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하는 생물(주로 미생물이나 식물). 예를 들면
그리스우드가 있는 곳은 염기성 토양임을 알 수 있고, 이끼류가 있는 곳은 산성 토양임을
나타낸다. 실지렁이가 사는 고여 있는 물은 산소가 부족하여 마실 수 없음을 나타낸다. 특정
식물종의 존재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종이 잘 자랄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원래 지표식물
이란 입지의 영양상태도, 산성도, 건습도 등과 같은 환경조건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되는 식
물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쇠뜨기·수영이 자라고 있는 곳은 산성토양이고, 거미고사리가 나 있는 곳은 중
성 또는 알칼리성에 가까운 토양이다. 또 혹쐐기풀·왜대바람 꽃 등이 살고 있는 숲속은 습
하고 비옥한 토양이다.
지표식물은 그 동안 어느 지역의 기후, 토양 등의 환경조건을 알아내는 데 지표로 삼아 왔
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에 미치는 오염물질의 영향이 커감에 따라 환경오염도를 가늠하는 기
준으로서 지표식물이 주목받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산염기의 지시약으로 유명한 리트머스는
지중해 연안에 서식하는 보라색 이끼류인데, 극심한 공업화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산성비가
내릴 때 붉은색으로 변한다. 산성비에 민감한 지표식물로는 나팔꽃이 있고, 보라색 양달개비
꽃은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분홍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들깻잎도 대기오염의 상태를 정확히 가리켜 주는 역할을 한다. 들깨는 아
황산가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잎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등의 피해가 나타나는데, 오염도
가 클수록 잎 속에 황 성분이 많이 녹아 들고 엽록소의 양은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잘알려진 지표식물로는 글라디올러스,담배, 토마토, 콩, 메밀, 튤립, 지의류(이끼) 등
이 있다.
피해 정도로 오염을 측정할 수 있는 식물 이외에 오염된 환경에서 번성하는 생물도 있다.
그대표적인 예가 적조류다. 호수나 바닷가의 물이 벌겋게 변할 때가 있는데 이는 적조류의
대량 발생으로 수질이 몹시 오염되었다는 증거다. 이 때 그 생태계의 다른 생물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오염물질로 환경이 더러워지면 식물이나 동물 심지어 무생물까지도(산성비는 철구조물과 콘
크리트 건물까지 부식시킨다) 피해를 입게 되는데, 처음에는 환경조건에 민감한 생물학적
약자(지표식물)가 손상을 입지만 오염이 심화되면 다른 모든 동식물 그리고 인간에게 그 피
해가 확산되어 간다.
일본의 미나마타병이나 이타이이타이병은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온산
의 피부병, 상봉동의 진폐증은 잘 알려진 예고, 15세 어린 소년이 수은 중독으로 숨진 일도
있었다.
점차 심각해 가는 환경오염은 이제 특별한 지표식물이 필요 없이 살아 있는 온갖 생물을
‘지표생물화’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