 보통 50년, 길어야 100년 안에 주저앉는다는 것이다. 지붕과 벽면에 빗물이 스며들고 곰팡이가 자리잡는 게 출발이다. 겨울철엔 배관이 얼어터지고, 다람쥐·너구리·도마뱀 등이 벽에 구멍을 낸다. 나무는 썩고, 석고보드는 물에 씻겨 땅으로 되돌아가고, 시멘트도 조금씩 부스러져 가루가 된다. 포장된 도로도 엉망이 된다. 땅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갈라진다. 그 틈에서 겨자·토끼풀ㆍ갈퀴넝굴 같은 풀이 자라면서 틈은 더욱 벌어지고 곧 나무도 뿌리를 내리게 된다. 도시에 줄지어 서 있는 건물들은 화재로 무너질 확률이 크다. 20년이면 피뢰침이 삭아 꺾이기 때문에, 벼락이라도 한번 치면 도시가 불타는 건 순식간이다.
물론 자연의 복원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핵은 심각한 위협거리다. 지금 당장 인류가 사라진다 해도 3만 여개의 핵탄두와 441개의 핵발전소가 남는다.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에서 핵탄두가 폭발할 위험은 없다. 대신 포탄의 외피가 부식해 내용물이 노출된다”고 내다봤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속에 들어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4∼9㎏. 그 방사능의 강도가 자연 상태로 줄어들려면 무려 35만년 쯤 걸린다는 계산이다. 그래도 와이즈먼은 희망을 내비친다. “생명체가 방사능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는 쪽으로 진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그 지역에 사는 들쥐들이 다른 지역 들쥐들보다 수명은 훨씬 짧아졌지만 성적(性的)으로 일찍 성숙해 새끼를 빨리 낳음으로써 개체 수는 줄지 않았다는 게 추론의 근거가 됐다.
그의 계산법에 따르면, 인간이 사라진 뒤 300년이 지나면 댐들이 무너져 강 유역에 세워진 도시들이 물에 씻겨 나가고, 3만5000년 후엔 토양에서 납이 전부 사라진다. 그가 이렇게 경이로운 지구의 자기 치유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
와이즈먼은 저술 동기를 묻자 “이젠 인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자연이 회복될 수 있는 길은 없겠냐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절약▶녹색 에너지 개발 ▶숲 파괴 중지 ▶산아제한 등을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해법으로 제안했다. ‘산아제한’은 "나흘마다 100만명씩 느는 세계 인구 증가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원 부족으로 인류가 멸망하고 말 것”이란 우려에서 나온 해결책이란다. “모든 가임여성이 아이를 하나만 낳는다면, 현재 65억인 세계인구가 2100년이면 16억으로 줄어들어 세상이 나날이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그는 “하지만 한 집에 아이 하나씩만 낳자고 요구(require)하는 건 아니다. 다만 부탁(ask)할 뿐이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지영 기자



[동아일보] 인류가 사라졌다……‘인간 없는 세상’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언론에 등장하는 시계다. 1947년 미국 핵과학자들이 핵 위협을 경고할 목적에서 만들었다. 핵무기를 탄생시킨 나라가 각성을 촉구하다니. 모양새가 우습긴 해도 지구 종말 몇 분 전이란 말은 들을 때마다 섬뜩하다.
올 1월에도 시계는 다시 등장했다. ‘종말 5분 전.’ 17일자로 2분이 앞당겨졌다. 처음으로 핵무기가 아닌 환경적 요소가 포함됐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인류가 서로 치고받지 않고 ‘그냥 이대로 살기만 해도’ 지구는 멸망할 수 있단 소리다.
‘인간 없는 세상’은 도대체 인간이 무슨 짓을 했기에 지구가 이 정도로 망가졌는지에 대한 우울한 고찰이다. 저자는 그저 한 가지 가설만 세워 본다. “우리가 아주 고통스럽게 많은 생물 종을 함께 끌고 서서히 멸종해 나간다는 게 아니다. (인류가) 느닷없이 사라져버린 뒤의 세상을 상상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도 내일 당장 말이다.”
인류가 사라진 지구는 하룻밤 새 변하기 시작한다.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차 2일 뒤면 통행이 어려워진다. 일주일이면 원자로 발전기의 비상연료 공급이, 1년 뒤면 전류 공급이 끊긴다. 해마다 고압전선에 부딪혀 희생되던 조류 10억 마리가 살 수 있다. 핵무기가 터져도 살아남는다던 바퀴벌레는 도시의 온기가 사라져 3년 뒤쯤 멸종한다. ‘인간만 없으면’ 100년 안에 생태계가 다시 균형을 찾는다. 그것도 더욱 풍성하게.
물론 지독했던 인류의 발자취는 흔적도 끈질기다. 조리기구의 플라스틱 손잡이는 500년이 지나도 멀쩡하다. 굴뚝산업으로 토양에 침전된 납이 씻겨 나가려면 3만5000년, 카드뮴은 7만5000년이 걸린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인류 이전 수준으로 낮아지는 덴 최소 10만 년이 필요하다. 영원한 것도 있다. 라디오와 TV 방송 전파는 계속해서 외계를 떠돈다.
저자는 앉아서 상상의 ‘설’을 풀지 않는다. 러시아의 체르노빌, 아프리카와 아마존 등 세계를 누비며 증거를 찾는다. 매머드보다 컸다는 자이언트나무늘보 같은 초대형 포유류의 멸종 사유를 뒤쫓고, 폴란드와 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에서 지구의 자기 치유력을 확인한다. 너무 꼼꼼해 가끔 지루하지만 지구와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샅샅이 되짚는다.
