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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존중’ 국민의 마음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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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5월 20일 광우병으로 주저앉은 소 모형을 배경으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지난 10년의 그늘이 크고 그 뿌리도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몇 주 전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는 80%가 넘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저간의 사정에 대한 그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컨대 대통령의 생각은 이렇다. 최근 국민이 보여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지난 10년 동안 앞선 정권이 국민에게 편향된 인식을 심어준 결과다. 촛불을 든 국민의 ‘배후’에는 앞선 정권의 가납사니와 동조자 들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서 비롯한 오류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이런 종류의 착각 외에도 근자의 광범위한 민심이반의 원인을 찾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서도 대운하와 광우병 쇠고기는 국민의 뜻과 대통령의 생각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해도 통치 차원에서 필요하거나 미국과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면 강행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건 명백하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태도다. 이 단순한 사실을 부정하려니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대통령은 소통보다 성찰부터 해야

대운하만은 기어코 해야겠다는 대통령은 국민들이 왜 대운하를 반대하는지 그 근본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들은 우리네 강이 설계와 조작, 변형의 대상이라고 믿는 대통령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은 직관적으로 강을 시멘트 길로 포위한다면 거대한 생명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며, 그 죽음에는 결국 사람도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했다. 국민은 이미 자연과 소통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강이 토해내는 숨결을 느껴본 적이 있는 국민에게는 제아무리 물류, 관광, 내륙개발, 치수로 옷을 갈아 입혀도 대운하의 실체가 따로 보일 리 없다. 국민은 이미 토건사업에 생태적이니 환경적이니 하는 수식어가 붙는 일을 코미디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의 말마따나 안 먹으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국민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식품공급체계에서 단 한 점의 쇠고기도, 단 한 수저의 쇠고기 국물도 먹지 않을 방도란 ‘완벽하게’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다.

이처럼 분노하는 민심의 밑바닥에는 단단한 깨우침 두 개가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사람의 몸, 생명 또한 자연에 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강에 깃들어 살고 있는 많은 생명체는 더 이상 나와 무관한 타자가 아니라 내 몸의 일부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진화한 생명체일수록 동족의 살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과학적 터부와 자연의 섭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소에게 소를 먹이고 그러다 문제가 되니 소를 닭, 돼지, 양에게 먹였다가 다시 그들을 소에게 먹이는 반자연적 행위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국민이 매일 밤마다 보여주는 것은 생명의 윤리에 대한 각성과 이를 지키고자 하는 결의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느끼는 대통령의 문제는 소통 이전에 철학이다. 자연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생각하고 한·미 FTA가 국민 건강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고치지 않는 한 국민과 소통하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금을 통틀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지상의 마지막 한 그루까지 베어다 신탄으로 삼고자 하는 우행을 닮았다. 그 마지막 한 그루로 표상되는 자연을 마저 다 쓰러뜨리고 나면 누가 우리에게 숨 쉴 공기와 마실 물을 줄 것인가. 강을 더럽혀 생명수를 오염시키고 미친소의 살점을 먹어 어린 아이들이 창대 같은 장정, 꽃처럼 피어난 처녀들이 되었을 때 쓰러질 수도 있다면, 그것이 어찌 한 정권만의 일이겠는가. 대통령은 국민들의 직관과 자연율에 대한 존중심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아집과 독선은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은 그때라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메이커 778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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