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유기축산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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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캠페인 ⓒ한미영

며칠 전 국회에서 열렸던 광우병 청문회에서다. 정부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이나 내장탕 메뉴를 추가할 수 있느냐는 한 여당 의원의 질문에, 농림식품부 장관이 좋은 생각이라며 반색을 했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앞장서 먹기 시작하면 광우병 공포로 술렁이는 민심을 달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순진한 발상이었을 게다.


민심을 몰라도 정말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을까 싶다. 먹거리 안전성이 공무원들의 시식으로 입증된다면 왜 미국산 쇠고기만 식단에 올라가야 하나. 월요일은 삼계탕, 화요일은 오리고기, 수요일은 유전자조작 옥수수 떡, 목요일은 첨가물이 버무려진 라면, 금요일은 맥도날드 햄버거….


수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시위에 나서자 이번엔 괴담과 배후조종 타령이다. 인터넷에는 말도 안되는 괴담의 진원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시민들은 어느새 불순세력의 배후조종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로 둔갑한다. 영어 몰입교육이나 대운하 반대여론도 홍보부족 탓이라더니, 광우병도 국민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식이다.


국민은 광우병 공포서 벗어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변신은 눈부실 정도다. 그들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던 작년 말만 해도 검역중단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광우병 발병 위험이 전혀 없다며 안심하고 드시라고 한다.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물론 일언반구의 해명도 없다. 사실 “미친 소, 당신들이나 먹으라”는 반란의 배후는 전교조도 시민단체도 아니다.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장본인은 검역주권을 내팽개친 대통령과 국민들을 무식하다며 깔보는 정부 여당이다.


정부와 몇 개 언론은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광우병 과학논쟁의 시각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이 괴담에 속아 미친 소마냥 과잉 반응했다며 몰아세우는 게 그 증거다. 하지만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라는 식의 숫자놀음으로는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국민들의 생각은 다른 게 아니다. 세상사에 100% 안전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부가 부정하는 것에 화를 내는 것이다.


원산지 표기라는 최소한의 감시 장치에서 벗어나 있는 소형 식당들만 문제이겠는가. 유명한 한우 전문식당에서조차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아먹는 세상이다. 또한 국민들의 상식은 한 나라의 정부라면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우리도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산산조각났다.


재협상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지핀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주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행동은 비난은커녕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목표가 단순히 재협상 관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독일은 쉴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서 시작된 광우병을 지렛대 삼아 농업 전반을 생태적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농업이 국민들의 생명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축산과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기농을 장려했다. 우리도 차제에 모든 먹거리의 생산자와 생산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한우농가 경쟁력… 값도 내릴것


최상급의 식품안전과 맛을 자랑하는 육류는 외국에서도 모두 유기축산을 통해 생산된다. 유기축산의 핵심은 항생제, 성장촉진제, 유전자조작 곡물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고급육을 지금보다 더 값싸게 사먹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우선 한우 농가들을 미국산 쇠고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늪에서 구해내야 한다. 그러자면 한우 소비시장 확대가 필수적이다. 한우 소비가 확대되면 한우 시장에서도 가격과 질에 따른 분화로 유기축산이 들어설 여지가 넓어질 것이다. 유기축산이 확산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건강으로 돌아가게 된다.


* 이 글은 5월 11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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