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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발암물질 어떻게 분류되나

발암물질, 어떻게 분류되나

구자건 지음(서울환경컨설팅)/현암사

1994년 7월 2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주택 건축용 단열재로 널리 쓰이
는 유리섬유가 “발암 의심물질”로 지정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보건후
생부가 미국내 90% 정도의 주택에 사용된 유리섬유 단열재가 “발암 의심
물질 또는 확인된 발암물질 명단” 중 “발암 의심물질” 목록에 새로이 등
록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은 미국립독극물연구소가
의회에 제출할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벽
이나 천정의 단열용 자재로 쓰이는 유리섬유는 밀폐공간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 건강의 새로운 위협 요소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서는 유리섬유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만한 연구
논문은 없다. 따라서 유리섬유가 암을 유발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리
없다.
그런데 발암물질은 들어보았는데 ‘발암 의심물질’, ‘확인된 발암물질’
은 또 무엇일까? 걸핏하면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에
자주 접해왔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말일 지도 모
르겠다. 발암물질과 발암 의심물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간
단하나마 발암물질의 분류체계를 알아야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발암물질의 분류체계는 두 가지이다. 하나
는 국제암연구성(IARC)의 분류체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환경보호청
(US EPA)의 분류체계이다. 1977년 발암물질을 분류, 평가하기 위해 표준
화 작업을 시작했던 국제암연구성은 발암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첫째, 사
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물질, 둘째, 동물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물질, 세째, 분류하기 어려운 물질 세 가
지로 나누었다. 그리고 1987년, 사람과 동물과의 발암 반응에 대한 논의
끝에, “동물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 물질”을 사람에게
“유력한 발암물질”과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수정했다.
1970년대 후반에 발암물질 분류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미국환경보호청
의 발암물질 분류체계도 국제암연구성의 것과 유사하다. 미국환경보호청
은 사람과 실험동물로부터 얻은 자료를 가중하는 방법을 통해 발암물질,
유력한 발암물질,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 발암 증거가 충분하
지 않은 물질, 비발암성물질 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성이나 미국환경보호청의 발암물질 분류체계는 대동소이하
다. 그러나 분류 방법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 분류체계에서
“유력한 발암물질”이 다른 체계에서는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
로 분류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한 ‘발암 의심물질’은 미국환경보호청 분류체계
상 C그룹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고 ‘확인된 발암물질’은 A
그룹에 속하는 ‘발암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C그룹에 속하는 유리
섬유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물질이라는 말이다.
확인된 발암물질로는 벤젠, 비소, 석면, 염화비닐, 담배연기와 같은
물질이 있고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는 파라치온, 1,1,2-트리
클로로에탄, 그리고 디브로모클로로메탄과 같은 물질이 있다. 디브로모클
로로메탄은 언론을 통해 발암물질이라고 보도되는 트리할로메탄의 일종이
다. 그러나 트리할로메탄은 디브로모클로로메탄 외에도 클로로포름, 디클
로로브로모메탄, 브로모포름 등 4가지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발암
분류 정도가 다르므로 ‘발암물질’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발암 의심물
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미국환경보호청의 발암물질 분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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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명 칭 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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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룹 발암물질 벤젠, 비소, 석면, 염화비닐,
담배연기 아플라톡신, 코울타
르 등
B 그룹 유력한 발암물질 납, 클로로포름, 벤조피렌 등
C 그룹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 파라치온, 1,1,2-트리클로로에
탄 등
D 그룹 발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 알루미늄, 구리, 망간, 톨루엔

E 그룹 비발암성물질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
가 있는 기타 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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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1993.

잘 알다시피 세계 모든 국가의 3대 사망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암이
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영양 개선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암으로 죽는 사람 수는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질병원인
별 사망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암이다.
암의 원인은 식습관, 흡연 여부, 유전적 요인, 유해물질에의 노출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들어서는 환경오
염 역시 암발생의 주요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른바 환경오염 물
질의 ‘잠재적 만성효과’로 인해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환경오염 물질
은 음식물과 물을 통한 섭취, 호흡, 피부 접촉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식물과 물을 통한 섭취이다. 최근
에는 방부제가 함유된 소세지를 자주 먹는 어린이에게서 암 발생율이 높
다는 외국의 연구 보고가 알려져 우리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역사적으로 환경오염 물질이 암 발생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밝힌 사람은 18세기 말 영국의 내과 의사였던 퍼시벌 포트(Percival
Pott)이다. 그는 굴뚝 청소부에게서 고환암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해
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검댕과 코울타르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
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요즈음, 비단 굴뚝 청소부가 아니더라도 대도시
에 사는 많은 사람이 각종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제암연구성이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고 밝힌 화학물질의 종류는 35
종 정도이다. 이 물질 대부분은 유전자에 독성을 미치는 물질들이다. 이
때문에 환경오염이 심각해질수록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리 몸
세포 속의 유전자 하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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