그렇다고 책이 인류를 지구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건 아니다. 인류가 지구와 공존하는 법을 찾는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그 희망의 실마리를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에서 본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하던 이곳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사라질 뻔한 야생동물의 피난처가 됐다. (비무장지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화해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한다.”
미래서(書)는 가설에 불과하다. ‘인간 없는 세상’의 예측도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옳고 그름에 있지 않다. 현재 지구가 고통 받고, 그게 인류의 원죄이자 재앙이라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린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종말 5분 전’에 떨기보단 ‘부활 5분 뒤’ 행복하고픈 마음. 저자는 ‘지구와 화해한 인간 있는 세상’을 꿈꾼다. 원제 ‘The World without Us’(2007년).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한겨레] 인간이 없다면… 그 달콤쌉싸름한 상상
“수십년내 동·식물 수난 끝나고 500년뒤 대도시 거대숲으로-과학적 지식·DMZ 등 현장답사 통해 개발 지상주의에 경종”
1997년 어느날 캘리포니아 롱비치에 사는 찰스 무어 선장은 하와이에서 미국 서부해안 쪽으로 항해하다 무풍지대(‘북태평양 아열대 환류’)에 걸려들었다. 텍사스주만한 넓이의 그곳 1600㎞를 헤쳐나가면서 그는 경악했다. 컵과 병뚜껑, 엉킨 그물과 낚싯줄, 폴리스틸렌 포장 조각, 여섯 개들이 맥주 팩 고리, 터진 풍선, 샌드위치 랩 조각, 비닐봉지들이 해역을 뒤덮고 있었다. 무어는 100㎡(10m×10m)당 쓰레기가 220g 정도라 어림잡고 그 일대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을 300만톤으로 추산했다. 그 수치는 미 해군의 계산과도 비슷했다. 북태평양에는 그런 환류지대가 여섯 곳이나 있고 총면적이 2600만㎢, 아프리카대륙 크기만하다.
영국 플리머스대학 해양생물학자 리처드 톰슨은 북해 연안에 쓸려나온 풀마갈매기 주검들의 95%가 뱃속에 플라스틱 조각들을 잔뜩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마리당 평균 44조각이나 들어 있었는데, 사람 몸의 경우로 환산하면 2킬로그램이 넘는 양이었다. 미국과학원은 1975년에 이미 배들이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이 매년 8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연구로는 세계의 상선들이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는 매일 63만9000개씩이나 된다. 그러나 바다 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버린 것이다. 해양환경감시그룹 ‘알지타 해양연구재단’의 조사를 보면, 대양 표면에 떠 있는 플라스틱 양은 플랑크톤 총량보다 무려 6배나 더 많다!
하지만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잘못 알고 삼킨 거북이가 식도가 막혀 죽거나 나일론 그물과 낚싯줄에 물개나 갈매기들이 목졸려 죽는 것은 플라스틱 재앙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피부각질 제거 화장품은 천연재료를 쓴 일부를 빼면 대다수가 플라스틱(폴리머) 알갱이들로 돼 있다. 플라스틱 제품 원료로 쓰이는 색색깔의 ‘너들(nurdle)’도 작은 알갱이다. 톰슨 연구실이 현미경과 분광기 등으로 조사한 세계 곳곳의 바닷가 모래 샘플에 섞여 있는 성분의 3분의 1은 플라스틱이었다. ‘미지’로 분류된 또다른 3분의 1도 미립자 수준의 플라스틱이 다량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코리아)의 지은이 앨런 와이즈먼은 1945년 이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온갖 플라스틱 제품 중에서 “가장 세상을 많이 바꾼 장본인은 투명한 포장”, 곧 폴리염화비닐과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랩 등의 포장비닐이라 했다. ‘쓰고 버리는’ 소비사회 신화의 주역이 된 비닐 포장지들은 자연에 방출되면 바다로 흘러가 파도와 태양빛에 노출돼 잘게 분해된다. 하지만 그 알갱이들은 그냥 잘게 부서질 뿐 미생물에 의한 화학적 해체, 곧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많이 선전하는 자연분해 제품이란 것도 대부분 셀룰로스(섬유소)와 폴리머를 섞어 만든 것에 불과해 섬유소가 분해되더라도 플라스틱 입자들은 그대로 남는다. 섭씨 37도를 넘어가면 자연분해된다는 비닐봉지들도 저온의 바닷물 속에서는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
다카다 히데시게 도쿄대 교수 연구팀은 디디티나 피시비(폴리염화비페닐) 등 인간이 방출한 독극물들이 플라스틱 알갱이들 표면에 쉽게 들러붙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플랑크톤을 포함한 바다생물들이 이들 알갱이들을 삼킨다. 바다오리들이 먹은 플라스틱 알갱이에 농축된 ‘환경 호르몬’ 피시비 함유량은 보통 바닷물 속 피시비 함량의 100만배나 됐다. 바다만이 아니라 당연히 토양도 그런 식으로 오염되며 화학물질은 식물에도 축적된다. 그 농축 화학물질의 최종소비자는 그런 동식물들을 먹고 사는 인간이다. 인간이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지 불과 50여년 만에 그 총량은 10억톤이 넘고, 요즘엔 매년 1억톤에 이르는 5500조개의 ‘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 없는 세상〉은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사라져버리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를 상상한다.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풍부한 통찰력을 담고 있는 이 참신한 발상의 책은 전문가들이 쌓아올린 과학적 지식과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현장 취재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동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그 지역 자연이 인간이 물러난 자리를 얼마나 빨리 메워가는지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 지은이는 이 책에서 관찰대상을 전 지구 차원으로 확대한다. 그 바탕에는 지구생태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그것은 과학으로 무장한 채 나흘 만에 100만명씩 기하급수적으로 인구수를 늘려가고 있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약탈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인간이 생명과 자연, 삶의 의미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깔고 있다. 따라서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지금의 인간 세상 실태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인간의 미래 운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한 방편이다.
