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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전한 먹거리, 산지에서 밥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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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안전연대 준비위원회 김은희

반복되는 식품사고-진단은 끝났다.

지난 해 6월 초 온 국민은 절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조류독감과 광우병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쓰레기만두’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접해야 했으니 말이다. 나중에는 ‘불량만두’로 개명을 했지만, 이름을
바꾼다고 그 충격이 덜어지지는 않았다. 거의 공황상태에 가까운 국민들을 달래느라 정부는 식품안전종합대책이라는 새로울 것도 없는
종합선물세트와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참을 지난 후 ‘사건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일 뿐, 익혀먹으면 괜찮으니,
실제로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는 아리송한 책임자의 답변 속에 수많은 희생자를 남긴 채 불량만두사건은 국민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불량만두 사건뿐일까? 시시때때로 우리는 먹을거리와 관련한 사건을 접한다. 그때마다 적절한 제도의 미비와 행정력의
공백에 의한 늑장대응, 무책임한 기업과 솜방망이 처벌을 탓하고, 다시금 식품사고가 반복된다. 진단과 처방은 나왔는데, 환자 보호자가
처방대로 하지 않고 버티고만 있으니, 환자는 고통만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식품과 관련하여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은 보건복지부·농림부·환경부를 비롯하여 8개 정부부처에
지방자치단체가 있고, 개별법으로는 26여개에 고시까지 포함하면 230여개에 달한다. 한 밥상에 오르는 것인데도 배추는 농림부,
김치는 식약청, 생태는 해양수산부, 젓갈은 식약청, 생수는 환경부, 소금은 산업자원부에서 관리하며, 학교급식이면 교육인적자원부까지
가세한다.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도 유지방함량에 따라 빙과류와 아이스크림으로 나뉘어, 빙과류는 식약청?아이스크림은 농림부에
관리책임이 있다. 또 다른 예로 축산물을 보면, 가축의 사육에서 도축·식육점까지의 유통은 농림부가 관리하고, 음식점과 소매유통은
식약청과 지자체가 관리한다. 2003년 말 광우병으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회수·폐기하겠다고 하였지만, 몇 달이 지나도 시중에는
그 시기에 수입되어 회수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있었다. 또한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가 멕시코산 쇠고기에 섞여 들어오는
것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안전이
보장되는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사이버 캠페인◀

식품의 종류와 생산·가공·유통단계마다 담당부처와 적용법률을 기능적으로 분화시킨 것이라지만, 식품안전에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광우병과 조류독감 등 광범위하고 복잡한 식품안전의 문제 앞에서는 이런 체제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식품사고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생겼을 때 처벌이 지나치게 미약하여 사업자가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같은 사안이라도 적용법률에 따라 차이가 나거나 법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불량만두사건에서처럼
이미 그 전부터 만두재료로 이용해 왔다는 자투리 무를 쓰는 것이 위반사항이었는지, 대장균이 발견되어서 불법이었는지도 모르는 일도
있다. 한 경찰의 취미생활 중에 발견된 현장이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는데도 시간이 지나니, 뭐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밀려드는 수입 먹을거리-추적 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식품안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 식품안전기본법의 제정이다. 그야말로 ‘산지에서
밥상까지’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지금까지 문제라고 인식되었던 부분들을 고쳐나가 국민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까지 식품안전의 문제는 입속에 들어가기 직전의 상태에만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나 잔류농약이 얼마만큼 있는지 만이 중요했다. HACCP도 위해관리이다. 하지만 광우병을 생각해 보자. 광우병은 소의
사료에서 기인한다. 채식동물인 소에게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주어서 생기는 병이 광우병이다. 소에게는 동물성 사료를
계속 주면서 광우병에 걸리지 않은 쇠고기만 먹겠다고 한다면 식품안전이 지켜질 수 있겠는가? 도축한 소만이 아니라 소가 먹는 사료의
건전성까지 지켜져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요즘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되고 있는 항생제내성의 문제도 출발은 같다. 축산과
수산에서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가 고기에 남아있기도 하고, 환경 중에 확산되기도 하면서 사람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식품안전은 눈에 보이는 위해성 뿐 아니라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의 관리 즉 위험성관리, 더 나아가 안전성의 관리가 되어야
지킬 수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의 재료라는 의미의 ‘식품’을 넘어서야 한다. 자연생태계는 하나의 고리이고, 인간이건 먹을거리의
재료이건 자연생태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여야만 식품안전의 큰 원칙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식품안전이 산지에서 밥상까지 계속된다는 점을 법속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적시스템의 작동이 필요하다.
만약 사고가 생겼을 때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관리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어야 한다. 추적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사업자의 협조가 필요하며, 사업자가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식품사고에
준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특히 식량자급율이 현저히 떨어져서 외국에서 많은 식품들을 수입하면서도 형식적인 검역과 통관으로 식품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이참에 수입식품이 산지에서 어떻게 생산?관리되고 유통되는지 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식품관련정책을 총괄하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식품안전관리를 집행하는 행정력의 분산이 식품안전관리의 가장 큰 문제인 만큼 식품안전기본법에서는
행정체계의 개편을 명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행정체계는 마치 문어가 빨판에 힘을 주고 8개의 다리를 제각각 펼친 채로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리 사이사이에 있는 부분은 관리하지도 못하고, 몸은 무거워서 대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각 부처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이다.
단, 이전의 다른 위원회들처럼 자문위원회로만 남아있어서는 안 되며, 행정위원회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기존에 이슈도
없이 이름만 거창하게 국무총리며 장관 등이 모인 위원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식품안전에 식견이 있는 전문가들이
일상적으로 만나 식품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산하에 전문위원회를 두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GMO와 같은 새로운 식품안전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서도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현재적 과학만으로는 담보할 수 없는 안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어야 소비자의 수용이
가능한 부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소비자참여가 이루어져야한다.
소비자참여에 우선하는 것이 소비자권리를 명시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국민으로서 식품안전을 보장받을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 또한
위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을 받고,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평가기구를 독립시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식품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해하며, 정부의 어떤 발표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각 부처마다 위험을 평가하는 기관이 있지만, 외국의 평가 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받아 쓰다보니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경우가 있다. 또한 평가기관에서 식품업계를 육성하는 기능을 맡고 있기도 하니,
안전하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조류독감으로 수많은 닭과 병아리가 살처분되었을 때, 안전하다며 시식행사를 벌이는 장관이며
국회의원들을 보며, 국민들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광우병쇠고기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검사를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믿지 못하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정체계를 개편해도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식품에 있어서는 안전뿐 아니라 안심까지 필요하다.

식품안전에 관한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한다고 ‘식품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선언만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작동하고
실효성이 이는 법이 되어야 하며, 후속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허한 울림이 될 뿐이다. 즉 식품안전기본법이 상위법이 되어
식품 관련한 법들은 모두 식품안전기본법 제정취지에 맞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식품과 관련되어 서로 충돌하였던 수많은
법령들과 사각지대였던 부분들이 정비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끼가 아쉽던 보릿고개를 넘어오니 이젠 먹을거리가 사방에 널렸는데도 안전이 의심스럽고, 생명이 위협받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이라 해도 엄밀히 말하면 공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규격화되어 찍어 나오긴 하지만 그 재료로 보면 모두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따지고 보면 먹는 것 가운데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먹을거리는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식품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자연환경의 건전성과 다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식품안전에 관한 전환적 사고로서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식품안전을 지켜내도록 하자.

글/ 먹을거리 안전연대 준비위원회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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