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안전

생활 속 어린이 건강은 어디에?

서울환경연합은 9월 3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PVC용품 내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사용 제한 입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같은 시일 환경부는 관련 업체와 자발적 협약식을 체결하고 있었다.

 

2005년부터 서울환경연합은 ‘PVC 없는 병원 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PVC 의료용품 내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와 소각 시 발생되는 다이옥신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해 왔다. 이에 대한 성과로 2006년 식약청장의 PVC 수액백 사용 제한 발표에 이어, 2007년 2월 환경부는 10월 1일자로 PVC 의료용품의 경우 PVC 수액백과 혈액백(보조백)의 사용 금지 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PVC는 상온에서는 단단하기 때문에 이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가소제를 첨가한다. 가소제로 프탈레이트가 사용된다. 미국 환경청(EPA)는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으며, 세계야생동물기금(WWF)도 환경호르몬 물질로 구분하고 있다. 2005년 유럽연합(EU)에서는 프탈레이트 3종(DEHP,DBP,BBP)의 생식독성이 최종 확인되었으며, 고환수축, 정자의 유전물질 파괴, 태아 체중감소, 유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환경부, 규제 대신 업체와의 자발적 협약 체결로 정책 급선회 

 

환경부는 2007년 2월 “생활 속 어린이 건강 위협물질 전면 퇴출 추진” 발표를 통해 아래와 같은 물질 사용금지에 대한 입법추진(취급제한물질로 고시 예정)을 발표했다.

 

 • 13세 이하 어린이 완구, 육아용품과 정맥주사용 링거백(수액백)에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프탈레이트(PVC 가소제) 사용 금지

 • 목재 방부처리용 CCA(오산화비소 혼합물) 사용 금지

 • 가구, 직물, 유아용품, 도배용 풀 등에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인 폼알데하이드 사용 금지

 • 어린이 장신구용으로 납 사용 금지

 • 가정용 세제, 잉크, 페인트에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노닐페놀 사용 금지

 • 시멘트 제품 및 마찰제품(브레이크 등)에 백석면 사용금지

 

2월 발표에 이어 3월에는 “프탈레이트 사용 인조점토 추가 사용금지” 제목으로 13세 이하 어린이 완구에 추가하여 문구학습용∙공예용까지 사용 금지 규제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어린이 건강 위협물질 전면 퇴출’이라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프탈레이트 가소제에 대해 취급제한물질 지정과 같은 법적 규제방식을 철회하고 업체와의 자발적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규제를 포기했다.

 

■ PVC용품 내 프탈레이트 사용의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

 

1. 환경부 자체규제심사 결과는 불합리하며, 필요하다면 취급제한·금지물질 지정요건을 개정해서라도 유해물질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부 자체규제심사에서 취급제한물질에서 제외를 권고하는 사유로 “인체유해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으며” “유해법 제32조의 지정요건 중 위해성평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의 2가지를 들고 있다.

 

환경부는 인체유해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이를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유럽연합(EU)에서는 프탈레이트 3종(DEHP,DBP,BBP)의 생식독성이 최종 확인됨에 따라 완구 및 육아용품에 대해 프탈레이트 를 0.1% 이상 함유하고 있는 제품에 대해 올해 1월부터 EU 내의 생산, 사용 및 판매 금지시켰고, 국내 산자부에서도 EU의 영향으로 완구용품에 대해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량을0.1%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32조 제1항 –

제32조 (취급제한·금지물질의 지정) ①환경부장관은 화학물질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때에는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그 물질을 취급제한·금지물질로 지정할 수 있다.

  1. 제18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위해성평가 결과 위해성이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2. 국제기구 등에 의하여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고 판명되는 경우

  3. 국제협약 등에 의하여 제조·수입 또는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경우

 


2. 정당한 사유 없이 국가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민건강보호를 저하시킬 수 있는 불합리한 규정은 개정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취급제한물질 지정을 철회하는 사유 중 하나로 “취급제한물질로 지정될 경우 국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수출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관련기업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유해법 제37조에서 취급제한물질로 지정되는 경우 취급제한 범위와 관계없이 해당 물질의 수출을 승인받도록 하고 있는 현행 유해법 제37조의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37조 제1항 –

제37조 (취급제한·금지물질의 수출승인 등) ①취급제한·금지물질을 수출하고자 하는 자는 제2항제4호의 규정에 의한 수출통보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정보에 관한 자료를 구비하여 환경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매년 환경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하 생략)


3. 유해화학물질에 의해 야기되는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별도법률의 조속한 제정이 시급하다.

 

환경부는 취급제한물질 지정을 자발적 협약으로 변경 추진하는 세 번째 사유로 “어린이 완구 및 육아용품에 대해 산자부에서 관련 내용을 규제하기 때문에 이중규제임을 제시했다.

산자부의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공산품법)에는 대상 제품별 규격기준에 따라 인증 등의 방법으로 공산품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이 규격기준에서는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만, 대상제품이 아니거나 해당물질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어린이용품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실제로 공산품법에 따라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규제대상이 되는 품목은 완구, 유아복 및 유아용 섬유제품, 영유아용 합성수지제 주방용품 및 일반용품, 지우개, 찰흙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육아용품 중에는 수유용품, 위생용품과 같이 공산품법에 따른 규제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품목도 있다.

결론적으로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건강, 특히 민감 계층인 어린이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산자부의 공산품법 외에 유해화학물질에 의해 야기되는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별도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어린이 건강보호 내용을 포함하는 환경보건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으나, 산자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압력으로 입법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보건법안 내용에는 제품별이 아닌 유해화학물질별로 대상을 어린이용품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모순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해 최근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37조(수출승인)과 관련해서 취급제한물질의 경우 취급이 제한된 용도에 한하여 수출승인을 받도록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할 것임을 밝혔다.

 

기업의 약속 불이행시 마땅한 조치 없는 기업과의 자발적 협약만으로는 환경호르몬의 위협으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프탈레이트 가소제 사용제한 입법 추진 촉구 및 관련 법안인 환경보건법 추진 현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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