놀랍게도, 지금이라도 인간이 사라지면 며칠 안으로 도시 지하철 해체가 시작되고, 한해 10억 마리가 고압전선에 부딪혀 희생당하던 새들의 수난이 1년 안에 끝난다. 수십 년 안에 인간이 만든 아스팔트 도로와 철근 고가도로 등 도시건조물 대부분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풀과 숲이 뒤덮고 인간이 개량한 동식물들은 도태하거나 야생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500년이면 서울 같은 대도시도 농경사회 초기처럼 줄기 지름 수미터의 거목들이 빽빽하게 하늘을 덮는 거대한 숲으로 돌아간다. 지은이는 그 놀라운 자연의 복원력(그러나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의 진화에는 아무리 빨라도 수십만 년이 걸린다! 이처럼 그것은 인간이 파괴한 자연의 완전복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대륙의 융기와 침식이 이뤄지는 지질연대 개념으로나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구조물 해체는 몰라도 복구가 그 당대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을 한반도 비무장지대 답사를 통해 거듭 확인하는데, 그는 비무장지대 주변이 개발되면 살아남는 건 인간뿐일 거라며 ‘한몫’을 노리고 있는 개발업자, 부동산투기꾼들의 발호를 걱정한다.
고생물학자 더그 어윈은 인간이 등장한 이후 6500만 년 전 공룡 멸종 때보다 더한 급격한 생물 종 멸종(제6의 대멸종)을 겪고 있는 지구에서 지배종인 포유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본다. 지은이가 신뢰하는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도 그의 책 〈생명의 편지〉(사이언스북스)에서 인류가 지구상에서 대자연법칙 위에 군림하는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고 그게 인간을 창조한 신의 뜻이라고 여기는 ‘예외주의’ 철학을 버릴 것을 촉구했다.
한반도 비무장지대 보호를 위한 과학자들의 국제연대단체 ‘DMZ포럼’ 공동창립자이기도 한 윌슨은 “한국에 게티즈버그와 요세미티를 합친 듯한 곳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라며 비무장지대가 공원이 되면 “100년 뒤 앞선 세기에 이곳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이 공원이 될 것”이라고 앨런에게 말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문화일보] 사라진 인간… 살아난 자연

상상만 해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인간 없는 지구가,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처럼 호기심어린 질문을 끝없이 추적한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인간 없는’ 지구의 변화 모습을 그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인류가 자신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구에 대해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는 역설의 변증법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장이다. 50여년 전 가장 처참한 전쟁터였던 이 곳은 인간이 자연에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욕을 거리낌없이 자행했던 장소다. 풀 한 포기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포탄이 날아들었고, 그 어떤 동물도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양측의 총격전은 치열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폭 4㎞, 총연장 241㎞에 이르는 구역을 인간이 접근할 수 없도록 설정하자 DMZ는 ‘인간 없는 세상’의 산 표본이 됐다.
한국의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DMZ를 방문한 저자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저널리스트답게 전반적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주장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저자도 DMZ에서만큼은 열광과 흥분에 빠져버린다. “인간이 없어지자, 한때 동족이 원수가 되어 싸우던 지옥은 오갈 데 없던 생물들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하던 곳은 사라질 뻔했던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고라니, 담비, 멸종 위기의 산양, 거의 사라졌던 아무르표범이 매우 제한된 이 곳의 환경에 의지해 산다.”
DMZ포럼의 공동 창립자인 생물학자 E O 윌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 역시 비무장지대에 반한 사람이다. 그는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지난 세기에 이 곳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이 공원이 될 것”이며 “그것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유산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의가 따를 수 있는 모범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자의 발길이 닿은 곳은 DMZ뿐만이 아니다. 폴란드와 벨로루시 국경에 걸쳐 있는 원시림, 터키와 북키프로스에 있는 유적지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아프리카와 아마존, 멕시코와 과테말라, 북극에 이르기까지 전지구의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육성을 글로 옮겼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저자의 예측을 따라가보자. ▲2일후 :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이 불가능해진다 ▲1년 후 : 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따라서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 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10년 후 : 지붕에 구멍이 나 건물이 허물어진다. ▲20년 후 :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기둥들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기 시작한다. 파나마 운하가 막혀 버리면서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진다 ▲300년 후 :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1000년 후 : 인공구조물 가운데 제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영국과 프랑스 해협의 해저터널뿐일 것이다. ▲10만년 후 :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진다. ▲영원히 : 인간이 남긴 흔적은 외계를 떠도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뿐이다. 즉,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한국경제] 인간 없는 지구를 상상해봐!

