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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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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에 대한 잘못된 인식

‘슬레이트 위에다가 삼겹살 구워먹고 그랬는데 아직까지
건강에 이상이 없지?’ 어느 시민단체 모임에 참석하고 뒤풀이로 삼겹살집에 갔었는데 석면이야기 도중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건강미를 자랑했다. 이렇듯 석면자재는 우리 주변에서 생활에 고긴하고 친숙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 까닭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60~70년대에 있었던
새마을 운동이 우리에게 석면의 유해성 보다는 유용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당시 정부에선 지붕개량 사업을
전국적으로 벌여 초가지붕을 슬레이트지붕으로 교체하게 했는데, 농민들은 태풍에 약하고 손질이 많이 가던 초가지붕이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자 그 견고함과 편리함을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에는 또 지붕재로 쓰고 남은 슬레이트를 주민들은 부엌칼 날을 세우는
숫돌로도 사용하고, 작은 슬레이트조각은 어린이들이 맨땅에서 놀 때 금을 긋거나 발로 차기도 하는가하면 슬레이트조각 측면을 둥글게
갈아서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엽전대신 사용해서 제기를 만드는 등 놀이기구로 이용했다.

▲반포주공 3단지 철거현장의 모습

이렇듯 슬레이트를 와 연관된 생활문화가 산업화과정과 맞물려
역사해 오면서 국민에게 석면의 유해성 보다는 석면의 유용한 면만을 인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금도 그 때 각인된 석면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석면이 아파트와 교실 안에 있는 것이 밝혀지고 지하철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고 언론에서 대문짝만 하게 떠들어도
시민들의 관심은 별로인 것처럼 보인다.

석면보도가 나간 뒤 건축업을 하는 시골 친구를 우연히 만나
석면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데 이 친구가 하는 말 역시 석면에 대한 유용한 쓰임새만 알고 있지 그 유해성에 대해선 반신반의 하는
것 같았다. 내가 그 친구에게 ‘석면이 위험한 것은 미세한 석면분진이 비산돼서 호흡을 통해 폐속에 들어가면 암을 유발시키는 것
때문이다.’ 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 왈 ‘옛날 슬레이트지붕 만들 때 마스크도 없이 슬레이트 수백 장을 톱으로 자르고 그랬었는데
뭘. 톱질할 때 생기는 슬레이트 먼지를 하나도 안 먹었겠냐고? 그런데 괜찮지?’ 라고 반문했다. ‘그거야 잠복기간이란 것이 있으니까
두고 볼 일이지만 꼭 마셨다고 할 수도 없겠지. 가령 톱질할 때 호흡을 멈췄다던가 아니면 재수 좋게 콧속에서 걸러졌겠지…’하며
농담조로 말하고 말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석면을 어떻게 이해를 하고 있는가를 잘 나타내주는 내용이기에 충분했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석면자재 해체작업을 하는 업체와 작업자들로부터 석면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갖고 있는 석면에 대한 상식과 무모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지하철작업장을 돌며 작업자들에게 석면에 관한 교육을 하면 작업자들은 ‘석면포(석면으로 만든 천=석면70~80%이상
함유)를 뒤집어쓰고 작업현장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목에 걸고 다니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하면서 ‘몇 해 전만해도 석면포를
손으로 잡아서 쭉쭉 찢고 하는 것은 보통이었어요.’ 라는 아찔한 얘기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천장 석면 보드 제거뒤의 모습

작업자들 얘기가 과장된 게 아닌 현실이란 것을 나는 지하철역
공사현장을 점검하는 일을 수년 동안 하면서 비슷한 현상들을 자주 목격하면서 알았다. 문제는 작업자들이 교육을 통해 석면의 유해성과
작업방법 등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석면제거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작업장을 밀폐해서 음압을 유지해야 하고, 작업자들은
우주복 같은 거추장스런 방진복에다가 1급 방진마스크도 착용해야 하니까 갑갑하고 작업능률이 더딜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변 환경을 오염시켜서 무모한 불특정다수인이 석면피해를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작업자 본인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 없이 취급되거나 유해성을 무시하는 무모한 일이 발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석면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석면자재 해체작업장을 점검하러 다니면서
그 원인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 석면자재가 수십 년 동안 생활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됨에 따라 국민들은 ‘석면이
    없는 곳이 없다’는 식의 석면과 생활과의 관계를 어쩔 수 없는 필요관계로 생각하고 있는 점.
  • 정부와 사회에서 석면에 대한 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유해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점.
  • 정부와 경제계에서 경제적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요구가 있어도
    정치적 경제논리에 묻히고 만다는 점.

글/ 최학수 강남서초 운영위원, (전)지하철공사 환경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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