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안전

“산나물 뜯고, 산야초 담그고~”

[환경체험일기]
– 2007년 6월 9일 토요일 맑음, 생기마을 체험일기




환경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나는 참 감사하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자연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에 자주 나아간다. 정말이지 감사하다. 자연에 나아가니 퍽퍽한 사회생활에 찌들었던 분들도 신이 나고, 동심이 되어, 자연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즐거워한다. 그래서 또 즐겁다. 그래서 또 감사하다. 실험식 가운과 ppm, GC, TOC 등의 단어를 쓰며 생활하는 대학동창들은 나의 일을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뭐 이정도라면야 그야말로 천상의 직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쯤에서 눈치 챘겠지만^^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괴나리봇짐을 하고 나들이 하는 교육 참가자들을 인솔하려면, 우선 이런저런 준비물들로 폼나지 않게 보따리를 짊어져야 하고, 시시각각의 교통상황이며, 먹을거리며, 안전하면서도 감동적인 프로그램이며, 출발부터 도착까지 초긴장 상태로 나들이를 하고 나면, 진행팀은 그야말로 넉다운이 되고야 만다.
누군가 나를 데리고 아름다운 자연에 찾아주고, 나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면?? 엄마가 해주는 밥상만큼 즐거운 메뉴이다. 이놈의 시간만 허락한다면…!!^^

구세주가 나타났다. 며칠 전부터 옆방에서(*환경교육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의 생명안전본부는 파티션 너머로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들썩들썩 한창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자꾸 신경이 갔다. 생기마을에 대한 호기심도 컸지만  ‘산!야!초!’ 발효녹즙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미끼가 되어 버렸다. 모처럼 잡아 두었던 동네친구들과의 여행까지 포기하게끔 말이다. (오랜만의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고자 친구들과 한탄강 기행을 결심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산야초와 함께하는 배신를 선택했다!^^)
산야초와는 인연이 있다. 올 초, 녹색연합에서 진행하는 연말연시 비움단식에 참여했었다. 5일간 주린 배를 훌륭하게 채워주던 든든한 친구였던 것.^^
산야초도 산야초지만 산야초의 도움을 받아 단식을 하며 ‘비움’에 대한 희망, 도전을 할 수 있었고,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이번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는 그 시간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뜻하지 않은 즐거운 제안”이었던 것이다.

2시간쯤 갔을까? 거의 다다랐나? 여기서부터 시작된 길찾기!
…굽이굽이… 굽이굽이… 굽이굽이…
선해 보이고 한없이 여유 있으시던 기사님의 투덜거림이 슬슬 무르익을 즈음^^, 생기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촌장님의 모습이 반갑다. 게다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오지와 같은 아름다운 푸른 산이 있다는 것이 반갑기도 신기하기도 할 따름이었다. 이름하야 “청정 농산촌 마을!!”
“…남쪽으로는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인 소양호, 북쪽으로는 해발 700~800m의 오봉산이 들러서 있으며, 한여름에도 12도시의 일교차로 과일, 채소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생기마을…”에 도착하니, 풍성한 청정식탁이 푸짐한 인심과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현재는 18가구(?)만이 있다는 마을에서 서울손님들 점심 챙겨주려고 적어도 나오신 분들은 여덟명쯤, 오가며 만난 분들까지 하면 동네사람 반은 만나고 온 셈이다. 재미있다.^^

동네소개와 함께 환경운동의 대선배의 정성원 촌장님의 구수하고 재미있는 생명이야기로 시작된 생기마을 체험은 짐보따리 대신 “풀보따리”를 친구삼이 이뤄졌다. 산야초 자연발효녹즙을 만드는 방법, 산야초 중 독이 되는 식물 등의 설명을 들으며 마을 길목을 따라 온갖 풀들과의 인사를 나눈다. “나물은 캐지 말고 잎을 뜯어야 하고, 나무는 베지 말고 열매를 따야 한다”는 기본에 대한 배움을 얻으며, 나물과 풀을 만나며 즐겁게 인사를 한다. 잡초로만 생각했던 많은 익숙했던 풀들이 모두 몸에 좋은 산야초였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재미날 뿐이다. 마을 안 구석구석 자기만의 풀밭을 찾으며, 다음 사람과 다음 생명을 배려하며 풀을 뜯는 작업을 얼마간 했을까? 묵직해진 풀보따리를 모으니, 오~ 제법인걸… 풀뜯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몇몇 어르신들의 뒤에서 흐뭇한 웃음으로 함께 한다. 이어 흙설탕과 물로 버무리며 이미 가지런히 준비된 김칫독에 산야초를 담근다. 2달 뒤면 발효녹즙이 되어 참가자들에게 배달된 예정이다.
동네어른 반은 출동해서 이뤄진 오늘의 산야초 담그기 행사의 백미는 역시 간식시간, 고된? 노동 뒤에 주어지는 김치전의 화려한 유혹?^^
어느덧 슬몃슬몃 말을 건네고 친해진 여행 동기들과 인사도 나누고 친환경농법으로 각광받는 우렁이 농법의 주인공, 우렁이도 만나고, 동네이야기도 나누며, 2달뒤, 수확의 기쁨을 기약한다.

모처럼의 나들이가 즐거운 하루였다.
“참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