‘창공은 영원히 푸르고,대지는 장구히 변치 않으며 봄에 꽃을 피운다. 그러하나 사람아,그대는 대체 얼마나 살려나?'(구스타프 말러의 곡으로 유명한 중국 이백의 시)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지구를 다룬 과학 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앨런 와이즈먼 지음,이한중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은 이 시를 인용하면서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저자는 미국 애리조나대학 국제저널리즘 교수이자 저널리스트.그는 과학적인 분석과 부드러운 상상력을 씨ㆍ날줄로 엮어가며 놀라운 지적 탐험을 펼쳐보인다.
그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느닷없이 사라져 버린 뒤의 세상’은 어떨까.
당장 이틀 후에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가득 들어차고 이는 곧 지반 균열로 이어진다. 일주일 후에는 원자로 노심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디젤 발전기의 비상연료 공급이 끊어지고 3년 후에는 얼어터진 배관들의 수축ㆍ팽창으로 건물이 손상된다. 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겨울을 한두 번 거치는 동안 멸종된다. 100년 후에는 코끼리의 개체수가 스무 배로 늘고 고양이떼에 밀려 너구리,족제비 등은 줄어든다. 1000년 후,영불해협의 해저터널을 제외한 모든 인공 구조물이 없어지고 3만5000년 후에는 굴뚝산업 시대에 침전된 납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간다. 수십~수백만 년 후에는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진화한다. 45억년 후 태양의 팽창으로 지구가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50억년 후에는 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다 감싸면서 지구도 불타버린다. 다만 우리가 남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만 외계를 떠돌아다닌다.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반세기 동안 야생종들의 천국이 된 이 ‘초록 띠’를 국제적인 평화공원으로 만들어 세계인이 가장 아끼는 유산으로 남기자는 것.
이 책은 인간에 의해 상처 입은 지구의 자기 치유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시선은 ‘돌아온 탕아’처럼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자연의 관계를 역설적인 통찰로 비춘 역작.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다. 428쪽,2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매일경제]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자신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지구를 자신들이 살기 좋게 변형시킨다. 사실 지구 역사는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바꾸었나에 관한 역사이기도 하다.
애리조나대학의 저널리즘 교수이자 저술가인 앨런 와이즈먼은 어느날 발칙한 상상을 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와이즈먼은 상상력을 발휘해 책을 한 권 쓴다. 책 제목은 `인간 없는 세상`이다.
지구에서 인간이 모두 사라진 이후 불과 이틀 만에 뉴욕은 물바다가 된다. 강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뉴욕은 인공적으로 자연을 변형시킨 대표적인 도시다. 지금도 지하로 흘러드는 물을 매일 수만 리터씩 인위적으로 퍼내며 유지하고 있는 도시가 뉴욕이다.
1년쯤 지나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구상의 모든 전선에서 전류가 소멸된다. 고압 전선 때문에 매년 10억 마리씩 희생됐던 새들에게는 낙원이 도래할 것이다. 3년이 지나면 난방을 하지 않는 집들의 배관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하고 벽과 지붕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따뜻한 현대식 실내 환경에 기생해 살아왔던 바퀴벌레들은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년이 지나면 지구 모양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다. 지구가 원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선 건축물을 지탱하는 강철기둥들이 완전히 부식하면서 파나마 운하가 파괴되고 남북아메리카는 다시 합쳐진다. 인간 손에 의해 개량된 모든 식물은 점차 야생종으로 돌아간다. 300년이 지나면 지구상의 모든 댐이 거의 다 붕괴한다. 강 근처에 세워진 도시들은 진흙 속에 묻히고 그 위에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런 식으로 지구는 점차 인간이 손을 대기 이전의 모습을 찾아간다. 물론 25만년이 지날 때까지도 인간이 남겨놓은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치밀한 과학적 근거로 쓴 이 책은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흥미롭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는 점점 두려움으로 바뀐다. 이 책의 내용이 곧 인간이 얼마나 지구를 파괴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도화된 인공지구를 지탱해주는 근원인 석유가 고갈되어가고 있다. 석유 이후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기우일까. 허연 기자



[경향신문]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원제 ‘The World Without Us’)이 매력적인 건 이 도발적인 상상력 탓이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에 그쳤을 질문을 인류에게 던지는 ‘묵직한 울림’으로 바꿔놓은 것은 다양한 시공간과 학문을 넘나드는 저자의 꼼꼼한 취재와 열정, 명징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 그리고 인간과 지구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다.
‘인간 없는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 인류와 함께 없어질 것들은 무엇이고, 인류가 남길 유산은 무엇인가. 책은 이 같은 질문들의 해답을 찾아 떠난 지적 모험이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폴란드-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 키프로스섬 바로샤, 하와이 킹맨 환초(環礁), 한국의 비무장지대 등 세계 곳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진화생물학자·지질학자·고고학자·박물관큐레이터·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가 그려낸 ‘인간 없는 세상’의 연대기에 따르면 인간이 사라진 바로 다음날, 자연은 ‘집 청소’부터 하기 시작한다. 곰팡이가 벽을 갉아먹고, 빗물은 못을 녹슬게 하고 나무를 썩게 한다. 우리가 살던 집들은 50년이면 대부분 허물어진다. 인간이 사라진 이틀 뒤면 습지와 강을 메워 만든 도시 뉴욕의 지하철은 물에 잠길 것이다. 20년 후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이 시대 최고의 토목공사”라고 말한 파나마 운하는 막혀버리고 남북 아메리카는 다시 합쳐진다. 300년 후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고, 삼각주 유역에 세워진 휴스턴 같은 도시들은 물에 씻겨나가 버린다. 1000년 후 인간이 남긴 인공구조물 가운데 제대로 남아있는 것은 영불해협의 해저터널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또다른 ‘유산’들이 있다. 인간세상이 18세기부터 과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10만년이 걸린다. 태평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데는 몇 천년, 몇 만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납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가려면 3만5000년, 크롬은 그 두 배의 기간이 소요된다. 인류가 남긴 약 3만개의 핵폭탄의 플루토늄이 자연 상태의 배경 복사 수준이 되려면 25만년쯤 걸린다. 그러고도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441개의 핵발전소와 싸워야 한다.
