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촛불의 노래 “다른 이들에게 용기 얻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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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7일 낮.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으로 이어지는 사직로 도로 가운데에 전경버스가 가로놓여 있다. 하나의 차선만이 허락된 차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차뿐만 아니었다. 광화문역 부근 역시 전경버스에 의해 사람들은 더딘 걸음을 걸어야 했다. 경찰은 이날 곳곳에 전경버스를 배치해 시청 및 광화문 일대로 향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 경찰은 전경버스를 배치해 시청 및 광화문 일대로 향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진은 사직공원 앞 사직로 모습.
 

집회? 아니 축제!

 

하지만 ‘광장’으로 모여드는 시민들은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오후 5시 새문안길과 종로 방향으로 차가 통행하고 있었지만, 세종로와 시청광장 일대는 이미 도착한 시민들에 의해 거대한 광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누구보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함께 나온 가족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박규자 회원(의정부환경연합)은 “집회보다는 축제에 가깝다”며 “(함께 나온)아들이 더 신나한다”고 말했다. 이날 릴레이 집회소식을 듣고 모인 서울 인근의 수도권 시민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 이날 아이를 업거나 유모차에 태워 함께 나온 가족 참가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네 가족이 시청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시청앞 잔디밭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소풍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둘레에 각 시민단체가 마련한 부스와 캠페인 행사로 여러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풍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학생이 게시판에 글을 적고 있다.

▲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학생이 게시판에 글을 적고 있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 정권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 서울신청사 가림막 위에 붙어있는 그림. 유난히 이명박 대통령을 ‘쥐’로 묘사한 풍자가 많았다.

 

▲ ‘청와대로 가는 엽서통’ 옆에서 한 아이가 엽서를 적고 있다.
 

‘작은 방송국’ 최전선으로 나가다

 

공중파 방송사들이 한창 방송준비로 바쁠 때, 한쪽에서 ‘이색적인’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카메라, 간단한 조명,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노트북만이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기에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칼라TV>라는 이 방송에 대해 실무를 맡은 자원봉사자 정화영 씨는 “정해진 게스트 없이 누구나 출연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첫 방송 이후 반응이 좋고 후원금이 모여 이제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 인기의 비결을 묻자, 그는 “단순히 화면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현장의) 최전선에서 때론 ‘맞아가면서’ 중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캠코더나 노트북을 들고 직접 기록에 나선 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방송국’들은 실제로 긴급한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전달해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 ‘작은 방송국’들은 인터넷을 통해 생생한 현장을 전하고 있다. 사진은 <칼라TV> 촬영 모습.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문화제가 끝나고 이어진 거리행진에서 주로 나온 구호는 “이명박은 물러나라”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은 시간이 흐를수록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넘어 정권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몇 명의 시민들은 “밤은 길지라도 우리의 내일은 이길 것이다”라는 신동엽의 시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어댔다. 자신을 학원강사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시위를 지켜보며 “중고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가장 무섭다. 그들은 앞뒤 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나선다”라고 언급했다. 6월 10일 집회에 나올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용은 지지하지만, 개인적인 조건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 “촛불아 모여라 될때까지 모여라”

 


▲ “이명박 OUT”이란 피켓을 든 시민과 전경이 대치하는 사이에 이순신 동상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엄마 죄송해요” 외치며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

 

행진이 끝나고 다시 광화문. 태극기와 검은 깃발을 든 고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깃발에 뭐라고 씌여있는지 묻자, 깃발을 펼쳐보인다. “엄마 죄송해요” 집회에 나가는 것을 부모님이 걱정하는 줄 알지만,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함께 나왔다는 것. 부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현석, 박지웅 군은 인터넷을 통해 본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얻어 나오게 됐다” 말했다. 특히 “청소년이라고 낮춰 보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들에 따르면 이번 광우병 문제 때문에 청소년 사이에 모임이 만들어졌고, 이미 전국적으로 2,600명의 학생이 활동 중이다. 다시 깃발을 보니, 한쪽에 ‘전국청소년연합 경기남부지부’라고 적혀있다. 행진도중에 ‘임을 위한 행진곡’과 같은 노래가 낯설지 않냐는 질문에, 한 친구는 이날 처음 들었지만 곧 따라부르게 됐다고 대답했다.

 


▲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천에서 온 고등학생들. “청소년이라고 낮춰 보는 편견을 깨고 싶다.”

 


▲ 이날 많은 학생과 아이들이 집회에 모여 촛불을 함께 밝혔다.

한편 밤 11시 10분 즈음 광화문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역무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마천방면 열차가 광화문역에서 무정차 통과하겠습니다”라는 방송을 듣고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크게 분노한 것이다. 시민들은 역무실로 몰려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아무런 해명없이 무정차 통과한다는 통보에 대해 시민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지 못 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누르지 못 했다.

“이게 이명박이 하는 짓이야”


▲ 아기를 업은 한 시민이 무정차 통과에 대해 광화문역 담당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결국 20분 만에 지하철 운행이 정상화됐지만, 시민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들을 가지고 장난쳐도 유분수지”, “이유없이 못 가게 하고 이제와서 선심쓰듯 가라고 한다”는 등 항의가 계속됐다. 불려나온 역장은 사과한 뒤 “경찰 지시였을 뿐 내 결정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이례적인 결정인데 관제센터에서 지시했을 때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말을 얼버무렸다.

12시를 넘기고도 릴레이 촛불집회는 계속 이어졌다. 청와대에 있는 ‘관제센터’는 시민들의 촛불이 꺼지기만을 그저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한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내 명령을 따르라는 식의 소통을 말하는 것 같다”며 이런 방식은 “초등학생한테도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민과 대통령 사이의 이런 ‘불통’이 지속된다면 ‘작은 시민’들의 릴레이 촛불집회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글/사진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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