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칼럼]쌀과 농민, 그리고 유전자조작

잘나간다는 국내 한 기업이 “순이익 100억달러 클럽가입” “일본 소니등을 앞질러” 행복한
비명을 지르면서 올해를 여는 동안 우리 땅을 묵묵히 지켜오시던 농민들은 또 한번 이 놈의 세상을 탓하며 한숨만 내쉴수 밖에 없었다.
다른건 몰라도 “쌀”하나만은 지키겠다던 정부의 말을 믿고 싶지만, 손에 든 헨드폰만 보면, 중국 마늘냄새가 나는 것 같고, 이번에는
정부협상단이 무슨 뒷거래를 해서 우리 농민들 뒷통수를 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렴. 협상 전부터 ‘자율관세론’이다 뭐다 하면서 잔뜩 협박하더니, 국정감사때에는 뻔뻔스럽게
이면협상은 절대 없다고 철떡같이 이야기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협상 참 잘했네. 칭찬까지 하더니만, 밥상 밑으로 무슨 거래를 그리했는지
농민들은 애가타고, 시민들은 뭐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정부 홈페이지에는 중국과 관세화를 통해서 과일
등이 수입되면, 넓은 중국 땅덩이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국내산품종 과일을 현지 재배 역수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속편한
이야기나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헌법에도 떡하니 써있는 “농지는 농민의 것이여(경자유전)” 원칙이 경제를 살리자면서 은근슬쩍
뒤로 밀리면서 농지법도 험악하게 바뀌려고 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는 농민과 농업 그리고 생명에 대한 고민도 철학도 이해도
관심도 없는 그런 정부인거다.

유럽에서 제조업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식품 음료 산업이다. 물론 그 기반은 농업에서
나온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 얼마전에 한 독일인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교수님말씀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뭘 만들어 파냐고, 오로지 고평가된 달러 덕으로 이곳저곳에서 사온 물건으로 사는 즉 남에 덕에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니냐고.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줬다. 미국 사람들 무기는 아주 잘 만든다고. 하지만, 이 미국도 농업하나만큼은 엄청나게 잘 지킨다. 워낙 힘이
센 나라이다 보니 농산물 수입국들이나, 힘이 약한 수출국 등에게는 각 나라의 농민과 농업을 지키기위한 행위를 무역장벽이다 하면서
갖은 압력은 가하고, 정작 미국내 농업을 지키는 데는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 세금 해택등을 주고 있다.

이번 쌀협상때 미국 정부측에서 요구한 것이 바로 쌀시장개방과 함께 그동안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져 있던 쇠고기 수입의 빠른 재개였다. 국가의 정부의 역할 중에 하나인 시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하는 책임을 다하고
싶어도 자국내에서 농업기반이 약한 상태에서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말도안돼는 비교우위론을 내세워서 우리 농업은
포기하고 헨드폰에 자동차 만 팔고 식량은 전부 수입해서 먹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야 나라를 가리지
않고 “비교우위”를 가지고 잘 살수 있겠지만, 농산물을 파는 수출하는 국가나 수입하는 국가나 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바로 며칠 전 중국 그린피스에서 중요하고 심각한 보도자료 하나를 냈다. 중국 후베이성(湖北)
중심으로 인체에 대해서 안전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살균제 내성 유전자조작 쌀이 2년 전부터 재배되었고 수확된 쌀 뿐만아니라
종자 역시 시장에 유통되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후베이성에서는 최소 950∼1200t의 유전자조작 쌀이 이미
시장에 팔려나갔고, 올해 유전자조작 쌀 올해 생산량은 약 1만3500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도 양이면 매년 쌀 수출만
90만톤 이상하는 중국으로 서는 작은 양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문제는 이 쌀이 현재 세계 어느 곳에서도 상업적인 재배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것, 인체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불확실 하다는 것,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어 어디로 팔려갔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9만톤 가량의 쌀을 수입하는 남한과 3만톤가량을 수입하는 북한의 현실로 봤을때 한반도는 유전자조작된
쌀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2001년 미국산 옥수수칩에 사용된 옥수수가 유전자조작된 것이였고, 10억 달러에 달하는 대대적인
리콜이 이루어 졌던 사건의 재판이다. 그때 사용된 옥수수 역시 인체에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이였고, 오늘의 유전자조작 쌀
스켄들과 차이가 있다면 유전자조작 옥수수칩은 미국에서 만들어 졌고, 일본 소비자들에 의해서 문제가 더 확산되었다는 것과 옥수수칩은
간식거리인데 비해 쌀은 우리들의 주식이라는 것, 옥수수칩을 생산한 식품회사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알고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큰
반면, 중국의 농민들은 유전자조작된 쌀 종자인지 아닌지 모르고 유통하고 재배했다는 점이다. 환경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유전자조작 생명체들의 국가간 이동과 환경위해성을 다룬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지도 1년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의정서에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고, 주요 유전자조작 생산국인 중국과 미국 등은 이
의정서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대학부설 연구실에서 실험 재배되던 것이 농민들 손을 거쳐 손쉽게 다른 지역으로
번져나가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영향이 한반도와 인접 국가들에게 까지 미치게 될때 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정부는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고 한국정부는 어쩔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 실험재배를한
연구자가? 중국 농민이? 아니면 우리 시민이?

과학잡지 ‘NATURE’지는 식품안전에 최고라고 자부하는 미국정부 역시 승인받지 않은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다른 옥수수와 섞여서 2001년부터 4년간 불법유통 되었다는 사실을 2004년 말에서야 알게되었고 사실확인을 위해서
발표되 미뤄왔다는 기사를 올 3월 24일자에 담았다. 레퍼토리는 똑같다. 미국 정부는 생명공학 회사의 손을 들어서 “사실 별차이도
없다. 안전하다”라는 이야기를 되풀이 했고, 한국 정부는 “글쎄, 그동안 얼마나 섞여서 들어왔는지 알수가 없겠는걸. 미국정부가
안전하다니깐 괜찮을꺼야”라고 답하고. 속타는 시민들만 “네 이럴줄 알았어” 하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쌀개방과 이면계약, 인체에 안전하지 않고 환경에 위해한 유전자조작 농산물 이로 인해 생산되는
이윤과 혜택은 힘있는 소수들에게 돌아가고, 비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농민이 떠안게 된다. 한국, 중국 그리고 세계 시민
모두가.

글/ 최준호(전 생명안전 담당, 현재 독일 카셀대학 생태농업 전공 유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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