결국 저자가 미래의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가정을 통해 되새기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의 ‘인간 있는 세상’이다.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아프게 드러나는 건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와 다른 생명체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가라는 사실이다. 한 이론에 따르면 인류가 신대륙에 도착할 때마다 마주친 동물들은 전멸당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킬러 본능’만이 아니라 멈출 줄 모르는 ‘탐욕의 본능’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치명적으로 박탈해버리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인간이 사라진다고 세상이 안타까워할까?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을까. 저자는 인간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생물이라곤 이, 진드기, 바퀴벌레, 쥐같이 인간에 기대 살았던 동물들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사라지면 오히려 수많은 생명체가 지구상에 번성할 것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뜨끔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독자들의 두려움만을 키우는 종말론적 계시록은 아니다. 저자는 답사의 중간중간 상처 입은 지구의 경이로운 치유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생명의 요람인 바다는 인류가 하늘에다 뿜어낸 탄소를 흡수하고 있고, 핵발전소 사고로 오염된 체르노빌에서도 생명은 왕성히 살아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동족이 원수가 되어 싸우던 지옥에서 수많은 생물들로 넘쳐나는 천국으로 변한 비무장지대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는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비무장지대 방문 경험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화해하게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했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면서까지 부여잡으려고 애쓴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묻는다. 뭇 생명체들이 그러하듯 인간이라는 생물종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인간이 사라진 뒤 영원히 남는 것이라곤 우주 공간으로 퍼져가는 전자 신호 정도일 뿐. “창공은 영원히 푸르고,/ 대지는 장구히 변치 않으며 봄에 꽃을 피운다./ 그러하나 사람아,/ 그대는 대체 얼마나 살려나”라는 이백의 시가 울림을 갖는 건 이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영리한 책’이다. 환경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해 지적 자극과 재미를 동시에 준다.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 책이 “딱딱하기 쉬운 과학 논픽션의 새로운 전범을 제시했다”는 미국 현지 매체들의 극찬을 받은 이유다. 그들의 말을 빌려 모처럼 좋은 책의 전범을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고 말하면 과찬일까. 이한중 옮김. 2만3000원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세계일보] 어느 날 인간이 지구에서 몽땅 사라진다면?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고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세기 1장 27,28)
인간이 근거로 삼는 땅을 정복하는 명분이다. 인간은 이 말씀에 따라 창조의 신을 대신해 땅을 개간하고 건물을 쌓아올리는 등 삼라만상을 지배해 왔다. 마치 주인인 양 모든 생물을 다스려 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땅에 충만했다. 인간은 제멋대로 땅을 뚫어 지하철과 운하를 만들고, 섬과 섬 사이를 다리로 잇고, 바다를 메워 공장을 세운다. 심지어 다른 행성까지 정복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지구에서 깜쪽같이 사라진다면 지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치 떵떵거리며 혼자 살던 부잣집 주인의 급작스런 실종으로 집이 텅 비워 버린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만 해도 짜릿한 가정이다.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이 쓴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은 땅의 주인이라는 교만에 빠져 끊임없이 지구를 정복해 온 인간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논픽션이다. 뉴스위크로부터 ‘21세기 인류에게 계시록으로 남을 책’이라는 극찬과 함께 출간 직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사가 영화화를 결정한 올해의 손꼽히는 문제작이다.
와이즈먼은 ‘지구상에서 인류가 느닷없이 몽땅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인간 없는 세상의 모습과 인류와 함께 사라질 것들은 무엇이고 인류가 지구상에 남길 유산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지적 탐험’에 나선다.
“우리를 다 쓸어버리고 나면 무엇이 남는지 보자. …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 아담 또는 호모하빌리스 이전 시절의 푸른 빛깔과 향기를 되살리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우리가 남긴 흔적을 자연이 전부 지워버릴 수나 있을까?
우리가 창조한 훌륭한 것들, 예컨대 건축·미술·정신의 발현 등은 어떻게 될까? 태양이 팽창하여 지구를 잿더미가 되도록 태워 버릴 때까지 남아 있을 만한 무궁한 것이 과연 있을까? 지구가 다 타버린 뒤에라도 우주에 우리의 자취가 희미하게나마 남기나 할까? 우리가 한때 여기 있었다는 신화 등이 별들 사이에 남을까?”
와이즈먼은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하여 폴란드와 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 터키와 북키프로스에 있는 유적지들, 체르노빌·미크로네시아·아프리카·아마존·북극·과테말라·멕시코 등 전 세계의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며 마주친 놀라운 풍경과, 고생물학자·해양생태학자·박물관 큐레이터·지질학자·다이아몬드 광산업자·DMZ의 환경운동가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세상을 끔찍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인간이 사라진 뒤, 기계를 믿고 더욱 오만해진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자연의 복수는 물을 타고 온다. 그것은 목조 건축에서부터 시작된다. 빗물은 먼저 아스팔트나 슬레이트로 만든 지붕 외피를 타고 든다. 지붕 이음매나 모서리 부분에 방수용 철판을 대준다고 하지만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은 어느새 외피 아래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비나 눈은 창턱 아래로 어떻게든 기어코 스며든다. 지붕에서는 나무가 계속 썩으면서 지붕틀이 서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고, 결국 벽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지붕이 무너져내리고 만다.”
와이즈먼은 인간이 사라진 이틀 후면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고, 일주일 후면 원자로 노심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디젤 발전기의 비상연료 공급이 소모되는 등 오랜 세월 쌓아올린 도시의 기반이 하나하나 침식·붕괴돼 정글이 되어가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보여준다. 그리고 화학농에 길들여진 농장이 어떤 단계를 거쳐 다시 야생지로 되돌아가는지, 무수히 많은 새들이 어떻게 다시 번성할지, 따뜻한 도시 환경에서 서식하던 바퀴벌레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은 또 어떻게 될지 조근조근 이야기해 준다.
그렇다고 모든 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와이즈먼은 희망도 찾아냈다. 바로 한국의 DMZ와 체르노빌 등 이미 인간이 사라진 곳에서 발견한 지구의 자기 치유력과 복원력이다. 그의 눈에 비친 DMZ의 모습은 인간 없는 50년 세월이 빚어낸 기적이다.
이념이나 호오(好惡), 빈부도 없이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고라니, 산양이 돌아다니는 에덴과도 같은 땅이다. 그는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DMZ 방문 경험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화해하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했다. 그런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해준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한국일보] 인류 멸종이 지구엔 축복… DMZ가 증명하다

전쟁은 인간에게 재앙이지만, 자연에게는 축복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코앞의 비무장 지대. 너비 4㎞의 띠를 닮은 이 무인지대는 반 세기 만에 진귀한 생물들의 훌륭한 안식처로 탈바꿈했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는 DMZ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화해를 보았다.
7월 미국서 출간 직후 내셔널 지오그래픽사에서 영화화를 결정하고 지금까지 19개국에서 번역ㆍ출간된 <인간 없는 세상>이 꿈꾸는 세상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지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는 가정을 끝까지 밀어 부쳤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방대한 자연과학적 지식량, 데이터와 상상력 등은 정교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발적 인류 멸종 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인간은 지구 최대의 재앙인가? 그럴 개연성이 높다고 책은 답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사라진 이후, 지구는 눈부시게 다시 태어날 것인가? 그렇다고 한다.
상처 입은 지구의 놀라운 자기 치유력이 그 근거다. 책은 그러므로 현재 인류가 지구에 가하고 있는 폐해를 역설적으로 웅변하는 셈이다.
책은 과거와 미래의 정보로, 지구를 재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로 차있다. 18세기와 현재의 맨해튼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하는 도입부는 수 천년이 지난 뒤의 지구와, 수 억년 전 빙하 시대의 지구를 눈앞에 보는 것처럼 재현한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서 화학 비료의 사용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어마어마한 화학적 악영향이 일거에 사라질 것이다.”
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인간이 수백만년 동안 가꿔온 경작지들이 현재의 아마존처럼 된다. 그것은 결국 자연이 인간에게 하는 복수다. 모두 인간이 먼저 도발했다. 11년 동안 벌어진 인류 사상 최대의 토목 공사인 파나마 운하는 결국 인간이 자연에 입힌 큰 상처일 뿐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난다.
저자는 애리조나대학 국제 저널리즘 교수로, 이 책의 예고편 격인 2005년의 에세이 <인간 없는 지구>로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상 을 획득했다. 그가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천혜의 땅, 비무장 지대에 갖는 관심은 각별하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살릴 천혜의 자리로, 세계가 아끼는 독특한 연구지로,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가 함께 하는 곳으로, 생명이 지구에 주는 선물로 DMZ를 바꿔놓자는 것이다.
그는 최근 세계적으로 요청이 높아 가는 ‘비무장 지대의 국제 평화 공원 선포’를 하루 빨리 실현시키라며 다그친다. “인간과 자연이 화해할 수 있다는 신념과 꿈을 갖게 해 준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병욱 기자



[서울신문] 인간 없는 세상

2일 뒤: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이 불가능해진다.
1년 뒤: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3년 뒤: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멸종된다.
100년 뒤:코끼리의 개체수가 스무배로 늘어난다.
300년 뒤:흙이 차오르면서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500년 뒤:플라스틱은 여전히 멀쩡하다.
50억년 뒤: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감싸면서 지구는 불타 버린다. 이상은 구약성경에서 창조주가 인류와 천지만물을 만드는 7일간의 일지와 정반대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를 가상한 시나리오다.
이처럼 기발하면서도 끔찍한 생각을 과학적으로 풀어나간 이는 미국 애리조나대 국제 저널리즘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 그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폴란드-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 체르노빌, 미크로네시아, 아프리카, 아마존, 북극 등 지구 곳곳을 발로 누비며 ‘인간 없는 세상(이한중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을 썼다.
인간이 사라진 바로 다음날, 자연은 집 청소부터 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던 집은 아마도 50년, 길어야 100년이면 주저앉을 것이다.
인간이 없어지면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것은 모기다. 다양한 맛을 즐길 줄 아는 미식가인 모기는 살충제가 사라지고, 고향인 습지가 복원되면서 포유류, 파충류, 새의 피뿐 아니라 꽃의 꿀까지 빨아 먹으며 번성할 것이다. 인간이 없어서 슬퍼할 존재는 우리를 주식으로 해 살도록 진화된 ‘페디쿨루수 후마누스 카피티스’와 ‘페디쿨루수 후마누스 후마누스’다. 전자는 이, 후자는 진드기다.
200여종의 박테리아도 인간을 자기네 집이라 부른다. 수백마리의 작은 포도상구균이 우리 피부 어느 곳에나 살며, 겨드랑이와 가랑이와 발가락 사이에는 더 많이 산다. 대부분 유전적으로 인간한테서만 잘살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가 없어지면 그들도 사라질 것이다.
와이즈먼은 환경운동연합팀과 함께 길이 241㎞에 폭 4㎞의 한국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했다. 인간이 사라지자, 한때 동족이 원수가 돼 싸우던 지옥은 오갈 데 없는 생물들이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하던 곳이 사라질 뻔했던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된 것이다.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사향노루, 고라니, 담비, 멸종 위기의 산양, 거의 사라졌던 아무르표범이 매우 제한된 이곳의 환경에 의지해 산다. 만일 비무장지대의 남과 북이 모두 인간 없는 세상으로 변한다면, 이들은 다른 곳으로 퍼져 수를 늘리고 번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국제연맹 단체 DMZ포럼의 공동 창립자인 하버드대 생물학자 E O 윌슨은 “한국에 게티즈버그와 요세미티를 합친 것 같은 곳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뢰를 제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겠지만, 관광 수입은 한층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DMZ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유산이자 전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간의 수는 세계적으로 나흘마다 100만명씩 늘고 있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50억년 뒤면 파괴될 지구라지만, 그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이 지구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지혜를 이 책은 생생하게 전한다. 2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부산일보] 인류가 사라지면? 지구가 살아난다!
“상상력과 취재력 결합 논픽션, 한국비무장지대 등 사례 예시”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서 인류만 사라진다면? 이틀 뒤.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뉴욕 지하철 역에는 753개의 자동 펌프가 있어 지하수를 쉴 새없이 퍼낸다. 인간이 펌프 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면 뉴욕 지하철역은 36시간 만에 전부 물바다가 된다. 1년 뒤. 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 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은 살맛나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3년 뒤. 난방 중단으로 몇 해의 겨울을 거치며 갖가지 배관들이 얼어터진다. 내부에서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 건물에는 균열이 생긴다. 20년 뒤.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기둥들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고, 파나마운하가 막혀버리면서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진다. 100년 뒤 지구상에 남은 코끼리들이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고, 300년 뒤 흙이 차오르면서 넘쳐흐르던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진다. 500년 뒤 온대지역 교외는 숲이 되고, 1천 년 뒤 뉴욕 시에 남아 있던 돌담들은 빙하에 무너진다. 3만5천 년 뒤 침전된 납이 씻겨 가고 10만 년 뒤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이한중 옮김/2만3천원)의 저자 앨런 와이즈먼(미 애리조나대 국제저너리즘 교수)은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세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참 생생하고 놀라운 시나리오가 아닌가! 이는 상상력과 취재력이 결합돼 나온 것들이다. 저자는 한국의 비무장지대, 폴란드-벨로루시 국경의 원시림, 체르노빌, 아마존 등 전 세계 구석구석을 발로 누비면서 놀라운 풍경들을 발견했다. 또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등 전문가들과도 만나면서 인간 없는 세상의 모습, 인류와 함께 사라져야 할 것, 인류가 지구상에 남길 유산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지적 탐험에 나섰다. 서정적인 문체를 사용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과학 논픽션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여러 사례 가운데 한국 비무장지대(DMZ) 부분이 인상적이다. 50여 년 동안 인적이 없었던 이곳은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됐다. 5천 년 간 논이었던 비무장지대 일대는 50여 년이 지나면서 예전의 습지로 돌아갔다. 자기 치유력을 지닌 자연의 모습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아무리 인간의 힘이 지구를 파괴할 만큼 강하다고 하지만, 결국 긴 세월이 지나면 남는 것은 자연이다. 저자가 예측한 시나리오와 현실 속의 비무장지대는 이를 증명한다.
유럽에도 희미한 에덴의 향기를 내뿜는 곳이 있다. 폴란드-벨로루시 국경에 걸쳐 있는 2천㎢ 면적의 비알로비에자 원시림. 유럽의 마지막 저지대 처녀림이다. 이곳에는 양치식물, 버섯류 등 각종 식물들과 생물들이 산다. 특히 유럽에서 발견되는 딱따구리 9종은 전부 여기에 산다. 점령자들이 보존림으로 둔 덕택에 이 원시림은 수천 년 동안 완벽하게 스스로를 관리해 올 수 있었다. 아마 태곳적 지구는 이 원시림과 같지 않았을까? 이런 모습을 간직하지 못하고 인간은 개발과 파괴에 앞장서 오지 않았던가! 그래도 자연은 말없이 고통을 감내하며 치유를 하니, 자연에 대해 숙연해질 수밖에.
저자는 인간이 불멸을 꿈꿔도 마침내 끝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환기시킨다. 인간이란 생물종도 언젠가 멸종하게 돼 있는데 애써 그 시기를 앞당겨 자멸하려 한다고. 그래서 사람과 자연이 화해할 수 있는 아름다운 꿈을 꾸자고 한다. 김상훈기자 neato@busanilbo.com



[연합뉴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푸른별지구를 꿈꾸다

“집과 도시, 그 아래의 포장된 땅, 그 땅 속에 숨겨진 흙을 그대로 두고 지구상에서 인류만 몽땅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은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비롯 폴란드와 벨로루시 국경에 있는 원시림,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환경운동가 등 여러 분야 전문가를 만났다.
와이즈먼의 이런 지적 탐험을 담은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자연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자성을 촉구한다.
와이즈먼은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자연이 물을 타고, 그동안 기계를 과신한 인간에게 복수를 가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빗물은 지붕을 타고 내려와 못을 녹슬게 만들고 결국 목재로 만들어진 집을 무너져 내리게 할 것이며, 포장된 도로의 틈도 더욱 벌어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토끼풀, 갈퀴덩굴 같은 풀이 날아와 도로의 틈을 메워 5년도 안돼 강력한 뿌리가 인도를 밀어올릴 것이다.
와이즈먼이 만난 브루클린식물원의 부원장은 인간이 사라진 뒤 두 세기 안에 나무들이 개척자 역할을 하고 도랑에 엄청나게 쌓인 낙엽이 비옥한 토양이 되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이즈먼은 이같은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를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이 사라지고 2일이 지난 후에는 뉴욕의 지하철역에 물이 들어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1년 후에는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100년 후에는 지금 지구상에 남아 있는 코끼리들은 상아 때문에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개체수가 20배로 늘어난다.
500년 후에는 온대지역의 교외는 숲이 되어버려 개발업자나 농민들이 그곳을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을 닮아간다.
3만5천년 후에는 토양에 침전된 납이 전부 씻겨나간다. 30억년 후에는 갖가지 생명체가 여전히 지구상에 번성할 것이다.
지구의 모습이 이렇게 변해간다면, 인간이 사라진 세상이 좀더 자연적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미 인간이 사라진 DMZ도 이를 뒷받침한다.
DMZ를 찾은 와이즈먼은 “1953년 사실상 인간 없는 세상이 된 이곳이 반세기 만에 아시아에서 가장 귀한 멸종 위기의 야생종들에게 훌륭한 안식처가 됐다”며 DMZ 방문 경험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화해하게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현재 이 세상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물”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동시에 “자연과 대결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고 강조했다. 이한중 옮김. 428쪽. 2만3천원. 김정선 기자jsk@yna.co.kr



[헤럴드경제] 지금 인류가 멸절하면 지구는 어떤 모습…

인간이 모조리 사라진 세상, 인간 없는 창세기를 다시 써 본다. 2일 후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와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1년 후에는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돼, 고압전선에 부딪혀 해마다 10억 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3년 후에는 난방이 중단되면서 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이 멸종한다. 300년 후에는 댐들이 무너져 강 유역에 세워진 도시들이 물에 씻겨나가 버린다.
인간이 지구에 끼친 해악은 인간이 멸절한 후에도 끈질기게 지속된다. 500년 후에도 플라스틱은 여전히 멀쩡하며, 3만 5000년이 지나서야 납이 간신히 토양에서 전부 사라진다. 카드뮴이 흙에서 완전히 제거되려먼 7만 5000년이 흘러야 하며, 10만 년 후에야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간다. 핵폭탄의 플루토늄 수준이 지구의 자연적인 배경복사 수준까지 떨어지려면 무려 25만 년이 필요하다. 미국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이 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에서 제시한, 인류의 흔적과 죄악이 소멸되는 과정이다.
와이즈먼은 “도시 문명이 이룩해놓은 것을 자연이 제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10만 년 동안 세 번에 걸쳐 빙하가 뉴욕을 깨끗이 벗겨낸 적이 있듯이. ‘인간이 지구에 입힌 큰 상처’인 파나마 운하도 인간이 사라진 지 20년 후에는 막혀버려 남ㆍ북 아메리카가 한 대륙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 인공 고무 등 인간이 지구에 퍼부은 ‘민폐’는 좀 더 오래간다. 반세기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총량은 이제 10억 톤이 넘는다. 연구자들은 폴리에틸렌이 생물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세균이 살아 있는 배양기에 샘플을 넣어두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1%도 분해되지 않았다. 한 연구자는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안에 이 ‘지독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나타나고, 나무가 석탄이나 석유로 변화했듯 남은 플라스틱은 다른 물질로 바뀔 것이라 예측했다. 족히 수십억 개에 달할 폐타이어도 미생물이 출현할 때까지 완강하게 잔존할 전망이다. 그나마 10년 안에 화학적 악영향이 사라지는 화학비료가 양호한 축에 든다.
인간이 사라진 세상을 가장 환영할 존재는 동물들이다. 더는 상아를 뺏길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코끼리는 인간이 사라진 다음 개체수가 20배로 늘어나게 된다. 모기도 수혜자다. 여러 생물이 나타나 다양한 피를 시식할 수 있고, 살충제가 사라진 데다, 고향인 습지가 복구되며, 꽃이 만발해 수컷의 주식인 화밀(花蜜)도 넉넉해진다. 멸종 위기에 놓였던 생물들의 생존권도 보장된다. 1980년대 니카라과 반혁명 전쟁 동안 미스키토 해안 일대에서 극심하던 갑각류 및 목재에 대한 남획과 남벌이 중지되자, 고갈되다시피 하던 바닷가재 서식지와 카리브 해 소나무숲이 10년 만에 되살아났다. 인간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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